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올해 여행을 못 갔다. 아니 올해뿐만 아니라 거의 7년간 여행을 못 떠났다. 주 6일 근무하고 (가끔 주 7일도 근무함) 여름휴가도 연차도 없고 게다가 어디 떠날 정도로 에너지가 넘치는 성향이 아니다 보니 그냥 집에 틀어박혀서 하루종일 자거나 요즘에는 아침에 산책 겸 동네 한 바퀴 돌고 오는 게 그나마의 일탈이 아닐까.. 가끔 늘 다니던 길이 아니라 길을 개척하는 편인데 평상시 다니던 길이 아니라 일부러 둘러 둘러 걸어 다니다 보니 신발과 바지가 맨날 흙먼지 투성이다. 우스갯소리로 어디서 넘어져서 굴렀냐고 농담 삼아 물어볼 정도이다.
어찌보면 성격상 우선순위가 정해지면 납득하고 받아들이는 편이지 그것을 꼭 바꿔야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 아니어서 더 그런 걸 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때부터 먹는 걸 좋아하다 보니 맛없는 엄마요리보다는 이왕이면 더 맛있게 먹고 싶어 했고..(엄마 안미안해...) 자연스럽게 요리에 흥미를 가지면서 어떻게 밥벌이를 하고 살까 많은 생각을 했었다. 처음에는 가장 좋아하는 건 역사였지만 밥벌이하고 먹고 살기에는 쉽지 않겠다는 객관화가 잘되어 있어서 두 번째로 좋아하는 요리로 생각을 바꾸면서 진짜 이도저도 안되면 적어도 내 밥은 내가 해 먹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처음 일을 시작하고는 잘하지 못한다는 교수의 구박에 나중에는 전공이 없어지는 어이없는 상황에 진짜 세상이 나에게 이 쪽이 길이 아니라고 온몸으로 알려주는 건가 하는 생각도 안 해본 건 아니다. 요리 쪽으로 전공을 살리겠다고 생각을 하면서 여행을 다니는 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면서 대학생때 했던 나 혼자 여행과 지금 직장에서 1년 차 때 콘서트 가겠다고 엄마랑 둘이서 서울 1박 2일 다녀온 게 내 인생에 여행이다.
경성스캔들이 한창 방영될때 합천에 촬영장에 놀러 갔다가 배우들이 촬영하는 것을 먼발치에서 구경하다가 막차가 끊겨서 KBS 촬영스탭 버스를 얻어 타서 합천역까지 갔다가 근처 피시방에서 첫차가 있을 때까지 밤을 새기도 하고, 배우 김명민을 좋아할 때 부천에 사인회에 사인 받으러 다녀오기도 하고, 문구에 빠졌을 때 대구에 문구여행을 다녀오기도 하고.. 그때 생각하면 어떻게 그 먼 거리까지 갈 기력이 있었는지 너무 신기하다. (차편을 예약하거나 움직이는 건 마음먹으면 지금도 하는데 그럴 에너지가 요즘은 없는 거 같아 과거의 내가 기특하다. 일단 역까지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기본 40분은 잡아먹으니 엄두가 안나기도 하는 듯하다.) 19년도에는 서울에서 하는 콘서트를 보러 갈 거라고 오후 2시까지 근무하고 바로 역으로 달려가서 서울 가는 KTX를 타고 오후 8시에 겨우 올림픽 체조경기장에 도착해서 콘서트 관람까지 했었다.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하겠다..;;;ㅎ 본의 아니게 회사 유니폼을 입고 서울까지 상경한 과거의 나야.. 어떻게 한 거야??(심지어 스탠딩이었음..=_=;;) 올해가 아니어서 구체적으로 썰을 풀기는 어렵지만..ㅎ
주절주절 쓰다보니 그냥 여행을 못 떠난 게 아니라 그냥 안 떠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찰나에 든다. 산책길을 걸으면 산 같기도 하고, 자전거 도로 쪽으로 빠지면 바다가 보이고 하다 보니 굳이 멀리 떠나야 할 이유를 내가 찾지 못하는 게 아닐까... 사실 집과 직장도 가까운 거리로는 걸어서는 15분 뛰어서는 9분 거리로 가게 사장님보다 더 가까이 산다. 퇴근하는 길에는 일부러 둘러둘러 오느라 한 시간 반이 걸려서 나를 엄마가 이해를 못 하겠다고 하지만.. 그러다 보니 대중교통을 이용한 지도 5년 가까이 된듯하다. 나중에 언젠가는 기차 타고 강원도나 남해 쪽으로 가보고 싶기도 하고, 시내버스 타고 부산투어를 하고 싶기도 하다. (부산사람이지만 20여 년간 해운대 안 가본 사람 그거 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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