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동안 남몰래 혼자서만 품어온 아이디어가 있었다. 바쁜 삶에서 잠시 물러나 내년의 삶을 기획하고 구상하는 것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함께 좀 더 친밀한 환경에서 나의 생각들을 공유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마사지도 받고 좋은 음식도 함께 나누며 그런 시간을 갖는다면 그보다 더 훌륭한 자기 돌보기가 있으랴 싶었다. 하지만 정말로 실현하기엔 너무 꿈같은 일이라 느껴졌다. 그래서 이 아이디어는 내 마음속에서만 자리 잡았고 한 번도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했다.
남몰래 혼자서만 간직하고 있는 자신만의 사람이나 소망은 무엇인가? 잠깐 꺼내서 혼자 흡족하게 바라보다 다시 넣어두는 당신만의 아이디어는? 너무 꿈같아서 실현가능성이 없을 것만 같은 소망은? 정말로 하고 싶고, 되고 싶고, 제안하고 싶은 무언가를 자꾸만 미루고 있지는 않은가? 어쩌면 당신은 연극 무대에 오르고 싶을 수도 있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싶을 수도 있고, 춤을 배우거나 먼 나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을 수도 있고, 책을 쓰고 싶을 수도 있다. 이런 당신의 꿈을 현실로 만드는 것을 저지하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이 당신을 주저 않히는가?
사실 먼가 해보고 싶다는 건 딱히 있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냥 시원한 실내에서 뒹굴거리고 싶어 진다고나 할까.. 한여름에 회전도 안 되는 선풍기 앞에서 늘어지게 누워있으면서 필연적으로 하는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누가 데려가면 좋아하지만 먼저 계획해서 어딜 가는 것을 굉장히 귀찮아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거의 10년간 하루이상 쉬어본 적이 없다 보니 어딜 가려고 마음먹으면 갔다가 와서 다음날 몸이 힘들 것을 너무 잘 알아서 더 집에 틀어박혀 있게 된다. 그렇다고 근무하고 어딜 가자니 생각만 해도 막막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저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해서 야무지게 먹는다고나 할까.. 최근에는 야무지게 김치볶음밥을 하는데 재미를 들여서는 불 앞에서 비 오듯이 땀을 흘려가며 볶기도 한다.
내가 주저하게 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머니해도 머니가 제일 문제가 아닐까.. 그렇다고 비상금이 없는 건 아닌데 정작 일을 손에 놓으면 한두 달 쉬고나서 다시 일을 구하지 못할까봐 걱정이 되는게 가장 큰 이유이다. 마음같아서는 쉼없이 10년간 달려왔는데 한두달 푹 쉬고 싶긴 한데 아마도 내 성격상 일을 쉬게 되면 통장잔고를 보면서 불안해하고 강박을 가질 것이 뻔히 보이기에 일을 하는 게 더 편하다. 마지노선으로 잡은 25년 후에는 미련 없이 그만두리라 생각하지만 모르겠다.
최근에 엄마랑 밥을 먹으면서 유튜브를 보는데 엄마와 딸이 둘이서 해외여행을 다니는 인플루엔서가 등장하는 영상을 보는데 엄마랑 나 둘 다 부럽다는 생각은 안 드는 게 너무 웃겼다. 여행 가고 싶다면서 여행 영상을 찾아보는데 저기까지 갈 엄두가 안 난다고 강릉이나 속초에 살면서 맛탐방 이런 건 해보고 싶긴 하다고 말하는 거 보니 그 엄마에 그 딸이 맞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내가 엄마 닮았다고 했다가 엄하게 혼났는데.. 저기요.. 먹는데 욕심 없다면서 피자 먹으면 젤 큰 조각 먹는 엄마 먹는데 진심이라서 요리사 된 딸이랑 같다는 생각이 안 드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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