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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s 22 - 23 일상

23.09.29. 어쩌다보니 성취한 목표(feat. 차례,제사 삭제)

hello :-) 2023. 9. 2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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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2.] 나는 명절이 싫었어 나는 명절이 싫었어 야이 야이야!

어린시절 명절이 싫었다. 누구를 위해서인지 불분명한 음식들을 하면서 몸살 나서 힘들어하는 엄마도.. 나는 전 담당이라 산적꼬지에 동그랑땡에 새우튀김 고구마튀김 명태전까지.. 엄마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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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우리 집은 수십 년간 오래된 관례인 차례와 제사를 지냈다. 명절 포함해서 엄마가 차려낸 명절 음식들이 네 번이었다. 설, 증조할머니와 증조할아버지 제사, 할아버지 제사, 추석까지.. 어차피 명절에 올 친척들도 없을뿐더러 가족들도 안 오는 판국에 굳이 안 먹는 음식들을 할 필요가 있느냐고 몇 년 전부터 하지 말라고 설득을 하곤 했다. 엄마는 혹시나 일이 안 풀리거나 하면 차례나 제사를 안 지낸 탓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싫다고 했다. 

 그러다가 혼종이 등장하는데 제사상에 팔보채가 등장하고, 피자가 등장하고, 편육이 등장하곤 했었다. 그래도 나중에 잘 안풀리면 제사 안 지내서 그래, 차례 안 지내서 그래 라는 말을 들을까 봐 그렇다는 말을 듣고 내가 한소리 했었다. "엄마, 수년간 그렇게 정성스럽게 밥상 차려드려도 잘 풀리지도 않는데 할 만큼 했다. 조상님들도 양심이 있으면 지금이라도 잘 풀리게 해 줄 거다."라고 이야기했었다. 

 그때는 귓등으로도 안듣더니 얼마 전 엄마가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너희 할아버지 제사부터는 내가 힘에 부쳐서 못할 거 같다고.. 진심으로 손뼉 쳐드렸다. 아무래도 엄마도 반복적으로 해왔던 일들을 과감히 끊어내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내가 명절 당일만 쉬다 보니까 음식준비를 전혀 도와주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수십 년간 홀로 (물론 직장을 다니지 않거나 학생일 때는 내가 전담당이었지만..) 음식을 해오다 보니 명절 일주일 전부터 잠도 안 오고 숨이 턱턱 막혔었다는 말에 짠하기도 해서 호기롭게 그만해도 된다고 이야기했었지만 명절이나 제사 시즌이 지나면 늘 몸살로 힘들어하는 모습에 울컥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차례나 제사 지내라고 생활비를 주기를 하나 본인 조상과 아버지의 제사에 참석하지 않는 생물학적 아버지도 이해가 가지 않고, 몇년째 연락도 없는 엄마아들도 어이가 없고.. 사실 제사를 없애겠다고 5년 전에 이야기했을 때 가장 반대한 건 엄마아들이었다. 아무것도 안 하면서 그거 없애면 안 된다고 자기 결혼해서 나중에 엄마랑 아빠 제사안지내면 좋겠냐고 헛소리 해서 일이나 돕고 이야기하라고 했었던 적 있었는데 유야무야 넘어갔었는데 그때라도 내가 강하게 이야기했었어야 했다고 속상했었는데 다행이다 싶다. 

 오늘 처음으로 명절과 상관없이 엄마가 먹고 싶었던 편육과 내가 강력 추천한 꿔바로우와 거의 몇달만에 먹는 과일 바나나 등 이것저것 필요한 것을 마트에서 사 왔다. 충동 소비를 막기 위해 간단하게 돌솥비빔밥을 먹고 장을 보면서 데이트 같다며 호들갑을 떨었더니 엄마가 멋쩍어하면서 나를 그렇게 여자로 생각해 주다니 라며 부끄러워하셔서 한참을 웃었다. "자기야 자기는 여자지 남자는 아니잖아~~ " (가끔 애정표현하거나 속이야기 할 때 민망해서 엄마라고 하기보다는 자기야라고 많이 부른다..ㅎ) 라면서 둘이서 아이스크림도 차에서 먹으면서 이런저런 실없는 소리를 많이 했다. 명절 앞두고 늘 예민해져 있던 엄마 대신에 활짝 웃는 모습에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설에 마음먹었던 언젠가는 없애버려야지 했던 차례와 제사문제가 해결되어서 죄송하면서도 덩달아 보는 나도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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