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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s 22 - 23 일상

23.10.04. 열정이 눈을 가리지 않도록

by hello :-) 2023.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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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모두 비슷한 경험이 있다. 문득 창의적인 영감이 불꽃처럼 튀어 오를 때 '바로 이거야! 모든 아이디어 중 가장 탁월한 아이디어임이 틀림없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그 아이디어를 나누면 그들은 당신이 왜 그토록 흥분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면 당신은 아이디어를 명료하게 설명하지 못한 탓이라고 여기며 더욱 열정적으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멍한 얼굴로 쳐다볼 뿐이다. 

 열정은 당신의 눈을 가려 결점을 보지 못하게 한다. 결점을 깨닫기 위해서는 하룻밤 혹은 며칠이라도 아이디어를 품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통해 당신은 창의적인 도취감에서 벗어나 더 균형 잡힌 시각으로 아이디어를 바라볼 수 있다. 그 후에도 자신의 아이디어가 가치 있게 느껴진다면, 그때는 그것을 당당히 들고나가라! 그 시간 동안 당신의 아이디어를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들어줄 다른 견해를 발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 오래 시간을 끌어 추진력을 잃지는 않게 주의해야 한다. 너무 오랜 시간 아이디어를 품고 있으면 스스로 아이디어를 포기하게 된다.

 우리는 창의적인 희열의 순간에 종종 시야가 흐려지곤 한다. 아이디어를 품는 시간이 필요하다. 당신이 지금 사로잡힌 아이디어 중에 며칠간 시간을 두고 보는 것이 좋을듯한 아이디어가 있는가?

 하나에 꽂히면 거기에 거의 집착적으로 몰입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주변을 둘러보는 성격이 아니다. 한때는 덕질에 눈이 돌아가서 막 주야장천 거기에 나의 에너지와 시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초등학생일 때는  역사스페셜과 용의 눈물, 중학생 때는 갑자기 불멸의 이순신, 고등학생 때에는 사도세자에 꽂혀서는 관련서적을 좀비처럼 탐닉하고 다녔었다.

 중학생때는 하교 후에 도서관에 출근도장 찍으며 이순신 평전을 완독 하기도 했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아마 1200쪽이 넘는 논문이었던 걸로 기억이 난다. ) 고등학교 때에는 갑자기 사도세자에 꽂혀가지고 영정조 시대를 달달 외우고 거기 관련 책들을 사서 모으기까지 했다. (그 책 아직 집에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역사 쪽에 관심이 생겼지만.. 한문을 싫어하는 데다가 밥벌이할 자신이 없어서 뭐 먹고사나 걱정을 했었다. 오죽하면 엄마가 우리 대학 가는 걸 목표로 삼아보자 할 정도였다. 하긴.. 엄마입장에서는 딸내미가 맨날 눈이 돌아 있는데 늘 도서관 가고 두꺼운 책을 빌려는 오는데 심지어 사 오는데 그렇다고 썩 공부를 잘하는 건 아니고 해서 얼마나 걱정했을지...

 뭐먹고 사나 계속 걱정하다가 먹는 걸 좋아하다 보니까 그럼 직접 하면 많이 먹겠다는 기적의 논리로 조리전공을 하게 되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걸로 전공을 할게 아니라 다른 선택지도 생각해봤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고 대학가서는 또 마케팅이나 인문학에 눈이 돌아가지고 엄청 찾아서 강의도 듣고 책도 읽었다. 열정에 복수전공에 부전공까지 하고..(어쩌다 보니 본 학과가 없어져서 유일하게 그 학과의 졸업생이 되었다. -동기들은 편입준비했었던 거 같다. 자퇴하거나..)

 졸업후 직업을 구할 때도 관심사에 따라서 업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커피가 좋아서 커피숍에 근무하기도 하고, 포토샵에 관심이 있어서 사진관에 스텝보조로 근무하기도 하고, 단순히 주 5일 근무하는 환경이 궁금해서 콜센터 근무하면서 조곤조곤 따지는 법과 말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법을 배웠고(사투리는 못 고쳤지만..ㅎㅎ) 양식을 좋아해서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근무하기도 했었다. 사실 쭉 이어지는 경력이 아니어서 처음에 사회생활을 할 때 차라리 큰 그림을 그리고 거기에 맞춰서 일을 구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미 지나간 세월 뭐 어쩌겠는가...

 지금 직장에 근무하고도 당장의 오늘 할 일, 지금 할 일에만 매몰되어서 일에 엄청 치였었다.  2년 전에는 극심한 번아웃 증상이랑 대상포진이 같이 와서 힘들었던 일이 있었다. (대상포진은 약값도 비싸고 보험적용이 안되었던 거 같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인데도 거의 만원 이상 나왔던..ㅠ)

 지금은 어느 정도 나의 에너지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걸 알아서는 퇴근하고 집에 와서 낮잠을 잔다거나 쉬는 날에 하루종일 충전한다. 9월부터는 사부작 걷기나 실내자전거를 타면서 컨디션 조절을 하려고 노력을 한다. 처음에는 재고 따지는 거라고 생각해서 안 좋게 생각했었는데 이게 맞는 거였다. 한번 더 생각을 하면서 무턱대고 과한 열정으로 나 자신을 갉아먹지도 않고,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여 해냈다는 성취감도 갖게 되었다. 이걸 고치기 전에는 용두무미라고 해서 엄마에게 신뢰성을 마이너스를 가졌었는데 요즘은 그래도 나의 의견을 받아주는 거 보니까 좀 많이 괜찮아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생각만 많아져서 망설이는 것도 문제가 되지만, 나처럼 무턱대고 뛰어드는 것도 문제가 된다고 생각이 든다. 자기 계발서나 책에서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늦었다고 하지만 무턱대고 뛰어들었다가 대차게 차이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큰 그림을 그리고 내가 감당이 가능한 건가 생각까지는 하고 실행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게 요즘의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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