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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 보니 책 소개말에 자살 사별자의 이야기라는 말에 읽게 되었다.
- 죽음은 누구나 만나기 마련이다. 나의 죽음을 비롯하여 가족의 죽음이나 친한 사람들의 죽음등. 부디 많이 아프지 않길 바라면서 읽게 되었다.
- 이 책의 처음의 도입부가 너무나 강렬하다. 저자는 엄마와 산티아고 순례길을 여행한다. 엄마의 은퇴기념으로.. 이런 게 행복이라며 엄마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비성수기의 스페인은 대부분 닫혀 있어 주식이 샌드위치와 햇반이지만 그저 행복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대도시를 지나다 식당을 발견하고 배추 된장국과 비슷한 국물요리로 뱃속에 뜨거운 것을 밀어 넣고, 드 넓은 숙소에 둘 전세를 낸 것처럼 독차지해 본다. 하지만 행복도 잠깐.. 다급한 아빠의 메시지 "일어나자마자 전화해."를 받게 된다.
- 사실 아버지는 연락도 없고, 가족들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웬일로 연락을 했나 싶어 전화를 걸자마자 엄마에게 전화를 넘긴다. 엄마는 긴 한숨과 함께 잠시 말을 잃었다. "정말? 하아... 자식... 왜 그랬어..." "몇 달 동안 힘들다고 그러더니 퇴사하라고 할걸...." 들려오는 대화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다. 아는 사람인 걸까... 그렇게 엄마의 아들, 저자의 오빠의 갑작스러운 부고를 알게 된다.
- 부랴부랴 입국하고 오빠의 장례를 치르면서 남은 자들의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 입관하면서 오빠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인사하라고 하지만 차마 오빠 허리춤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흘낏 얼굴을 쳐다본다. 안경 벗은 얼굴이 낯선거 같고, 굳게 닫힌 입과 눈이 낯선 건지, 모든 게 낯설고 무서웠다. 마지막 인사하라는 안내에 용기 내어 오빠의 손을 한번 잡아본다.
- 이 글은 저자가 자신의 오빠를 떠나보내면서 겪은 2년간의 기록에 가깝다. 사실 난 주변에 친척이 없고, 누군가의 죽음을 정확히 목도한 적이 아직 없다. 흐릿하게 기억하는 거라고는 초등학교 6학년 때 갑자기 폐암으로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죽음이 전부이다. 그러다보니 이런 애도의 과정이 없이 훌쩍 시간이 지나가버려서 어떤 느낌일지 처음에는 확 와닿지 않았다.
- 한 가정의 아들이자, 오빠이자, 무책임한 가장을 대신한 든든한 버팀목이기도 했던 젊은 청춘이 왜 죽었을까라는 질문을 수 없이 되짚어보고 그 이유를 유가족들이 찾아가는 과정이 중후반부에 그려지고 있다. 사실 생각보다 동생인 저자가 오빠를 잘 알지 못했음을 반성하고 후회하는 부분에서 마음이 아팠다. 아무리 허물없이 지낸다고 하더라도 각자의 고민과 생각을 다 알 수 없는 건데.. 오빠의 외로운 마지막길이 생각난다는 글에서 왜 이리 몸과 마음이 시린지 모르겠다.
- 아들이 죽고 나서야 자신의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정면으로 직면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참 안타깝기도 하고 왜인지 미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좀 빨리 정신 차리시지 그러셨어요... 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아들이 죽고서 친척들과 타인들의 수군거림에 그저 아들의 명예가 떨어지지 않고, 인정받길 바라며 자신의 종교에 빠지는 엄마와 착하고 선하던 오빠가 왜 그런 결심을 한 건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다가가는 저자의 모습에서는 과연 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각자만의 애도방법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찰나에 해본다.
- 후반부에 저자가 오빠의 블로그를 발견하면서 오빠의 자살의 직접적인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다. 과로.. 아마도 소모된다는 느낌과 나 자신이 없어진다는 느낌에서 코너로 몰려서 그랬던 게 아닐까.. 사람이 코너로 몰리면 정말 생각이 매몰되기도 하고,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놓치기 쉽다. 나 역시 그랬던 적이 있어서 더 마음 아프게 읽었다. 마음이 힘들어서 모든 걸 놓고 싶은 사람들이 읽고서 혹여나 자신의 선택으로 남은 사람들의 슬픔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두 번째 읽었을 때는 오죽하면 그랬을까 라는 생각도 어렴풋이 든다. 너무 맑고 선하고 책임감 강한 사람이어서 아마도 못 버텨내는 자신이 너무나도 미웠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어 참 짠했다.
- 끝부분에는 오빠의 죽음의 끝을 뒤쫓다가 과로로 인한 유가족들의 모임에서 자기소개를 하다가 하염없이 눈물이 터진 저자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나도 덩달아 눈물이 나왔다. 그러면서 담담히 자신을 객관적으로 되돌아보면서 괜찮음을 인정받으려고 애써 밝은 척한 게 아닐까 라는 성찰에 찡했다.
- 형제가 죽으면 가족 간에 할 일이 별로 없다. 아들의 죽음 이후 서류나 재산 등 정리하는데 부모님이 직접 나서야 하고, 형제가 처리하려면 위임장이 있어야 한다는 것에서 '애도하는 게 일입니다'의 책의 일화가 다시금 떠오른다. (거기서도 동생이 고독사로 죽었는데 동생이 자녀가 있으면 형은 동생의 시신인도할 수 없다. 부모자식 간이 1순위이고 형제간에는 법적으로 권한이 없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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