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신이 안주해서 선택한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실망시키고 내가 응당 누릴 권리를 주장할 때 내 삶의 기준은 자연히 올라간다. 절대 내가 남보다 잘나고 중요한 사람이라 생각하거나 무례하고 오만하게 행동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단지 나 자신의 욕구를 좀 더 인식함으로써 나와 나의 욕구를 좀 더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다음에 머릿속에 또 '그냥 참고 넘어가자'와 비슷한 말이 들리기 시작하면, '이번엔 안돼!'라고 맞서자. 비행기의 나쁜 자리 나 식당에서 잘못 나온 음식은 사실 우리가 삶에서 참고 지나가는 수많은 것 중 아주 작은 사례에 불과하다. 이제 할말은 하고 살자.
참 아이러니하게도 오늘 마침 참다가 폭발해서 마음의 이야기를 퍼부어 버렸다. 바야흐로 퇴근 후 집에 도착했을 때였다. 항상 우리 집은 오후 4시 전에 밥을 먹어야 한다. 하루종일 뭘 안 먹어서 배가 고프다는 둥 짜증을 내면 일단 마음이 조급해진다. 더운 여름 땀을 흘리며 집에 도착해서 찬물에 샤워를 한 다음에 창문이 없는 주방에서 불 앞에서 씨름을 한다. 요 며칠 5일 내도록 닭갈비만 먹자고 해서 질리게 만들더니 참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김치볶음밥을 해 먹자고 내가 제안을 했다. 씁쓸하게도 짜게 하지마라부 터 잔소리를 3절까지 듣다 보니 너무 화가 났다. 단 한 번도 고맙다는 말대신 이건 이래서 싫고 저건 저래서 싫고 요구사항도 많고 땀 쏟아가며(집에 에어컨도 없고 선풍기는 주방에 끌고 오기에는 선이 짧아서 정말 한증막에서 요리하는 느낌임) 음식을 해서 밥을 후딱 먹고 설거지를 하려고 챙기면 단 한 번도 설거지를 하려고 하지 않는 모습에 순간 짜증이 몰려왔었다. 참다가 설거지 좀 해주면 안 되겠냐는 뉘앙스로 달랬더니 늙은 엄마를 꼭 고생시켜야겠냐고.. 이미 일하고 와서 지치는 사람이 마저 지치면 안 되냐고 하는데 눈이 돌아버렸다.
사람이 뭔가 배려해주고 해주고 하면 좀 고마워해주면 안되는거냐고 마음속에 묻어놨던 이야기를 저질러버렸다. 자꾸 눈치를 준다는데 눈치를 준다고 가스라이팅 그만하고 좀 거들어라고 냅다 소리를 질러버렸다. 좋으면 좋은 거 좀 짜면 본인밥은 본인이 차려먹던가 매끼니때마다 본인 입맛에 맞춘다고 소금도 안 넣어서 밥이 목구멍에서 안 넘어가고 힘들어하는데 그건 모르지 않느냐고 그랬더니 냅다 집대출을 네가 갚는다고 눈치를 주느냐고 밖에서 네가 살면 그 정도 돈으로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드냐고 갑자기 집주인 행색을 하는데 질려버렸다. 아.. 대놓고 나가 살라고 눈치를 주는구나 싶어서 서러웠다. 남들은 엄마 하면 먹먹하다는데 왜 나는 자꾸 버겁고 무거운 존재가 되는 건지 모르겠다. 뭐랄까.. 남편 죽고 시어머니 모시고 사는 느낌이라고 하면 내가 너무 나쁜 딸년이 되는 거 같기도 하고.. 참 버겁다.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무보수로 야간아르바이트하러 온 느낌이라 참 씁쓸하다. 그래도 오늘은 마음속에 있던 이야기를 질러버려서 마음이 편하다. 차라리 좀 더 못돼 처먹어서 치열하게 싸우고 내 의견을 이야기할걸 억울하고 분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허연 김치볶음밥이 아닌 새빨간 김치볶음밥이 너무나도 맛있어서 잊을 수가 없어 더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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