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세계에서 벗어나는 법을 동양에서 최초로 자세히 사상화 한 사람은 인도의 석가모니다. 석가모니는 29세때 아내를 버리고 출가한 뒤, 6년간의 수행 끝에 35세 때 깨달음을 얻었다. 그의 6년간의 수행 중에 인생 속의 고통을 분석하고 이를 없애는 방법을 찾았다. 석가모니에 따르면 태어나서 죽고 또 무엇으로 태어나서 죽는, 즉 윤회가 지배하는 이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세상에서 인간은 많은 괴로움에 직면해야 한다. 일단 사람은 태어날 때 어머니의 산도를 통과하면서 이 세상에 태어나기 이전의 생애를 망각하는데 이것이 생고이다. 이어서 노고 병고가 찾아오고 반드시 사고가 뒤따른다. 이것이 인간으로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는 과정에서 겪는 사고이다. 인생 행로에서는 여기에 다음 네 가지 고통이 더해진다. 사랑하는 자와 언젠가는 반드시 이별해야 하는 고통, 싫은 사람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고통,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고통, 몸과 마음의 왕성한 감정과 욕구로 인한 고통 등 이것이 흔히 일컫는 사고팔고이다.
이 사고팔고를 극복하는 방법으로는 팔정도를 설파했는데 이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음을 자주 떠올릴 것, 번뇌에서 벗어나길 바라며 마음을 바르게 유지할것, 거짓말하거나 타인을 비방하지 않을 것, 살생하거나 도둑질하지 않을 것 등이 있다. 서양철학자 중에서 가장 석가모니에 가까운 철학을 주장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쇼펜하우어이다. 특히 싫은 사람과 사귀어야 하는 괴로움 즉 원증회고를 중요시하여 고독한 삶을 살도록 권했다. 하지만 쇼펜하우어는 석가모니처럼 출가하여 속세를 등지는 것이 훌륭한 이상임을 인정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현실적인 고뇌를 논하는 동시에 그러한 고뇌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제시했다. 고통과 권태 사이를 오가는데 고통에서 벗어나려 애를 쓰면 고통의 종류만 바뀔뿐이다. 또한 그 고통만이 인간을 더 나은 존재로 만들어 준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아무리 도망쳐봤자 죽음과 가까워지면서 천천히 죽어간다고 이야기하며 현재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철학자는 쇼펜하우어에 가깝다. 많은 철학자를 아는건 아니지만 사는 게 고통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학창 시절 친구들끼리 우르르 떼(?)를 지어서 화장실이나 매점을 오고 가는 것을 보면서 왜 저렇게 비효율적일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쓰는 편이 아니다 보니 더 그랬던 거 같다. 아마 청개구리 심보가 나에게 있었던 게 틀림없다. 남들이 뭘 하든 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꼭 해야 하는 성격이었고 취향 한번 굉장히 올드했다. 남들은 아이돌 노래를 좋아하고, 아이돌 춤을 좋아할 때 난 죽은 지 한참 된 사람을 덕질하고 있었으니.. 그분은 이름하여 충무공이라고 했다.. 맞다 우리가 아는 그 성웅 이순신..ㅋㅋㅋ
또래 친구들이 보기에는 아마 미친사람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몇 없는 그때의 기록들을 보면 진짜 미친놈이었구나를 느끼니까.. 역사서를 돈 주고 사서 보고 도서관에서 틀어박혀서 보냈었으니.. 살짝 눈이 돌아 있었던 게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 때 나는 왜 태어났을까라는 질문에 해답을 찾고 있었던 거 같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었다고나 할까.. 이유는 모르겠으나 막연하게 서른이 되면 죽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 같다. 집안에 나이 든 사람이 없고 기껏해야 보는 사람이 엄마 아버지가 다였다 보니 아 저 나이보다 더 들면 죽는 건가 하는 생각을 순진하게 했던 거 같다. 이왕 사는 거 불꽃처럼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마침 용의 눈물이라는 대하사극을 보고 조선사에 꽂혀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미친 듯이 읽으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탄생과 죽음을 접하면서 사는 게 고통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특히 사도세자와 정조에 왜 그리 꽂혔을까...;;) 그러다가 귀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칼의 노래라는 소설을 읽으면서 난중일기를 읽었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거의 다 아는 일기지만 내용은 잘 모른다는.. 두 책이 너무 딥하고 깊어서 이순신이라는 인물의 처절한 인생사를 알 수 있어서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특히 아끼던 셋째 아들 면을 앞세웠을 때의 그 구간은 정말.. 여담인데 지금은 아마 통합이 되었을 텐데 내가 용돈으로 칼의 노래라는 책을 살 때에는 1,2권이 나눠져 있었다. 까만 표지인 책을 샀는데 하필 2권을 샀었는데 다 읽고 언젠가 1권을 사야지 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아직도 사지 못했다. 그 당시에는 왜 2권을 샀지 싶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2권을 사서 다행이다 싶다. 1권을 샀으면 뒷내용이 궁금해서 어쨌을까 싶다.
그때 불멸의 이순신이라는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이라는 김탁환 소설가의 소설, 천 페이지가량 되었던 이순신 평전에 나중에는 그 시기에 세계정세가 궁금하다고 세계사까지 파고 난리가 났었다. 한때 꿈이 역사학자였는데 한문과 영어가 싫었던 나는 현실적으로 밥벌이하기 쉽지 않다며 고2 때 방황하고야 만다. 그래도 그때 많은 역사책들을 읽으면서 한 나라의 부흥과 몰락, 여러 사람들의 인생사를 보면서 사는 게 쉽지 않다는 간접경험을 쌓았던 거 같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엄청난 방황을 한건 아니었으니까.. 덕분에 대학교과서는 현재 내가 해야 하는 것들에 몰입해서 현재 해낼 수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했던 거 같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나의 문제를 내 안의 나가 아닌 책이나 다른 매체로 눈을 돌렸던 게 아쉽다. 외면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그때 들여다봤다면 20대 후반, 30대에 그렇게 슬럼프가 길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왠지 돌아가도 똑같이 책만 들입다 파고 있을 거 같지만..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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