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문을 벌컥 열고 큰소리로 명령하면서 모두 굴복시키려 드는 파괴적인 관리자 모습이 떠오른다. 이는 확실히 자존심의 일면이다. 하지만 조직 생활에서는 종종 더 미묘한 형태로 자존심이 드러나는데, 이 역시 파괴적일 수 있다. 바로 다음과 같은 모습으로 드러낸다. "내 생각이 마음에 안 든다는 거지? 괜찮아.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당신이 알아차릴 수 있을 때까지 여기 구석에 조용히 있을 테니까.."
여기에서 피해자 행세를 하는 것은 일종의 이기심이다. 당신이 생산적인 열정보다 자존심을 더 우선시한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무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한 당신은 상대방에게 인정받을 때까지 한 발자국 물러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피해자 행세를 할 때 당신은 창의적 작업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다. 대화는 끊기고, 당신의 업적은 더 이상 언급되지 않을 것이다. 치러야 하는 대가는 이렇게 비싸다. 멍든 자존심 때문에 당신의 업적을 저버려선 안된다. 피해자 행세를 하지 마라. 일이나 삶의 어디에선가 피해자 행세를 하는 부분이 있는가? 무시당한다는 생각에 작업에 대한 헌신을 보류하고 있지 않은가?
가끔 서비스직에 종 사하다 보면 슬쩍 자존심을 건드리는 손놈을 만나게 된다. 과연 지가 진상인걸 과연 모르는 걸까 싶은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은근슬쩍 말을 반토막만 하고 뒷말을 꿀꺽 먹는 사람, 돈을 꾸깃꾸깃 버리는 영수증 버리듯 던지는 사람, 삿대질하듯이 카드를 내미는 사람, 혼자 자기 할 말만 빠르게 쇼미 더 머니 나가듯이 랩 해서 못 알아들어서 물어보면 물어본다고 짜증 내는 사람, 자동문 발로 뻥차면서 유모차로 들이박으면서 들어오는 사람, 막무가내로 밥 더 달라, 반찬 더 달라 요구하는 사람, 내가 사장이랑 친한데.. 라면서 안면인식장애가 있어 다른 장소에서 직원을 만나면 경계하는 우리 사장님과 절친이라고 우기는 사람등.. 참 다양한 사람이 많다.
예전에는 왜 저런 사람들이 와서 나를 힘들게 하나, 지치게 하나, 기분 나쁘게 하나 생각하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괜한 자격지심에 더 예민하게 발끈한 게 아닐까 싶다. 지금은 아닌 건 아니라고 이야기를 한다. 말을 반토막하는 사람에게는 똑같이 나도 메뉴 확인하는 척하면서 반토막으로 확인한다. 김치볶음밥.이라고 주문하면 메뉴 확인할게요.. 김치볶음밥? 1개? 웃기게도.. 손님들이 그 뒤에 존댓말 하는 마법이 일어난다..ㅎㅎ 돈을 꾸깃꾸깃 포스에 던지는 사람에게는 그 사람 손에 돈을 쥐어주면서 이렇게 돈 받으면 굉장히 기분이 안 좋다고. 쓰레기 받는 느낌이라고 정리해서 주실 수 있나요?라고 정중히 요청한다. 대부분 아. 미안하다며 정리해서 주거나 똥 씹은 표정으로 돈을 정리해서 준다. 어린 친구들의 경우 어디 가서 절대 그러지 말라고 받아보니까 이모가 기분이 가 좀 안 좋더라고.. 라며 꼰대스러움을 발휘한다.. 유모차로 들이박는 사람은.. 손님 저희 가게 문이 잘 안 열려요.. 그러다가 강금당하고 저 퇴근 못해요..라고 협박(?)을 한다. 막무가내도 더 줘하는 사람에게는 많이 줬다고. 더 드시고 싶으면 추가금액 주면 더 준다고 이야기하면 닭을 치고(닥치고) 그냥 먹더라.. 사장님과 친분 우기면 내가 사 장 이다를 선언함.. 찐 사장인 사장님은 뒤에서 또 누가 진상을 부리는구나 하면서 음식을 만들고 계심..ㅋㅋ
사실 상대방의 말투나 반응은 내가 통제를 하지 못한다. 그것으로 내 하루의 기분을 잡치는 것은 내 손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정 기분 나쁘고 분이 안 풀리면 진상 손놈이 가고 나서 맛소금이긴 한데 소금을 찍먹 하면서 퇴마 했다고 치고 기분을 전환한다. 그 하찮은 중생 따위에 나의 레벨업 구간을 망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주체적으로 일한다. 일과 나의 존재를 분리를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아직도.. 퇴근 후에는 기력과 인류애를 잃어서 일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전혀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는 거.. 최근에 독서모임에 관한 책을 읽었는데.. 작가의 독서모임에 각종 빌런들을 이야기하는데 어디서 많이 보던 유형들이라 오디오북으로 들으면서도 실시간으로 기가 빨린다. 정말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많이 살고 있다는 걸 가끔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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