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 뭐해 본업에 집중할때가 가장 멋지지...
사실 회사-집-회사-집 반복적인 일상인데 근무하는 매장 근처 상권이 죽어서 주변 식당들이 모두 폐업을 하면서 본의 아니게 우리 매장이 엄청 바빠졌다. 단골 손님들은 맨날 내가 바빠서 돈많이 벌어서 좋겠다고 이야기를 해주신다. 일부러 눈썹을 八자 모양을 하며 저 직원인데요... 라고 하면 남자분이랑 부부사이 아니냐고 하셔서 깔깔웃으며 고용주님이신데요? 라고 하면 나보다 더 울적한 눈빛으로 힘내라고 응원해주신다. 한국인 답게 빨리빨리를 외치던 매장내 손님들도 그 숙연한 말을 들었는지 수고가 많다고 응원의 말한마디를 해주신다.
다년간 혼자 근무하면서 전화주문, 배민 포장주문, 배민 배달주문, 홀 손님 음식 내주고 질문에 답변해주고 이 일을 한번에 다 해결하기도 한다. 특히 전화주문의 경우는 메뉴이름과 갯수를 정확히 말하라고 재반복하고 확인을 꼭 받아서 '이 메뉴 제가 안시켰는데요?'를 미연에 방지한다. 설사 그렇게 말하더라도 아까 제가 재차 물어봤는데 화내셨던거 기억하시죠? 라고 이야기 하곤한다. 그럼 아니 그때는.. 하며 수긍을 하고 수그러든다. 처음에는 반발이 많았지만 어버버 하던 손님들도 전화상으로 또박또박하게 주문을 해서 이후의 일들이 원활하게 진행된다. 손님은 손님일 뿐이지 왕이었던 시기는 애저녁에 지나갔다.
폭풍같은 시간이 지나가고 아고고 라는 곡소리가 절로나게 피곤한 날에도 유튜브 영상을 들으면서 걷고는 집에와서는 엄마랑 간단하게 챙겨먹고는 10일에 사놓고 새까맣게 까먹고 있던 봄동을 씻어서 손질해 새콤하게 무쳐서 엄마는 피자랑 먹고 나는 엄마가 안먹은 3일전 사다놓은 떡볶이랑 같이 먹었다. 가장 내가 멋지다고 생각할때에는 내 머릿속에 먹고 싶은 맛을 내가 구현해낼때가 참 멋지다고 생각한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다음생에는 내가 엄마로 태어나고 싶다고 놀리곤 한다. 가만있으면 맛있는것만 해주고 사다주고 데워주고 잘라주고 입앞까지 가져다주는 사람이 어디있냐고 놀린다. 뭔가 먹고 싶거나 부탁할때 엄마는 늘 나보고 공주라고 입에 침도 안바르고 불러대는데 아마 난 전생에 궁에서 일하던 무수리였을거라며 투덜거리곤 한다. 설이 지난지 좀 일주일좀 안됐을때 갑자기 배추전 먹고 싶다고 해서 배추사와서 숟가락으로 눌러가지고 부침가루 사와서 구워주기도 했었는데 어느나라 공주가 이러냐는 말이다..ㅎㅎ 불리할거라는걸 알았는지 싹 입닦고는 짜네 싱겁네 평가하며 야무지게 먹는 모습을 보면 왜그리 얄미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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