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 is better than yesterday

hello's 24 - 25 일상

24.08.07. '에고'라는 적이 내 앞에 나타날 때.

hello :-) 2024. 8. 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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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고 싶었지만 지나친 자의식 때문에 시도하지 못한 것에 어떤 것이 있는가? 이번 한 주 동안은 무언가를 정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자의식이 발동하는 때가 언제인지 잘 살펴보자. 그리고 맘 굳게 먹고 극복해보자. 낯선 이에게 미소를 지어 보인다거나, 짝사랑하던 상대에게 데이트를 신청한다거나, 롤러블레이드 타기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자의식을 밀어내고 그냥 감행해 보자. 

 꼭 시도 해보고 싶었던 것은 집밥 해먹기이다. 사실 난 집밥에 대한 기억이 없다.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자연스럽게 우리 집 주방을 내가 책임지곤 했었다. 그렇다고 엄마가 요리솜씨가 없는 건 아니었는데 하는 걸 귀찮아하셨다. 난 먹는 게 좋은데 오히려 내가 엄마보다 편식하는 음식들이 좀 덜했다. 편식했던 음식들이 '나 이건 안 먹어!'는 아니고 '좀 껄끄러운데...'라는 생각을 가졌던 터라 두부나 콩 요리 그리고 콩나물과 김치를 안 좋아했었다. (참고로 안 먹은 건 아님. 콩이 들어간 밥은 좀 피하긴 했음.) 콩은 퍼석한 식감이 싫어서 피했었고 비슷한 이유로 팥도 좋아하진 않는다. 하지만 양갱은 좋아함.. 두부와 콩물은 우유하고 비슷하게 특유의 비린 향이 싫어서 싫어하곤 하는데 남이 주면 먹는다..ㅋㅋㅋㅋ  콩나물은 유구한 역사가 있는데 중학교 다닐 때 뛰어서 10분 거리에 학교가 있었는데 그날따라 유독 엄마가 밥을 늦게 차려줘서 안 먹고 가겠다고 대판 싸운 후라 4인용의 콩나물 건더기가 나의 국그릇에 몰빵 되어 있었다. 국을 안 먹다가 숟가락으로 머리한대 쥐어박히고는 일단 늦을 거 같아서 입안에 다 밀어 넣었으나 씹히지 않아서 질겅거리고 일어나려고 했다. 입안이 빌 때까지 학교 못 간다고 박박우 겨서 결국 울면서 학교에 뛰어갔었다. 9시가 넘어가서 출석부에 그여서 결국 개근상을 받지 못하는 참사가 일어났었다. 그 뒤에는 콩나물은 무침도 안 좋아하는데 아귀찜에 들어간 건 흐린 눈 하고 먹긴 한다. 

 우리집은 김치를 사다 먹는데 소금이 문제인 경우 오래되면 곰팡이가 피거나 쓴맛이 올라와서 못 먹는 경우가 생긴다. 그런 김치들을 많이 겪다 보니 김치라면 일단 경계를 하곤 했었다. 지금은 트위터에서 맛있다고 소문난 김치를 알게 되어서 너무 잘 먹고 있고, 오일장 족발집 이모님이 김장김치를 무료로 주셔서 잘 먹고 있다. 

 내가 요리사다보니 일하고 집에 오면 간단하게 밖에 음식을 포장해 오거나 간단하게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곤 했었다. 월급을 타고나서 생활비를 납부하고 나서 모처럼 대형마트에 가서 한 달 일용할 양식을 사 왔다. 큰손답게 닭주물럭 4.5kg을 샀다. 이 더위에 소분하고 손질할 거 생각하면 엄두가 안나곤 했는데 뭐 어떤가.. 최근 이유 없이 엄마가 매운 음식을 못 먹어서 고추장 주물럭임에도 불구하고 양배추랑 주물럭을 넣어서 600g과 단호박 200g을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어놨다. 선풍기 앞임에도 한 시간 반 가량 손질하다 보니 땀범벅이 되었다. 

 집밥이 하는게 큰 도전인 이유가 사실 같은 메뉴를 며칠 동안 먹는 게 나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쉽게 질려하는 탓이기 때문이다. 소분해놓고 나서 보니 거의 15일 치가 나오던데 부디 질려하지 않고 버리는 거 없이 모두 소진하는 게 나의 소소하면서도 가장 큰 목표가 되었다. 생활비 아껴서 맛있는 집밥을 해먹을 생각에 에어컨 없는 집구석에 행복하게 퇴근하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이제는 어릴때와 달리 먹을 수 있는거는 웬만하면 머든 먹는 어른이 되어버린 나자신이 오늘은 또 기특하다. 싫어하는 콩이든 두부든 콩나물이든 김치든 뭐가 대수랴 뱃속에 들어가면 장땡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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