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만난 손님덕에 오늘은 굉장히 기분이가 좋았다. 사실 이 손님은 자주 오는 손님은 아니었지만.. 손님의 친화력 덕분에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관심사에 대해서 대화를 많이 했던 손님이라서 기억에 남는 분이다. 주로 아침 일찍 오는 손님이라서 시간적인 여유가 많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보기에는 굉장히 젊어보이는 분이었는데 30대 후반이었는데 아침에는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나서 운동을 하고, 논문을 쓰면서 저녁에는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 논문을 쓰는 분이라고 했었다. 최근에 만났을 때가 아마 늦가을이었나 했는데 아이가 또래 남자아이에게 명치를 폭행을 당하고 학교에서도 중재하려고 하지 않아서 속상하다고 해서 그저 해줄 건 서비스 줄 거밖에 없다고 사장님 몰래 드리는 거라면서 주면서 든든히 먹고 힘내라고 했는데 울먹거려서 계속 마음이 안 좋았었다.
늦가을에 화장실 가다가 우연히 뒷모습을 보긴 했는데 일행이 있어서 잘 지내시려나 하고 궁금했는데 오래간만에 오늘 방문했던 거였다. 아이의 문제는 잘 해결되었고 가해자 부모에게 사과같지 않은 사과였지만 일단 받고 딸아이 남자친구가 지켜주겠다고 하고 잘 해결되었다고 하는데 좀 씁쓸하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공감이 되었다. 주변에서는 예민한 거라고 해서 주눅이 들었는데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줘서 너무 고마웠다며 최신 근황을 이야기해 줬다.
작성중이던 논문을 제출하고 3차 면접까지 잡혔었는데 (나는 논문에 대해서 잘 모름..ㅎ) 2차 면접에서 잔소리 조금 듣고 바로 합격 도장을 받았다고.. 현재는 티오 나오면 출강 나가려고 강의계획서 작성 중이라고 하셔서 축하해 드렸다. 간간이 서비스도 주고 하소연 들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듣고서 별로 해준 게 없는데 감사인사를 받아서 어찌나 민망했는지 모른다. 이제 그럼 교수님 되는 거냐고 하니까 당장은 아닌데 목표가 그렇긴 하다고 해서 멋있다고 기립박수를 쳤었다.
처음 이야기를 나누게 된 계기가 내가 오디오북 기능으로 틀어놓고 2.4배속으로 듣고 있으니 저여자 뭐라고 하는 거냐고 손님이 웃으면서 물어봐서 책 듣는 거라고 했다가 자신도 책 읽는 거 좋아한다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당시에 나는 운동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는데 운동복 차림에 아침 일찍 오는 분이라서 처음에는 골드미스인 줄 알았더니 다 큰 아이가 있을 줄이야... (다 큰의 정의는 사람구실 하고 학교 다니면 다 컸음) 자연스레 무슨 책인지 묻다가 논문 쓴다고 하셔서 논문주제를 묻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관심사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기 계발과 투자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음.
사실 내 가게는 아니지만 먼저 반갑게 인사해주고 아는 척해주는 손님은 뭐라도 더 해주고 싶은 게 사람심리이다. 그 손님도 아침에 간단하게 김밥 때우기 대신에 우리 매장에 와서 음식을 포장해 가니까 나름 윈윈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신메뉴 맛있냐고 물어보면 정말 솔직하게 말해준다. 그거 지지라고.. 그거 이런 맛이라고 말해주기도 하고.. 아직 안 먹어봐서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면서 슬쩍 이것도 새로 나왔는데 소량만 서비스로 드릴 테니까 담에 어떤지 말해달라고 하기도 한다.
아이를 전업으로 키우는 사람들도 대단하고, 아이를 키워내면서 일을 하는 사람들도 대단하지만 아이를 키워내면서 공부를 하는 분은 진짜 더더더 존경스럽다. 난 아직 나도 나를 케어를 못하겠는데.. 온전히 안 생명의 우주이자 책임을 진다는게 .. 세상이 많이 좋아져서 여타 다른 손을 빌릴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엄마의 존재가 가장 큰 부분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아침에 운동까지 하다니.. 크.. 그 손님이 하는 말이 집에 실내 자전거나 이런 거 있음 차근차근 시간을 늘려가면서 일단 몸 움직이는 것에 습관을 들여야 꾸준히 운동하기 쉽다는 말을 듣고는 실천하고 있는데 언젠가는 그 손님처럼 요가도 배워보고 싶다. (근데 나뭇가지보다 더 뻣뻣한...;;;) 오래간만에 반가운 손님을 만나서 종일 기분 좋게 근무할 수 있어서 감사하면서도 반가웠던 손님이었다. 다음에 또 보면 강의는 나가게 되는지 혹시 명함 있음 하나 달라고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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