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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14.]찝찝함도 이기는 귀차니즘

hello :-) 2023. 1. 14.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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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비가 왔다. 최근에는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어도 우산을 챙기지 않는다. 귀차니즘 때문..

 

우리 동네에는 바닷가 인근이라서 바람이 굉장히 많다. 어느 정도냐면 내가 이 동네에 살기 전에는 3단 우산을 많이 가지고 다녔었다. 백팩을 주로 가지고 다니다 보니 가방에 처박아 놓고서 양산 대용으로 쓰기도 했었다. 갑작스럽게 비가 오는 경우 비를 맞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비가 오면 칠색 팔색 하는 편은 아니다. 비가 오면 우산이 없으면 없는 대로 맞고 다니고 우산이 있으면 꺼내기 귀찮아서 맞고 다니는 사람이다 보니 그렇다. 다만.. 옷이나 신발이 몇 없다 보니 마를 때까지 다른 옷을 입을 수 없기 때문이다..

© sixstreetunder, 출처 Unsplash

 

 

10여 년 전에 이 동네에 이사 오고서 정말 충격 먹었던 게 바람이 너무 불어서 너무너무 추워서 10월부터 내복을 껴입고 다녀야 할 판이었고.. 이 동네 이사 오고 나서 처음으로 겨울에 롱패딩을 사 입었다.. 8월 태풍 성수기일 때는 날려보내고 고장 나서 폐기처분한 3단 우산이 양손가락으로도 셀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1단 우산을 주로 쓰게 되었지만 역시나 부러지고 날려보내다가 현재 쓰는 우산은 무려 우산살이 24개나 있는 빨간 우산을 쓰고 다닌다. 어지간하면 뒤집어지지도 않고 부러지지도 않았었다.

 

과거형인 게 최근에 태풍일 때 무리하게 걸어서 출근하다가 우산 살 하나가 부러져서 이쁜 모양이 살짝 찌그러지고 녹이 슬었다. 그래도 무려 8년 정도 썼음 오래 썼다. 이 우산도 웃긴 게 우리 집에는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키우지 않는다. 이유는 겁쟁이인 나 때문인데.. 본능적으로 개나 고양이나 보면 얼어버린다. 출근하다가 유기견이 쓱 내 다리에 얼굴을 비벼대서 굳어서 멘탈이 나갔는데 애가 너무 컸었다. 개의 종류를 잘 모르겠지만 진돗개보다 조금 더 컸던 거 같은데 너무 놀라서 영혼이 나가느라고 우산도 내팽개치고 비 오는 날 걸어갔는데 퇴근하고 집에 오니까 경비 아저씨가 우산을 챙겨주셨는데 이빨자국이 있었다.. 그 뒤 그냥 쓰고 있는데 길에서도 그 멍멍이를 본 적이 없다. 상처받았나..

 

우산이 크고 무겁다 보니 비가 오는 날에 들어도 손목이 아픈데 기상청이 못 맞춰서 그냥 들고 가는 경우에는 정말 버겁다. 게다가 완벽하던 모양이 찌그러지고 나니 더 들고 다니기 싫어져서는 그냥 롱패딩의 모자를 뒤집어쓰고 다녔다. 어차피 거리도 먼 경우가 아니어서 최단거리로 건물과 건물 사이를 디렉트로 찍고 집에 오면 12분 뛰면 9분 정도 걸린다. 그러다 보니 더 우산을 안 쓰게 되었다.

 

출근해서 근무하기 전 밑 준비를 한다고 싹 준비를 하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었는데 나의 원동력은 귀차니즘이다.

내일은 좀 덜 일하고 싶어서 내일 할 일을 당겨오기도 하고, 내일 밥하기 싫어서 오늘 밥할 때 국을 한솥을 끓여서 며칠을 먹기도 하고.. 쌓아놓고 설거지하기 귀찮아서 틈틈이 설거지하기도 하고.. 나중에 하기 싫어서 지금 하는 것이 나의 근무 스타일인걸 발견했다.

 

가끔 이 근무 스타일이 사장님하고 안 맞아서 부딪히는데.. 나는 어차피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일할 거 같은 일을 세 번 하느니 오늘 일하는 김에 한가득 해놓고 나머지 날은 다른 일을 하는 게 낫다는 파고 사장님은 그래도 매일 필요한 만큼 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생각인데.. 둘 다 단점이 있는 게 나의 스타일은 재고가 남을 확률이 높다는 것.. 사장님의 스타일은 생각보다 수요를 추측할 수 없는 게 어제의 경우도 단체 주문으로 미리 준비해놓은 수량도 겨우 맞췄다는 거.. 어느 게 맞는다고 할 수 없어서 예전에는 많이 준비했다고 잔소리를 하더니 이제 5년 차가 되니까 서로 포기하는 부분은 포기한다.

 

하루 종일 종종거리면서 일하는데 근본적인 원동력이 귀차니즘이었다니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어서 웃겼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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