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하는 매장인 식당의 위치가 주택가쯤에 위치한 것에 비해서는 다양한 직군들이 방문을 한다. 학생, 미용실 직원, 학부모, 동물병원 의사, 근처 치과 직원, 마사지샵 직원, 대화가 원활하지 않은 외국인 등등..
그 중에서 찰나의 순간에 피로를 싹 잊게 해 준 사람은 동물병원 의사 선생님이셨다. 자주 오셔서 가끔 일상 글에 등장도 했던 웃을 때 살짝 친화력 갑인 고양이의 눈웃음이 생각나는 선한 인상을 가진 분이시다. 삼성페이로 결제하려다가 갑자기 잠금화면으로 전환이 되면서 귀여운 고영희 님의 사진이 딱 보여서 나의 눈을 꽤 즐겁게 하는 사진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진심으로 "우와.. 사진 너무 귀여운데요... 흐어어어 어.."라는 마음의 소리를 입 밖으로 내뱉게 했다. 아깽이라고 해서 아기 고양이라고 한다. 유기묘였는데 최근에 키우게 되신 고양이라고 했다. 구조가 되었는데 입양처가 마땅찮은 데다가 눈에 밟혀서 입양했다고..
뭐랄까.. 정말 내자식 자랑하는 학부모의 눈빛이라서 웃기기도 하면서도 그 고영희 님이 너무 귀여운 게 사진 좀 더 보여달라고 할뻔했다.. (정신 차려 너는 일하는 중이얏!!!) 사실 난 굉장히 강해 보이는 인상파인데 실상 알고 보면 쫄보다.(갑자기 쫄보선언ㅋㅋ) 갑자기 쫄보 선언을 하는 이유는 나도 개나 고양이의 사진을 보면 굉장히 귀여워한다. 물론 영상도 자주 볼 정도로 좋아한다. 하지만 좋아하고 이뻐하는 거랑 키우는 건 별개의 문제라 생각한다.
사실 우리집도 개를 키울뻔했다. 내가 극구 반대해서 없던 일이 되었지만.. 사실 동생이 집 나간 후 적적한 엄마가 동물을 한번 키워 볼까?라고 제의 했다가 나에게 아주 혼쭐이 났다. 사실 쫄보라서 동물들을 길에서 마주하면 숨도 못 쉬고 급 경직을 한다. 안 그러려고 해도 이게 본능적인 거라 아직도 못 고쳤다. 무서워하거나 굳어버리면 더 달려든다고 해서 오던 길을 돌아간다거나 멀리 가는 건 하지 않는데 그 이상은 스트레스받아가면서 고칠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그냥 안 그런 척하려고 노력 중이다. (알코올, 동물, 물을 무서워한다.-알코올은 무서워한다기보다는 싫어하는 게 맞겠지만..)
동네가 바닷가가 근처에 있고 자전거 도로도 잘 되어 있는편이라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다. 주변에 아파트들이 많이 들어선 것 치고는 대형견을 키우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 시베리아 허스키도 두어 번 봤고, 사모예드도 보고 골든 레트리버도 몇 번 봤었다.
한번은 고양이을 키워 보고 싶긴 했었는데 아무래도 움직이는 것들을 무서워하다 보니 엄두가 안 난다. 사진으로 바라보는 건 좋은데 귀엽기도 하고.. 사진으로 귀여워하는 것과 키우는 것 과는 별 개니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이 든다고 스몰 토크를 했다. 놀랍게도 동물병원 의사분도 처음 고영희 님을 키우는 거라고 한다. 처음이니까 함께 하겠다는 결단을 내리는 게 더 대단한 거 같다고 하니까 아니라고 수줍어하셨다. 동물들을 너무 무서워해서 나는 키울 엄두도 나지 않는다며 속상해했더니 위로를 해주셨다.
그러다가 문득 요즘은 못본 유기견 한 마리가 생각이 나 슬며시 이야기했다. 사실 6개월가량 다되어 가는데 동네에 유기견이 돌아다녀서 내가 기겁을 한 적이 있었다. 목줄도 없고 입마개도 없는데 거의 나의 허벅지만큼 오는 진돗개가 돌아다녀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몇 번 아파트 경비실에 민원도 넣고 했었는데 문제는 나는 동물을 무서워하는데 그 진돗개가 나를 따라다녀서 더 기겁을 했었다. (이상하게 나는 개를 무서워하는데 개들은 나에게 자꾸 다가와서 멘털이 자주 나가곤 했었다.)
그 아이 이야기를 하는데 동네에서 굉장히 유명했었다고 한다. 사실 못본지 몇 달 되다 보니 괜히 민원 넣어서 안락사나 안 좋게 되었을까 싶어서 뒷말을 줄였는데 동물병원 의사분께서 좋은데 입양 갔다고 했다. 알고 보니 입양 진행을 본인이 하셨다고 한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인데 얘가 잘못되었을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했었다. 비가 오거나 날이 더우면 해코지 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더 그랬다. 얘가 덩치는 큰데 순해 보이긴 했지만 일단 난 존재만으로도 무서웠으네까.. ㅠ(미안해 니 잘못이 아닌데..ㅠ) 이제 두 다리 뻗고 자겠다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마음 편해지셔서 다행이라고 웃어주셨다. 뜻하지 않는 소식에 어찌나 맘이 편해졌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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