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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s 22 - 23 일상

23.04.01. 문명의 빈익빈 부익부

hello :-) 2023. 4. 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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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명의 빈익빈 부익부를 느끼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가깝게 생각하면 키오스만 해도 그렇다. 

내가 근무하는 매장의 경우는 분명 6년 전 입사할 때는 정직원 하나에 알바 2명을 뽑는다고 했는데 인건비를 아낀다고 알바 2명 대신에 키오스를 어디서 중고로 들여왔다. 

 그러고는 배민을 열면서 홀주문, 전화주문, 배달주문, 배민 포장주문을 오로지 나 혼자 받아낸다. 일은 밀려들고 몸뚱이는 당연히 하나다 보니까 기본적인 카드결제는 키오스에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러다보니 나이 드신 분들의 경우 키오스는 어려워하시고 나는 주문이 밀려서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양해를 구하고 메뉴판을 쥐어드리며 메뉴를 정하면 불러달라고 이야기하고 주문을 하나씩 쳐내다 보면 안경을 들어 올리고서 어렵게 주문을 하는 어르신을 볼 수 있다. 바쁜 사람을 부르기 미안하다는 이유에서였다..ㅠㅠ 

 다음에는 꼭 전화하고 오시라고 신신당부를 하면서 전화번호가 적힌 전단지를 챙겨넣어드리곤 한다. 

 오늘의 경우는 또 다른 문제였다. 어린 학생을 주문받고 있는데 60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남자 어르신이 입구에서 뭐라 뭐라 소리를 지르시는데 발음이 분명하지 않아서 내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두 번을 되물었는데 알 수가 없었다.  주문을 받던 어린 학생에게 젊으니까 청력이 더 좋지 않겠냐며 무슨 말인지 들리는지 물어보니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래서 어르신에게 양해를 구하고 메모지와 볼펜을 드리면서 내용을 적어주시면 아는 거면 알려드리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치과명을 적으셨다. 

 그제서야 어르신 앞니 두 개가 없는 게 눈에 보였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대로 건너편에 있다고 안내해드렸다. 

 그러고서 한시간 반이 지나고 퇴근을 했다. 집에 가려고 횡단보도에 서 있는데 우리 매장 앞에 앉아 있는 아까 크게 소리 내어 물어봤던 어르신이 앉아계셔서 치과는 다녀왔는지 물어봤더니 어딘지 모르겠다고 하셨는데 왠지 마음이 좋지 않아서 양해를 구하고 스마트 폰으로 검색을 했더니 두 블록 위에 있는 치과였는데 마침 오늘 휴무였다 

"어르신. 오늘 치과 안한다네요.. 치과 위치가 저기 빨간색 간판 뒤에 뒤에 있는데 보이세요?? "

라며 위치를 대략 말씀 드렸다. 오늘 휴무니까 내일 꼭 가시라며 신신당부를 했는데 어르신의 대답이 너무 눈물이 났었다. 

"너무 고마워요.. 어딘지 모르겠는데 물어봐도 아무도 알려주지도 않고.. 모른척 해서.. 신경 써줘서 알려줘서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너무 감사합니다.. 보답을 해드리고 싶은데 어디 사시나요?? 감사합니다.."

 순간 너무 울컥해서 아니라고.. 아니라고.. 아까 잘못 알려드려서 죄송하다고.. 오며가며 봤는데 기억을 잘못했다고 진작 알아보고 알려드렸어야 했다고 사과했다. 

 자기는 저 아래 두블럭 밑에 포장마차에서 일하고 고향에서 감농사도 짓는다고 감이라도 보내주고 싶다고 하셔서 극구 아니라고 아니라고 말씀드렸다. 

 아마도 목소리가 큰게 소리가 잘 안 들리는 데다가 나처럼 환풍기 아래에서 장기간 근무해서 청력이 많이 나빠졌으리라.. 게다가 앞니 두 개가 발치된 상태라 발음이 뭉개졌으니 그저 화를 낸다고 생각해서 다들 피했을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짠했다. 선생님 감사하다고 하는데 눈물 나서 어금니 깨문다고 턱이 아팠을 정도였다. 너무 감사하다고 계속 이야기하셔서 몸 둘 바를 몰랐다. 아까 그 매장에서 일하시는 거냐 언제 밥 먹으러 가겠다고 하셔서 극구 말리면서 다음날 꼭 병원 가시라고 신신당부하면서 다시 위치 알려드리고 길을 건넜는데 마음이 너무 좋지 않았다. 

길은 모르겠고, 핸드폰도 없어보였는데 게다가 아마 휴대폰이 있었더라도 검색할 생각가지 못하셨을 거다. 점점 문명은 발달하는데 어르신들, 노인들은 그 문명과 기술을 이용하는 게 쉽지 않은 세계라는 게 문득 생각이 나면서 참 서글퍼졌다. 무디 그 어르신 치아 치료도 무사히 마쳤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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