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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s 24 - 25 일상

25.01.25. 지금까지 받은 선물 중 아직도 기억에 남는 선물은?

hello :-) 2025. 1. 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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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중학생일 때 외국인 기자에게 받은 배지가 생각이 난다. 이사를 다니면서 배지 자체는 잃어버렸는데 선물 받았던 그 순간이 너무 특별해서 잊히지가 않는다. 

 중학생때 내가 사는 지역에 아시안게임을 개최하면서 학교에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했었다. 그때 무엇을 나눠줬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데 나눠주면서 외국인과 대화하는 과제가 있었다. 그 당시에는 외국인을 만날 기회가 자주 없어서 되게 신기했던 나로서는 물론 지금도 영어를 못하지만 그 당시에도 영어를 못하는 데다가 지금과 다르게 수줍음도 있던 터라 더듬더듬 이야기하곤 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외계어를 하고 있는데 그래도 끝까지 호기심을 가져주어 너무 고맙다. 나름 자원봉사자였지만 화장실을 찾는 나에게 데려다줘도 되겠느냐고 한 여자분에게 더듬더듬 영어로 물어봤었다. 내가 시퍼렇게 질려있었는지 지켜보기만 하겠다며 화장실까지 나를 데려다준 깡마르고 키 큰 여성분도 감사하고 그의 남편인지 남자친구인지 그저 일행인지 모를 남자분이랑 연세가 있어 보이던 마른 여자분도 감사했다. 그분들 덕에 한 귀인을 만났으니까..

 화장실을 나오다가 한 중년 남성과 부딪혔었다. 나와 부딪히며 떨어진 짐들을 주워주고 유일하게 아는 단어 쏘리를 연발했었다. 그때 아마도 내가 미안해서 주는 거라며 뭔가를 건냈더니 중국 국기가 새겨진 배지를 주면서 몇 년 후 아시안게임을 중국이 개최한다고 했었던 거 같다. 선물을 줘서 나도 선물로 주는 거라며 이야기를 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외국인과 손짓 발짓 동원하며 대화를 하고 내가 영어를 잘 못하니까 상대도 손짓 발짓 하면서 가장 쉬운 단어로 설명하는 그 모습이 너무 감사했다. 사실 선물 존재는 없어졌지만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이때를 계기로 외국인과의 대화에 거리낌이 살짝 없어졌다. 내가 영어공부를 잘해서 능숙하게 대화를 했으면 참 좋았겠지만 오히려 언어는 기세라는 생각에 길을 물어보는 외국인에게 위아 더 원이라며 투게더 투게더 하며 지하철역을 물어보는 외국인에게 목적지까지 데려다주고..(설명하기 힘들어서가 맞다..ㅎㅎ;;;) 근무하는 매장에 외국인이 오면 거침없이 이거 저거 하며 가리키며 스파이시 혹은 투게더 라이스 하며 굉장히 저렴한 언어를 구사하면서도 뻔뻔하다. 급기야 요즘에는 외국인 손님에게 포장과 식사라는 단어를 알려줘서 그들이 한국어를 쓰게 만들었다..ㅎㅎ 물론 요즘에는 K팝이나 한국 드라마를 통해서 한국어 공부한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는 것도 한몫을 한다고 본다. 그래도 내성적이고 낯가리던 내가 외국인을 상대로 콩글리쉬든 짧은 영단어를 외치고 보는 자신감이 그때 생겼다. 아쉬운 점은 그때부터라도 영어공부를 좀 할걸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금 영어공부를 해야지 하는 생각은 영원히 안 하는 것 같기도...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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