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하면서 소원 풀이중에서 하나가 "재고소진으로 영업 끝났습니다." 를 말해보는 것이었다. 사실 나의 매장이 아니다보니까 발주를 내가 넣지는 않는다. 다만 물류가 오면 나름 테트리스로 잘 정리해서 넣고 빠진거 없는지 체크하고 빠진거는 물류센터 담당자에게 최대한 빨리 오늘, 내일중에 보내라고 딜 하는게 다였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에 매년 가을 10월에는 비공식 행사가 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사는 지역구의 노인체육대회 단체주문이다. 수백개의 단체주문을 매장을 초창기에 열었을때부터 사장님이 근성으로 따냈던 것으로 거의 7~8년째 진행했었다. 코로나로 취소가 되고 처음 개최되는 행사다보니 사장님도 바짝 긴장하고 계셨었다. 주최하는 곳에서 처음에 9월 중순에 250개의 주문이 들어오고 이거 어떻게 하지?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틀뒤 취소가 되었다고.. 사장님은 아쉽지만 나에게 반가운 소식이라며 알려주셨다. "사장님, 많이 팔아야 저도 뽀나스를 받쥬.. 취소되어서 전 안좋은디.."라고 이야기 했다.
나름 노인회에는 회장과 부회장, 그리고 실장이 있는 구성인가보다. 이전에 사장님을 좋게 봤던 회장과 부회장은 연세도 있고, 임기가 완료되어 새로 선출되었다고 한다. 새로 구성된 조직 사장님께그리 호의적이지 않고 이권다툼으로 취소가 된거라는 뒷이야기를 들려주셔서 흥미진진한게 들었다. 하지만 사장님의 생각과는 다르게 일주일 후에 노인회 실장이라는 실세(?)라는 분이 그동안 사장님을 좋게봐서는 각각 노인정에 주문하라고 해줄테니 직접 주문을 받는게 어떻냐고 했었다. 그때부터였다 사장님의 핸드폰에서 불나기 시작한게...
그러고 9월말일.. 사장님께서 진지하게 면담 요청을 해서 나름 쫄아 있었는데(딱히 쫄이유는 없었는데...걍 면담이라길래..) 노인회에서 주문 받은게 거의 300개 가까이가 되는데 이거를 다른 매장하고 찢어서 할건지 다 할껀지 고민이라고 해서 호기롭게 우리가 다하자고 했었다. 문제는 둘이서 300개를 싸는건데 가능하겠냐고 하셔서 할수 있습니다를 시전했다. (뭐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하는 과거의 나의 생각..)
사장님이 딜을 협상한게 10시 30분까지는 완료해야 하는 상황인데 혹시 일찍 출근 하겠냐고 해서 그러겠다고 했다.(과거 일찍 출근하면 수당을 따로 챙겨주셨었다.) 그때는 몰랐었다. 그게 최소 수량인걸... 그러고 막바지 체크해보니 429개.. 결국은 매장에서 준비할 수 있는 최고수량으로 준비하고 하루장사는 째는걸로 했다. 열심히 재료준비하고 최대로 가능하게 일주일간 모든 준비를 마치고...
평소에는 7시 30분에 출근하기 위해 5시 30분에 일어나는데 5시까지 출근하기로 하고 (회사랑 집이랑 걸어서 12분 거리임) 누웠는데 문득 드는 생각이 일찍 출근해서 빨리 준비하는거 도우면 빨리 해결할 수 있겠다 싶어 4시에 출근하기 위해서 전날 밤 9시에 누웠다. (초등학생때도 이렇게 일찍 안잤음)
근데 문득 드는 생각이 과연 4시 이전에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기 시작한다. 원래 새벽1시에 잠드는데 밤 9시에 잠이 올턱이 있나...게다가 낮에 너무 잤었음.. 그래서 밤을 꼴딱 세우고는 4시 정각에 출근했다. 사장님은 혹시나 제시간에 못끝날까봐 만약을 대비해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을 데리고 왔다.
사장님 본인과, 사장님의 배우자, 사장님의 어머니(원래 오후에 근무하시는데 최근에 왼손 약지와 새끼 손가락 골절상을 입었음) 가 와 계셨다. 한시간이나 빨리 출근해서 놀랐지만 굉장히 반가워 하는 사장님.. 그래 그 한시간이 뭐시라고.. 뭐 여튼 새벽에 공복으로 왔다고 사장님 어머님이 빵이랑 오뎅국을 끓여서 주셔서 커피인 카페인과 당분과 뜨끈한 오뎅국으로 정신을 붙잡고 시작했다.
일하는 중간중간 각자의 원래 알람이 울리는걸 제외하고는 각자의 임무에 집중하느라(나는 주문 제조, 사장님 어머님은 단체국 제조, 사장님은 수량과 주문에 들어갈 재료들 데우고, 사장님 배우자는 설거지와 밥을 하느라 바빴다) 고요한 침묵속에서 6시간만에 모두 만들었다. 마무리인 노인정마다 포장은 사장님과 사장님 배우자분이 개수를 확인하고.. 나는 뒷정리와 내일 판매할 세팅을 싹다 준비했다. 단체주문 하고 나니까 텅텅 비었기 때문..중간중간에 사장님 어머님이 배고플거라고 자꾸 먹으라고 하셔서 매번 거절하는것도 아니다 싶고 마침 나의 주둥이가 심심하기도 해 빵이랑 어묵탕을 줏어먹고나니까 배가 어느정도 찼다.
하지만 사장님 어머님의 생각은 다른가보다. 배고프다고 밥먹으라고 하셔서 놀랐다. 도저히 이제는 들어갈 배가 없다고 했다가 그거는 간식이고~ 라며 애정어린 핀잔을 들었다..ㅎㅎㅎ 막판에 사장님과 사장님의 아버지가 배달가고 뒷 마무리를 싹 하고나니 어느새 12시반.. 한창 전화받고 홀손님에 배달주문에 바쁠때 고요하고 몰입의 여파로 몽롱한 정신상태에 되게 낯설었다. 평상시 루틴대로 모두 세팅을 다하고 (내일은 물류가 들어와서 해놓는게 낫긴 했음) 쌓여있는 설거지를 하는데 사장님께서 농담으로 이제 다 필요없으니 집에나 가버려를 시전하셨다..그러다가 준비가 잔뜩 된 세팅냉장고를 보더니 할말을 잃어하셔서 내일의 저는 좀 쉬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던건 비밀..
결국 입사이래 처음으로 1시도 되기 전에 두시간 반 조기퇴근을 하고 집에 털레털레 오는길 슬슬 졸리기 시작하는건 아마도 긴장이 풀려서겠지...결국 집에서 점심을 먹고는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5시.. 그동안 이 단체주문 준비하느라 고강도의 업무로 사흘을 내리 달렸더니 허리도 아프고 어깨도 아파서 뜨거운물에 반신욕하는걸로 오늘까지 해서 사흘은 컨디션 조절에 집중했다.(실내 자전거 안탔다는 거임..ㅋㅋ)
그래도 9월부터 꾸준히 일주일에 5~6번 자전거 탔다고 이전처럼 전신이 삭신이 쑤시고 체력방전으로 짜증이 나거나 그렇진 않았다. 씻고나니 개운하기도 하고 기분이 좋기도 하다. 내일부터는 다시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운동시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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