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명절이 싫었다.
누구를 위해서인지 불분명한 음식들을 하면서 몸살 나서 힘들어하는 엄마도.. 나는 전 담당이라 산적꼬지에 동그랑땡에 새우튀김 고구마튀김 명태전까지..
엄마와 나 둘이서만 먹지도 않을 음식들을 하기위해 며칠전부터 종종거리는게 너무 싫었다.
튀김류를 좋아하지도 않고, 앉아서 나물 손질하느라 침침한 눈으로 콩나물 뿌리 다듬는것도 곤혹스러웠다.
머리가 크고 노동력으로 큰소리 칠 수 있을때가 되었을때 두눈 꼭 감고 이건 아니라고 난리를 쳤다. 명절만 되면 가슴 벌렁거리며 잠 못이루는 엄마가 너무 안쓰러우면서도 화가 났었다. 아니 원래는 놀려고 만든 명절이라더니..
집에 손님이 오는것도 아니고 오직 차례상때문에 음식을 한다는 것이 비합리적으로 느껴졌다. 게다가 힘들어하는걸 알면서도 그 누구도 나서지 않는 모습에 진절머리가 났던거 같다.
결국 최소한의 음식들을 하고는 모두 자본주의로 해결하기로 했었다. 그럼에도 왜 자책을 하는지..
먹지도 않을 음식을 구매하는것도 벌받는거라고 올해부터는 전을 차례상에서 빼기로 했다. 대신 엄마가 좋아하던 피자를 올리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편육과 팔보채도 올리기로했다. 아마 차례상 받는 조상님들 중에서 가장 힙한 차례상을 받으실듯..
얼굴도 모르는 증조 할머니 증조 할아버지보다 기억이 가물가물한 할아버지 얼굴보다 행복한 엄마얼굴이 더 보고싶다.
그리고 손주며느리가 그정도 고생했음 봐줄만하지 않나 사실 여태껏 정성스럽게 제사때마다 제사상도 올리고, 차례상도 매번 올리는데 진짜 복은 제사상도 차례상도 없애는 집이 받는거다고 아니 이제 옛 차례상도 물리지 않았겠냐고.. 했다가 등짝 스매싱을 힘껏 당했다.. 와.. 척추 나가는줄... 솔직히 내가 틀린말 한건 아니라고 하소연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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