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을 품앗이했었다.
사실 한 매장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자주 오는 손님들과 친해지기도 하고, 컴플레인이 들어와서 서로 감정이 안 좋았던 손님하고도 터놓고 푸는 경우도 있다. 대체로는 전자가 많지만 일요일에 근무하면서 만난 손님은 후자였다.
방문할 때마다 피곤해 보이고 살짝 예민해 보이는 인상에 서로 오해를 했더란다.
아무래도 사람이다 보니 날선 말투에 나는 예민하게 대응했었고 그런 나를 보고 손님도 살짝 기분이 언짢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손님이 먼저 이야기를 하셨다. 솔직히 기분이 안 좋다. 말투 때문에 기분이 상했는데 혹시 나 때문에 기분이 언짢은 거냐고 이야기하셨다.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정중하게 사과드리고 그렇게 느낀 이유를 여쭈어보니 올 때마다 나 이외에 다른 시간대에도 기분이 안 좋았는데 아이가 좋아해서 종종 들리는데 그렇게 느꼈다고 해서 사과를 하고 서비스를 드리면서 거듭 사과를 했다.
이후 종종 올 때마다 계란 프라이나 서비스를 챙겨주면서 날씨이야기나 아이들 감기는 나았는지 등 안부 인사를 좀 더 살갑게 하기도 했다. 사실 기분이 안 좋아서 안 오는 경우는 있지만 나서서 피드백을 해주는 손님은 없다. 피드백을 받았다는 건 내 잘못인 게 맞으니까..
그 손님도 여름에는 너무 고맙다고 더운데 마시면서 일하라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다 주시기도 했다. 처음에는 거절했는데 거절을 거절한다고 하셔서 한참을 웃었던 추억이 있는 분이었다.
일요일의 경우에는 안되는 메뉴를 이야기하셔서 가게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설명해 드리고 나니 추가 주문을 정정해서 해주셔서 반영해서 나갔는데 알고 보니 그 손님이어서 반갑게 인사했는데 안 좋은 일이 있었는가 조심스레 물어보셨다. 사람 상대하는 직업을 어떻게 하느냐고.. 최근에 근무하시면서 힘든 일을 당했는데 분해서 잠도 안 오고 스트레스로 입맛을 잃으셨다고 하셔서 사실 서비스 직업은 거의 10년 가까이 종사하는데 쉽지 않다고.. 그렇죠??라니까 갑자기 울먹거리셔서 당황..
일단 하던 일 멈추고 흠.. 사실 감정 분리하는 게 쉽지 않다고.. 블로그를 한다거나 일기를 쓴다거나 책을 읽기도 하고 눈에 보이는 생산활동을 하기도 하고, 종이 같은데 감정을 쏟아내고 그걸 찢어버리고 한다고 나만의 팁을 알려드렸다. 그저 하루하루 재미있는 일상을 찾으려고 하고 그 감정에서 나오려고 하는 게 중요하다고 오롯이 받다 보면 잠도 안 오고 화병도 나고 손도 떨린다고 했더니 본인이 그렇다고 하셔서 짠했다.
콜센터 다닐 때 내가 잘못한 게 아닌 남이 잘못한 일로 욕먹은 일 이야기하면서 다 손님 탓 아니라고. 그저 분풀이용이라고.. 아 그렇구나 하고 넘기는 게 쉽지 않은데 그런 마음이 필요할 거라고.. 화라는 게 무서워서 나를 잠식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전염도 된다고 말씀드렸더니 갑자기 우셔서 휴지 가져다 드림..
다른 거 다 못하겠음 일기라도 쓰셔서 마음속에 감정을 털어내라고 그거 쌓아놓으면 숨이 턱턱 막히고 잠도 못 잔다고 주제넘게 이야기해 드렸다. 내 이야기를 해드리고 나니까 워킹맘으로 일하는데 너무 힘들다고 하셔서 사실 나는 책임질게 나 하나라서 그렇지 진짜 대단하신 거라고.. 한 달에 한두 번이라도 소소한 보상 같은 것도 하시고 정 아니면 오면 사장님 몰래 서비스 드리겠다니까 웃으셨다.
나도 저럴 때가 있어서 심리학 책이나 마음에 관해서 책을 찾아서 읽고 활자 중독 말기가 되곤 했었는데 싶어서 그 손님이 가고 나서도 내내 마음이 신경 쓰이고 마음 아팠다. 나도 콜센터 다닐 때 저 마음이 심각해져서 다 놓고 싶어졌던 위험 시기가 왔었는데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니 먹먹해진다. 대한민국 워킹맘들 파이팅!! 아.. 눈물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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