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저민 프랭클린은 자서전에서 자신의 이상적인 하루를 간략히 묘사했다. 새 날이 밝으면 몇 시간에 걸쳐서 공부하고 명상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그 뒤 몇 시간 동안 일한 후 여유롭게 두 시간 점심식사 시간을 갖고, 몇 시간 더 일한 뒤 마지막으로 저녁을 먹고, 그날에 대한 성찰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 일정은 하루 일정을 계획할 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모범사례로 자주 인용되어 왔다.
여기에 반론을 제시해 보면, 벤저민 플랭클린이 실제로 이상적인 하루를 보낸 날은 1년 중에 며칠이나 될까? 아마 모든 날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가 이상적인 하루 일정을 따를 수 있었던 시기는 자신에게 절박한 책임이 많이 주어지지 않았던 젊은 시절이었을 것이다. 자신에게 하루라는 시간이 확실히 보장된 상황에서는 이상적인 하루를 보낼 수 있지만 그날 하루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렇게 자기 의지에 따라 시간을 보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누구든 조금이라도 일정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모든 시간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일부 존재할 것이다. 하루 전체를 이상적으로 보내려고 애쓰지 말고 가장 중요한 일을 처리할 시간만이라도 확실치 지켜내라.
이상적일 일과를 목표로 삼기 말고, 보장된 시간을 조금이라도 마련하라. 오늘 중요한 작업을 처리할 시간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과거 완벽하게 성공적인 하루를 보내기 위해서 미친 짓을 한 적이 있다. 쉬는 날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운동 다녀온다고 나갔다가 돌아오니 엄마는 도둑이 들어온 줄 알고 기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아침을 먹고 책 본다고 펴서는 쿨쿨 자서는 눈떠보니 이미 오후가 되어서는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며 괜스레 짜증을 내다가 엄마랑 싸워서는 결국 저녁도 안 먹고 방에서 뒹굴거리다가 기분 나쁜 채로 다음날 출근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이외에도 쉬는 전날에는 아침에 운동해야지 해놓고 눈떠보니 오후여서 에라이 싶어서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정신 차려보니 잠들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러다가 정신 차려보면 며칠째 책을 읽지도 않고 그저 핸드폰에 뉴스거리나 탐색하는 흐리멍덩한 하루를 보내놓고 잘 때는 왜 생산적이지 못하지 하면서 후회를 잔뜩 한 적이 있었다.
흐리멍덩하게 보내든 알차게 보내든 상관은 없는데 문제는 자기 전에 괜히 뭐 했나 싶어 나에게 화를 내는 게 문제였던 것이다. 지금은 30분이든 20분이든 그 시간에 책을 보든 실내자전거를 타든 나름 밀도 있게 내가 원하는 바를 한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애초에 완벽한 하루를 살아낼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받아들였다. 뭐.. 일주일 중에 6일을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하루쯤이야 책을 보다가 자든, 자다가 책을 보든 뭔가를 잠깐 하고자 했다는 것이 나에게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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