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은 나에게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주제에 생각을 5분 정도 해봤다. 사실 부모님에 대해서 좋은 기억이 있는 편은 아니다. 특히 아버지는 더더욱.. 커가면서 아버지라는 존재를 보면서 정말 저런 사람은 결혼이라는 걸 하면 안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책임감은 없을뿐더러 마음 같아서는 내 몸에 흐르는 그 피를 다 뽑아내고 싶다. 개인적인 치부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되돌아보면 내가 선택한 사람도 아닌데 저렇게는 늙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내가 딸이라 더 그렇게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아버지로서나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볼 수가 없다. 부부간의 문제를 자녀가 알게 되는 최악의 경우는 없다고 본다. 고3이 벼슬은 아니지만 다른 집에서는 수험생이라고 배려도 해준다는데 우리 집은 뭐 그런 거 없이 사랑하는 사람 있으니 이혼해 달라고 당당히 요구하는 철면피까지 두른 상황이다. 난 찬성했으나 엄마아들은 죽어도 안된다고 반대하는 바람에 그때부터 지금까지 밖으로 돌더니 지금은 연락처조차 모른다. 집에는 옷가지가 가득한데 아마 저승사자 만나기 직전까지 집에 올 거 같지는 않다. 난 가장 거대한 복수를 계획하고 있다. 당신의 마지막이 고통스럽고 처절하기를 바라며 철저하게 나는 외면할 것이다. 고3 여름쯤 제발 정신 차리라고 울며 간절히 바랐던 나의 바람을 냉정히 뿌리치고 한때 내가 나 자신의 존재를 저주하게 만든 당신에 대한 복수이다.
그렇다고 엄마에 대해서도 그렇게 애뜻한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강제적으로 아빠대신의 짐을 짊어지고서 나를 통해서 당신의 남편을 투사해서 보는 것을 매번 느낄 때마다 참 비참하다. 어쩌다 보니 저주하고 싶은 남자의 얼굴을 똑 닮게 태어난 유전자의 죄가 클 뿐인데.. 한때는 숨만 쉬어도 혼나기도 하고 구박을 받기도 했었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존재 자체가 죄스러웠다. 덕분에 뒤늦은 사춘기를 호되게 겪었다. 그러다 보니 나의 존재를 내가 인정하는 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어느 정도 분리를 한 터라 심적으로 이전만큼 괴롭지는 않다. 이제는 나도 호락호락하게 당하지는 않는다. 되받아치기도 하고 호래자식이라는 욕지거리를 들어도 아닌 건 아닌 거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지금은 안 그렇지만 예전에는 집에서 내 방에 들어앉아서 문 닫고 책 보는 것 자체도 용납이 되지 않았었고, 통금시간이 오후 5시이기도 한 믿기지 않는 시기도 있었다. 정말 내일은 없다는 생각으로 전쟁같이 싸웠었다. 불과 4년 전인가 엄마랑 술 한잔 마시고는 펑펑 울면서 나의 울분을 꺼내서 털어놓았지만 그저 거짓말쟁이 취급을 받을 뿐이었다. 남들이 말하는 헌신적인 희생을 한 부모님과는 결이 다른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런가 TV에서 연속극에 가족극을 보면 먼 나라 이야기 같다. 가족을 언급하면서 우는 모습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샘이 나기도 해서 과할 정도로 눈물을 보이곤 한다. 그래서 요 몇 년간은 드라마도 잘 안 보게 되는 것 같다. 감정적으로 너무 지치니까..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게 너무 죄스럽고 가식적으로 생각이 되곤 했었다. 지금은 안다. 그냥 저들도 부모는 처음이라서 그러는구나 하고 단념을 했다. 사랑받기를 포기하니까 내 마음도 죄스러운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졌다. 어쩌겠는가 나도 자식은 처음이라서 이러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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