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관심을 가지고 보는 프로그램이 생겼다. 무려 김태호 PD가 연출하는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사실 오래전부터 무한도전의 열렬한 광팬이었던 나는 매주 본방사수를 했었다. 대한민국 평균 남자보다 살짝 부족한 이들이 매주 하나의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모습들이 새롭고 신박했다. 각종 대회에 참여하되 진지하게 몇 주동안 준비하는 모습들도 신박했고 매주 신박한 포맷을 도전하는 모습들에서 경이로움을 느끼곤 했었다. 10년 동안이나 그 기발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리라고는 아마 김태호 PD도 각 멤버들도 생각하진 못했을 듯싶다.
이후 MBC를 나오면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모습에서 멋지다는 생각을 하곤했었다. 프로그램 너머로 사람에 대한 궁금증을 보여준다. 그러던 중에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이번에 새로 나온 예능은 바로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 처음에는 가브리엘 이라는 단어만 듣고는 종교적인 생각이 들어서 동시간대에 방송하는 서진이네 2를 봤었다. 그 집은 너무 열심히 일하는 인턴과 여전히 대책 없는 임직원들의 모습에 혼자 근무하는 느낌이 한가득 들었다. 끝부분이지만 잠시 보고서 재미있겠다 싶어서 다음날 운동을 가지 않고 재방송을 봤었다.
가브리엘은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내가 아닌 타인의 삶을 대신 살게 된다면?' 에서 시작된다. 타인의 인생을 72시간 동안 빌려 산다는 조금은 황당한 기획의도가 있다. 처음에는 물음표를 한가득 가지고 보기 시작했으나 1회의 중반부터 소소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보면서 웃고 떠들기 위해서 예능을 보지만 힐링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단 박보검님이 너무 맑고 해사하게 잘생긴 것도 한몫하는 거 같지만.. 박보검 님이 72시간 동안 삶을 빌린 사람 루리라는 사람인데 아일랜드 한 합창단 램파츠의 모습들도 한 명 한 명 모두 다정하고 따습게 새로운 루리를 친구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보검님도 진심으로 한명 한 명 모두 이름을 외우고 얼굴을 매치하고, 실제 루리라는 사람의 부모님 집에 방문해서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고 아들처럼 살갑게 대하는 모습이 왜인지 울컥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었다. 따스운 정이라는 게 저런 거였지 라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가장 압권은 램파츠의 버스킹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고서 한 명 한 명 진심으로 보검의 루리를 고마워하고 72시간 동안의 시간을 나눴지만 누구보다 진심으로 대하는 보검님과 그런 보검님을 대하는 사람들을 보며 울컥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나의 눈물버튼인 부분이었는데 보검이 빌려 잠시 산 72시간을 위해 자신이 전하고 싶은 말을 한글로 번역해서 그 글을 보고 하나하나 그려서 전달하는 편지에서 나도 눈물이 주룩주룩 났었다. 과연 나도 누군가를 저렇게 진심으로 대했었던가 하는 반성도 살짝하면서 몽글몽글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몇 번이나 돌려봤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입소문이 나서 다음편인 혜란 배우님이 빌리는 또 다른 타인의 삶도 많이들 봤으면 싶다. 사실 흔히 보는 예능의 자극적인 맛은 없다. 오히려 심심한 동치미 막국수 같은 느낌이라 오히려 다큐멘터리인가 싶었는데 박명수님이 빌리는 우티의 삶은 웃음포인트가 많았던 건 비밀.. 툴툴대면서 한국 자영업자의 스킬을 알려주는 모습에서 웃음이 났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가끔 삶이 버겁거나 힘겨웠을때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다른 사람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뒹굴거리고 싶기도 하고 지금과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여행을 원 없이 다니고 싶은 거 말고는 원하는 대로 살고 있지만...
다음회차에는 염혜란 배우님은 중국에서 엄청 큰 레스토랑인가 식당의 총괄 매니저의 삶을 빌리던데 얼마나 식은땀을 흘리면서 열심히 적응하려고 고군분투 하실지 걱정되면서 응원하게 된다. 또 다른 예능을 선보이는 김태호 피디와 이 프로그램을 두고두고 아껴보고 싶다. 자극적이지 않고 심심한 맛이라서 더 오래 즐기고 싶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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