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아주 가끔 드는 생각.. 진상놈 들은 하나만 하지 않는다.
오래 근무하면서 나는 반말이나 말이 반토막 나는 것에 짜증이나 화를 많이 내는 줄 알았는데.. 전설의 손놈이 전화 와서 인식이 바뀌었다. 아.. 나는 반말이나 말 반토막이나 옹알이는 거슬려하는 거지 화나는 건 분명하지 않는 태도에 화를 내는구나라고 느꼈다.
햇수로 5년 차가 되면 웬만한 진상놈 들은 그저 귀엽다. 웬만하면 오던 진상놈 들도 친해지기도 하고 바쁘다 보니 내가 흐린 눈 하는 경우도 있고, 손놈도 간혹 제정신이 들어서 무난하게 흘러가기도 한다.
어지간하면 손해가 아니면 원하는 바를 들어주려고 하는 편인데 몇일전에 겪었던 통화는 나의 직장생활 5년 만에 직원인 내 입에서 "죄송한데 판매가 불가능할 거 같다, 죄송하다"라는 나의 소망 멘트를 과감하게 던지게 만들었다.
일단 쫒기는 촉박한 시간 10분 만에 9개를 만들어라는 요구도 무례하긴 했지만 양해를 구하고 30분까지 시간을 늘렸는데 거기서부터 내가 잘못한 것일까.. 난 초면인데 왜 네가, 네가, 왜 안돼하면서 반토막하는 것은 기본이고 무슨 극비주문이라고 메뉴명도 알려주지도 않는지..
전화통화는 15분을 넘어가는데 매장주문에 배달주문에 포장주문에 포스기는 난리가 나는데 귀를 의심했다. 나보고 핸드폰 번호를 달라고 문자로 주문하겠다고 해서 정중하게 거절했다. 핸드폰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 점심시간이라 주문이 밀려있어 문자를 볼 상황이 아닌 데다가 메뉴를 말씀 안 해주시면 주문을 받을 수 없다.라고 돌려서 거절했다.
말하기 껄끄러우면 배민을 통해서 터치로 입력해서 주문 가능하다고 좋게 설명했더니 할줄 모른다 란다.. (목소리가 3040쯤이었음) 아니 내가 주문을 안 받겠다는 것도 아니고 메뉴를 모르는데 어떻게 만들며, 내 개인정보는 뭘 믿고 넘겨주느냐는 거지...? 솔직히 이야기하면 뭐라 할거 같아 제가 핸드폰이 없네요..라고 넘어갔다.. ㅠ 마침 단체주문 30개짜리가 두 개가 들어와서 정중하게 주문 못 받을 거 같다고 죄송하다고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고 통화를 종료했다. 마음 같아서는 메뉴를 모르면 보고 미리 정해서 전화해 달라는 내 요청이 무례했는지 모르겠으나 그 전화통 붙잡느라 주문이 다섯 개나 밀려서 식겁했다.
참 오래간만에 만나는 화딱지 나는 손님.. 9개면 메뉴를 입으로 말하면 10분안에 다 끝나는데 많은데.. 많은데 하면 어쩌자는 건지.. 세 번 묻다가 정말 속에 사리가 나오는 줄 알았다. 11시에서 12시에는 점심시간이고 바쁠 시간대라 못 기다려드려서 죄송하다고 마무리하긴 했지만.. 문자로 주문하겠다는 경우는 처음 받아서 어이가 없었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음..
내가 소심해서 그런지 전화받을때 첫 멘트나 대본을 작성해서 전화받기도 하고, 주문할 때도 뭘 주문할지 미리 정해놓고 주문하다 보니 사실 잘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찾아오라고 심부름을 하는 경우에도 메뉴가 뭔지 알고 가서 찾아간다. 적어도 전화주문할 때 메뉴가 뭐가 있는지 검색해 보거나 찾아보고 정하고 주문하는데.. 내가 과한 건지 모르겠다.. 사실 이해 하고 싶지도 않지만.. 그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주문을 돕는데.. 아마 내가 거슬려하는 행동을 한두 가지가 아니라 네 가지나 해서 더 그랬나 보다.. 사장님께 보고 했더니 뭐 메뉴를 말 안 하는데 주문을 어떻게 받느냐고 괜찮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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