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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s 24 일상

24.06.30. 당신의 업적이 당신의 가치를 말해주지 않는다.

hello :-) 2024. 6. 3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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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의적 프로로서 당신이 하는 일은 당신의 직관, 헌호도 그리고 영향력에 의해 정의된다. 그 결과 당신의 작업은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 된다. 동시에 일이 당신의 가치를 증명한다고 믿게 되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하지만 당신의 일이 당신을 온전히 대변하지 않으며, 특히 그 일에 대한 세상의 평가에 따라 당신이 정의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당신의 게으름에 대해 변명거리를 주려는 게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말고 완전히 자유롭게 행동하라고 조언하는 것이다.

 성과만 추구하는 권윚거인 문화에서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야기이긴 하다. 그래도 나는 눈에 보이는 업적과 당신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일을 분리하라고 말하고 싶다. 당신은 일과 자신의 가치를 과도하게 동일시하고 있지 않은가? 당신은 당신의 일이 아니며 특히 그것이 세상에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에 의해 정의되지 않는다. 일과 당신의 가치를 과도하게 동일시 하고 있지 않은가?

 한때 정말 세상에 화가 많고 예민하고 까칠하던 시기가 있었다. 사람을 상대하고 응대하다보니 바지주머니에 송곳을 넣으면 구멍이 뚫려 주머니 안에 있던 100원짜리와 딱 삔, 쓰레기들이 하나둘 흘리듯이 내 에너지를 질질 흘리고 다녔었다. 뭐가 그렇게 화가 많았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사람들이 화를 내고 불만을 내고 무례하게 대하면 내가 하는 일 때문이 아니라 내 존재 자체가 부정당한다는 느낌이 강했었다. 실제 무례하게 반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야, 너 이런 호칭은 예사고 내가 너 찾아내서 죽여버린다는 말도 듣기도 했었다. 그러다 보니 출근하기 싫어서 6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새벽 4시까지 안 자고 버티기도 하고, 밥을 먹어도 늘 체하고 입병을 달고 지내기도 했었다. 가장 심할 때는 그만두기 직전에 내가 근무했던 곳이 건물 6층이었는데 여기서 뛰어내리면 아플까?라는 생각에 미치자 이러다가 큰일 나겠다 싶어 그만두고 쉬었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은 나만 겪은 게 아니라는 것을.. 나는 보지 않았지만 엄마가 영화 다음 소희를 보고 안타까워했었는데 그 스토리가 나를 포함해 나와 같이 근무했던 동기들이 겪었던 심리상황이었다. 

 심리학 책이나 마음챙김 책, 번아웃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휴식을 주려고 애를 쓰곤 했었다. 일을 관두기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일을 그만둘 경우 근무시간대가 완전 고정인 데다가 오후 3시 퇴근이라는 메리트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었다. (전전 직장은 저녁 10시에 퇴근이었음.. 출근시간 동일하고.. 월급은 20만 원 더 적었다...ㅠ) 세상을 못 바꾸니 내가 나를 바꾸는 수밖에.. 가장 최우선은 내가 흠이 잡히지 않게 최대한 완벽하게 일처리를 하려고 했다. 나도 인간인지라 실수를 하게 되면 혹은 늦게 음식이 나오면 먼저 "죄송하다"라고 사과를 하고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다고 꼭 표현을 하곤 했었다. 먼저 얼마나 걸리는지 이야기하고 먼저 이야기해 줘서 고맙다는 피드백이 많아서 처음에는 의아했다. 사실 요즘 사회에 미안하다, 죄송하다고 이야기하면 큰일 나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의 경우는 정말 큰 실수를 하더라도 먼저 미안하다 죄송하다고 이야기하면 처리해 줄 수 있는 일이냐 아니냐를 묻고는 해결해 준다고 하면 기분이 언짢아도 해결해 줘서 감사하다고 하고 넘어가는 편이다. 미안하다는데 뭐라고 하겠나.. 되려 다른 이야기가 먼저 나가면 변명 같고 치졸해 보여서 일단 형식적이든 아니든 사과를 먼저 하고 이러한 이유로 오래 걸렸다 혹은 어떤 메뉴가 원래 오래 걸려서 그렇다 다음에 미리 전화 주면 빨리 해주겠다는 등 대안을 제시한다. 

 오늘의 경우도 얼굴 표정만 봐도 당장 쏴붙을거 같은 사람이었는데 내가 미안하다 죄송하다고 이야기하자 표정이 풀리는 것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데 어쩌면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말을 듣고 싶은데 듣지 못하는 사회에 사는 게 아닌가 싶다. 가끔 되지도 않는 요구를 하는 경우는 머쓱해하면서 어쩌죠.. 제가게가 아니라서 그 요청은 못 해 드리겠는데.. 대신 음료 서비스는 안될까요?라고 합의점을 제시해 본다. 그리고 다시 한번 죄송하다. 신경 쓴다고 했는데 뭔가에 홀린 거 같네요.. 하고 마무리를 하면 나도 직업적으로 최선을 다한다는 진심을 내보이면 그만큼 좋게 봐줬었다. 반대로 나도 저 손님이라면 너무 오래 걸려서 화났을 거야..라고 생각하게 된다. 사회적으로 학습된 AI 같다고 놀림을 받지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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