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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s 22 - 23 일상

23.03.31. 실패한 피크닉(feat.초밥 그리고 샐러드)

by hello :-) 2023.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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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피크닉을 실패했다. 사실상 피크닉을 빙자한 먹부림이라고 해야 할 거 같다. 

 사실 내가 주 6일 주 7일 근무하다보니(주 7일인 이유는 한 달에 4번 쉬는데 이번달처럼 수요일이 5번이면 한주는 출근을 해야 하는데 그게 이번주였음... 작년까지는 목요일마다 쉬었는데 일에 치여서 수요일로 변경했었다.) 멀리 어디 여행을 가거다 놀러 가기가 쉽지가 않았다. 

 우리집의 경우 내가 고3일 때에도 벚꽃놀이에 진심이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보충수업 때 집에 일이 있다고 엄마가 학교와 서는 나를 태우고는 경주 보문단지에 벚꽃 보러 갔었다. 너의 공부는 내일도 모레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계속되겠지만 올해 봄은 처음이잖니라고 했었다. 이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단다라고 말했던 엄마.. 그리고 여름에 수시합격한 딸..ㅎㅎ 

 지금 사는 동네가 유난히 벚꽂나무가 가로수로 많아서 누리는 호사라고 생각한다. 작년의 경우에도 드라이버를 명목으로 동네를 크게 세 바퀴 돌면서 차 안에서 연어초밥을 까먹었다. 그때 피크닉이라고 젓가락을 구하려고 젓가락을 샀더니 컵라면이 따라온 진귀한 경험을 하곤 했었다. 

역시 똥이야기에 낄낄대는 어른이..

 마침 퇴근하고 이마트 트레이더스까지 차타고 10분에서 15분 거리라서 차를 탔는데 가끔 공연 홍보한다고 현수막이 걸리면 유심히 보는 편인데(보기만 하고 공연을 가지는 않음) 그저 똥이야기에 낄낄거리는 어른이.. 늘 느끼는 거지만 난 웃음에 조금 너그러운 편이다..ㅎㅎㅎ 오죽하면 엄마도 나보고 너는 참 단순하게 산다고 신기해한다. 엄마 단순하게 살아야 덜 피곤하더라..라고 했다가 그건 아닌 거 같다고 까였다. 너를 보면 늘 피곤해하잖아.. 라는데 앗.. 뼈맞았다.. 

우왕 길~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간 이유는 벚꽃아래에서 김밥 두줄씩 먹자고 했었는데 가만히 생각하기 김밥이 거의 5천 원 돈이었기 때문.. 게다가 최근에 적금이 만기 되었는데 만기 금액의 90%를 엄마에게 융통해 드리면서 내가 좋아하는 초밥초밥초밥 거리는 게 신경 쓰였다고 한다. 역시.. 머니가 많아야 대우를 받는구나..라고 했다가 등짝이 펑크 나게 맞았다.. 아니 맞잖아...=_=;; 

30개 들어있던 초밥

 해산물과 담을 쌓고 사는 엄마가 나를 위해서 메뉴를 변경해줘서 감사하긴 한데.. 따져보니까 오히려 돈이 더 나왔는데... 모른 척해야겠다.. 일단 맛있으면 만사 장땡이니깐...ㅎㅎ 사실 양이 많은 우리 집에서는 30개 29980원보다 42개 29980원이 더 당겼는데.. (단순히 양이 많음.. 장어랑 계란초밥이랑 한치랑 삶은 문어가 들어있긴 했지만..) 이왕 먹는 거 내가 좋아하는 연어를 먹으라는 엄마의 사랑이라고 믿기로 했다. 

 유난히 밥이 촉촉하고 맛있다고 욤뇸뇸 먹는 엄마.. 보통은 맛없다고 중간에 먹다가 1/3은 나 줬었는데... 아쉬움반 그래도 잘드시니까 뿌듯하기도 하고 오묘한 마음이 살짝 들었다. 

 살짝 허전할 것임을 아는 과거의 내가 집어온 물건이 있었으니.. 

신메뉴!!

 샐러드였다. 단호박 샐러드와 리코타 치즈 샐러드 두개가 세트인데 9980원이었다.. 

 나도 엄마도 둘다 야채를 좋아하는 데다가 일단 두 개 해서 만원이 안 넘는다고 해서 홀린 듯이 담는 엄마의 모습이 어찌나 웃겼는지 모른다..ㅎㅎ 솔직히 방울토마토와 호두와 시리얼 부스러기가 들어 있어서 취향에는 아니었지만.. 원래 어디 내가 취향대로 먹었나 싶어서 잽싸게 나는 단호박 샐러드 내 거 야를 시전 했다.. 

 사실 단호박샐러드나 감자샐러드, 혹은 에그샐러드(?)등 그런 뭉개지는 식감을 그닥 좋아하진 않는데 리코타 치즈보다는 나을 거 같아서 냉큼 선택했다. 야채에다가 발사믹 드레싱이 들어가면 사실 다 먹긴 하다.. 선호하지 않는다는 거지 안 먹는 건 거의 없다. 안 먹는 거는 유일하게 무화과.. 먹으면 아랫입술에 수포가 생기고 혀에서 싸한 맛이 느껴진다. 

 나도 알고 싶지는 않았는데 전에 반박스 먹다가 부어오른 입술보고 엄마가 너무 놀래서는ㅋㅋㅋ 

원래 이런 맛이냐고 물었다가 너 그거 알레르기 아니냐고 해서 알게된 알레르기였다.. 일단 혀가 둔해지면서 쥐 나는 느낌이 그렇게 유쾌하진 않아서 그냥 안 먹는 것뿐.. 

 이렇게 너무 한보따리 사다 보니 차 안에서 피크닉으로 먹을 양이 아니다 싶어서 과감하게 집에서 먹었다. 

원래 목적은 피크닉처럼 차안에서 탄산수랑 초밥이랑 같이 먹으면서 꽃구경 하는 거였는데 옴팡지게 먹기만 했네..ㅎㅎ

최근에 한 실패중에서 가장 흡족한 실패였다는 건 비밀..ㅎ

그래도 다음주 수요일까지는 벚꽃이 지지 않아서 둘이서 산책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근데 걷는 거 싫어하는 엄마가 좋아하려나 의문스럽긴 하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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