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에 지독한 두통에 시달렸었다.
차례를 지내면서 마지막에 음복한다고 청하 한 잔에 나물 두 젓가락 먹고서 살짝 알딸딸하기도 하고 오한이 들어서 그 느낌이 싫어서 전기장판을 뜨끈하게 켜놓고는 이불속 수마에 빠져들었다.. 전날 읽을 거라고 호기롭게 계획 세웠던 책은 머리에 베고..
눈 떠보니 오후 3시... 10시부터 꾸벅꾸벅 졸았으니 얼마나 잔 건지...
출출해서 차례상에 올렸던 편육을 덜어먹고 이번 주 수요일에 못 봤던 이 퀴즈를 틀고서 분명 앉아있었는데 반도 못 보고 눈 떠보니 누워서 엄마의 거실 침대 속 파고들고 있었다.. 세상 불쌍하게 자고 있어서 웬만하면 흔들어 깨우던 엄마가 이불을 살포시 덮어줬다고 한다..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고..
사실 우리 집은 대대로 주량이 그다지 세진 않는데 내가 가장 취약한 듯.. 그래도 엄마는 소주 1병은 마시는데.. 딸내미는 두 잔 먹으면 시뻘건 불탄 고구마가 되어서는 방황한다. 나의 침대로!!!
취해서 그 알딸딸한 느낌도 싫어하고 마시고 나면 오한이 드는 그 느낌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 아니 싫어한다..
한여름에 너무 더워서 맥주 한 캔 샀다가 반만 먹고 반은 한참 뒤 제육볶음 한다고 양념에 넣을 정도였다..
매해 여름에 더위를 잊을 거라고 한 캔 먹고 맨날 후회하는 건 안 비밀.. 최근에 알게 되었는데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을 들었다.. 그럼 나 알레르기가 알코올 알레르기와 무화과 알레르기, 개나리꽃 알레르기, 곰팡이 알레르기 있는 건가... (곰팡이 알레르기는 대학병원에서 10년 전에 확인함)
내방에서 노트북으로 넷플릭스로 볼만한 영화를 검색했던 엄마가 내 모습을 보더니 "너 신생아 때보다 더 자는 거 같다"라며 낄낄 거리며 놀렸다. "엄마 근데 수십년전인데 기억나??"라고 물어봤더란다.. "너 진짜 안자고 빽빽 울어서 윗집 아랫집 옆집 할머니들이 오고 그랬었어.. "라며 또 숙연해지는 어릴때 이야기를 해주는 어무니... 6시까지 잠들었는데 죽은 듯이 자고 있으니 흔들어깨우면서 밤에 잠 안 잘 거냐고..
두통이 심해서 누워있다가 밤에 잠들었다가 출근했는데 왜 이렇게 컨디션 개운한 건지.. 😂
결국 다음날 근무하기 위한 빌드 업이었던 건가.. ㅋㅋㅋㅋ 타고난 일꾼.. 사실 평상시 두통은 없는데 쉬는 날 유독 두통이 심하다. 아마 12시간 이상 누워서 자느라 그런 듯.. 🙄😳
원래 취지는 한잔하면서 속마음 이야기하고 동거인이자 그렇게 안 맞는 엄마와 풀려고 했으나 딥딥딥 슬립할 줄은...
사실 엄마도 명절이라고 다 큰 딸내미랑 하하 호호 하려고 한잔 먹인 건데 먹자마자 마취총 쏜 거처럼 기절할 줄 몰랐다고 한다.. 순간적으로 술에 뭐가 들어갔나 걱정했단다..;;ㅎㅎ 하긴 모를만하다.. 1년에 두 번 마시는데.. (설날과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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