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와 바꿔먹은 짜장라면을 먹었다. 왜냐.. 체력적으로 지치는 게 느껴져서 오만 년 만에 짜장면은 먹고 싶고 물가가 부담이 되어서 오래간만에 짜장 라면을 픽했다.
사실 우리집은 이상하리만큼 중국음식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최근에 엄마가 미각에 이상이 오면서 뭐든지 소태(소금맛보다 더 극심함) 맛과 매운 것을 못 먹어서 더 그런 거 같다. 두 명이 사는데 한 명이 그러면 다른 한 명도 같이 못 먹는다. 또 의리가 있지.....(쫄면 먹고 싶...)
사온 짜장 라면은 바로 로스팅 짜장면 파기름 라면이었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글씨체가 너무 내 스타일이라서.. 이미지에 홀린 듯이 샀다. 홀려서 봉지까지 사진 찍을 줄이야...ㅎ
짜장라면에 고명으로 쓸 오이도 샀다. 사실 오이가 작년까지만 해도 세 개 천 원이었는데... 한 개 790원이다. 가격표에는 380원이었는데... 그냥 따지기 귀찮고 교체 전인가 싶어서 그냥 집에 왔었다. 사실 오이를 하나 다 썰었는데 집에 비빔면이 있다. 그.. 엄마가 아미여가 지고 BTS의 RM이 양 많은 버전 만들어 달라 해서 나온 패키지가 아직 절반이나 남아있다. 많이 샀으면 먹어야 할거 아니냐고.... =_=;;
부엌에 불 끄고 오라고 해서 불끄고 왔더니 이런 참사가.... 아니 고명이라고요.. 고명.. 음식 따위에 미관상 예쁘게 올리는 용도인데 냅다 짜장라면에 채 썬 오이를 말아먹는 엄마라니... 역시 사람은 뜻대로 잘 안된다는 말에 너무 공감이 간다..ㅠ
결국 비빔면용 오이는 구경도 못하고 그저 짜장라면 4개를 그렇게 앉은자리에서 호로록 먹었다. 생각보다 쫄깃하고 짜장소스가 면에 찰싹 붙어가지고 먹을만했다. 나의 잘못으로 불을 끄고 비볐어야 했는데 약불인 상태로 많은 양을 버무리다 보니 밑바닥이 눌었다. 이런저런...
내가 뚝딱 차렸으니 설거지는 엄마가 한다고 하여 주말근무로 하얗게 불태운 나는 배부르고 등따시다 보니 TV를 보다가 스르륵 잠들었다.. 문득 나를 두고 혼자서 맛있는 거 먹는다는 직감에 눈을 떴는데 군고구마 냄새가 진동을 했다.
알고 보니 눌어붙은 면을 설거지하려고 물 받아서 가스불에 올려놓고 나보고 좀 있다가 거라고 했단다.
물론 나는 꿈속에서 공자님과 대면상담(?) 중이었는데... 홀라당 냄비가 타서는 탄내가 안 빠지고 계속 집에 머물러 있다.
아니 솔직히.. 누워서 대(大) 자로 뻗어서 자고 있었는데... 왜 나한테 냄비를 이야기한겨? 내가 대답을 했다는데 그거 내가 한 거 아니라고요.. ㅠㅠ 아까운 냄비를 홀랑 태웠지만 정말 짜장라면은 꿀맛이었다. 쉬는 날 쫄면 먹으러 가야지!!(아니 결론이 왜 그리 난 건지 난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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