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무엇일까 생각을 해보곤 한다. 사실 내 인생에 인상이 깊었던 책은 몇몇 있는데 올해 한정으로 잡다 보니 딱히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는데 행동을 변화시켜 준 책들은 작년에 읽은 책들이 많았던 게 이유가 아닐까 싶다.
어찌보면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나에게 무엇인가에 대한 나의 신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거창하지만..) 에는 책을 통해서 내 인생의 답을 찾자는 생각이 컸다. 무엇보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아야 하나에 대한 고민이 컸다. 물론 지금도 그 고민은 해결된 건 아니지만.. 차차 답을 찾고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해서는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 핸드폰 통화비도 내기 쉽지 않았던 나에게는 1순위는 돈이었다. 돈 많이 준다는 콜센터에서 근무하면서 정신적으로 너무 피폐해지면서 이건 일단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커졌고 그럼 내가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어도 되는 걸까.. 먹는 걸 좋아하니까 음식을 만드는 일을 해보자고 생각했고, 그때는 9시 출근해서 저녁 10시에 퇴근하고 집에 오는 길에 버스가 끊기기 일쑤이다 보니 이렇게 계속 일한다고? 하는 생각이 크다 보니 이게 맞나 생각을 했었는데 매장이 어렵다고 해고통보를 받았었다. 그러다가 요식업에 오후 3시에 마치는 직업을 찾게 되었다. 요식업은 늘 교대근무가 필수였는데 교대를 안 한다는 게 난 오히려 너무 좋아서 지원했는데 40대만 구한다고 해서 아니 왜요??라고 대차게 물어봤었다.(알고 보니 이전 근무자가 나랑 동갑이었는데 도망가서 어린 사람 안 뽑으려고 했다고..)
읽는 당시에는 인상이 깊었다는 생각은 받지 못했는데 읽고나서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문득문득 생각나는 책은 있다.
2024.11.21 - [hello's 24 - 25 책장] - 번아웃의 종말-조나단 말레식
일하다보면 번아웃이 여러 번 오곤 했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잘 해내고 싶은 마음에 과도하게 일을 하다 보면 기력이 소진된다는 느낌을 지금도 가끔은 받는다. 그럴 때마다 방전되어서 쉬면 쉬면서도 자책감을 가지곤 한다. 물론 지금도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일과 나를 분리하려고 애를 쓰고, 퇴근 후 운동을 한다. 운동뿐만 아니라 독서와 필사도 겸하곤 하는데 이게 부담이다 싶을 때에는 다 내팽개쳐놓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잠들어버리기도 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행동들이다. 숙제검사를 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해야 한다는 강박에 새벽 2시까지 깨어서 필사를 하고 독서를 하곤 했는데 요즘은 하품 나오고 피곤하면 바로 불 끄고 자러 가버린다. 어찌 보면 그냥 두꺼비집 내리듯이 오늘 내할일은 에너지 고갈로 끝이라고 마무리를 짓게 된 계기가 되었다. 아등바등 사는 게 나에게는 무조건적인 해답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여유가 생겼다고나 할까..
물론 중요한 순간에 한번더의 힘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이 매번 있는 건 아닌데 매번 힘을 주고 살면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힘든 순간이 오는 걸 느끼다 보니 그 한계선을 넘지 않으려고 한다. 나의 경우는 넘어서면 목뒤나 쇄골 부위에 포진이 올라오면서 간지럽고 뻐근한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종종 생겼다. 병원 갈 때마다 진단명이 조금씩 달라지곤 하는데 한 번은 대상포진이라고 진단받기도 하고, 헤르페스라고 단순 포진으로 진단받기도 하는데 여하튼 그게 생기려고 하면 일단 다 내팽개치고 이틀은 푹 쉬려고 한다. 몸에서 보내는 경고성 신호니까.. 난 200살까지 오래 살고 싶어..ㅠㅠ 그러기에는 스트레스를 좀 많이 받지만..ㅎ 난 왜 이렇게까지 일에 시달리면서 결국 잘 해내고 싶어 하고 아등바등해내는 걸까 하는 생각을 올해 전반기 내내 했었다. 부정적인 감정이 들어서라기보다는 그냥 단순히 궁금했다. 아등바등 살아도 한 발자국 내지는 두 발자국 더 가는 정도일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가 요리사라는 직업에 그래도 밥벌이를 한다는 사실이 기꺼운 모양이다. 웃기게도 자연스레 미래를 그리면 내가 먼저 그만두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내가 해고가 되든 가게가 망하든 그때까지 길게 오래 내 밥벌이를 하기를 바라는 것을 보니 생각보다 내가 내 직업을 사랑하는구나를 깨닫게 되어서 신기하고 기특하다. 어릴 때는 마냥 백수가 꿈인 줄 알았더니..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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