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받은 선물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은 추석 보너스가 아니었나 싶다. 사실 보너스 자체가 기억이 남는다기 보다는 보너스를 받고 우리 집 식탁에 놔뒀는데 놔두고는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두 달이 지나서 엄마가 흰 봉투 안에 있는 거 니 거 아니냐고 돌려주셨는데 처음에는 하나도 기억을 못 하고 있다가 뒤늦게야 바보 돌트는 소리로 아 맞다.. 그거 추석보너스로 받은 거야라고 뒤늦게 이야기를 하곤 했다. 보너스라고 하기도 민망한 금액이긴 했지만 그래도 엄마랑 둘이서 맛난 거 한 끼 사 먹는데 보태어 썼으니 좋은 일 한 게 아닐까 싶다.
선물을 주고받을만큼의 넓은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엄청 많은 선물을 주고받는 게 아니라 사실 선물 하나하나가 다 떠오르긴 하다. 계란 아저씨가 계란 유통하기 직전 제빵 쪽에 일을 해서 자신의 후배가 유명한 빵집 파티시에인데 전날 남은 케이크를 줬는데 괜찮냐고 해서 본의 아니게 생일날 공짜로 생긴 케이크도 기억이 나고, 오일장마다 근무 매장에 첫 손님이자 늘 아침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잔씩 사다 주는 족발집 이모네의 커피도 늘 생각이 난다. 사실 난 커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시는데 이상하게 뜨거운 커피는 잘 못 먹겠다. 겨울에도 찬물을 마실정도로 속이 타서 그런 걸까.. 처음에는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사다 주셔서 감사는 한데 얼음을 넣어먹고 있으니 어리둥절하시더니 다음부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다주시는 그 섬세한 배려가 너무나도 감사했다. 물론 나도 늘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고기 먹자고 엄마가 이야기할 때마다 족발을 사서는 집에 가서 엄마랑 경쟁적으로 뜯곤 한다. 족발집 이모가 김장김치도 나눠주기도 해서 너무나도 감사했다. 요즘 세상에 아직도 직접 손으로 김장을 담근다는 것 자체가 고되는데 그것을 나와 나눠준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감사하다는 걸 안다. 우리 집은 내가 초등학생 때일 때부터 진즉에 김치를 사다 먹는 집이라서 귀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더 신경 써서 장날 때 아침식사하러 오면 계란프라이라도 하나 더 주거나 뜨끈한 흰밥에 스팸 한 조각이라도 더 챙겨주려고 한다.
주고 받기 위해서 서비스를 주는 건 아니지만 줌으로써 행복해하고 고마워하는 모습만으로도 내 행복이 더해지는 기분이라 너무나도 설렌다. 뭔가 바라는 게 있어서 준다기보다는 상대가 정말 고마워하는 모습에 내가 힐링하는 만큼 나도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으면 감사하다, 잘 먹겠다는 말은 잊지 않고 하려고 한다. 말 한마디로 빚도 갚는다는데 아침에 서로 기분이 좋으면 그날 하루는 정말 꿈결처럼 좋게 마무리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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