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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s 24 - 25 일상

25.01.03. 나는 나를 좋아하고 있는가?

hello :-) 2025. 1. 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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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나는 나를 좋아한다. 어떻게 보면 자기애가 너무 충만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매일 아침 스스로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나서 나름 정해진 루틴대로 화장실을 다녀온 다음 출근하기 전 유니폼을 주섬주섬 주워 입고, 노트북을 켜서 블로그 댓글들을 확인하고 답방문을 하고, 여기저기 글을 색인 등록하고 각종 SNS에 링크 올리고 당일 오디오북으로 들을 책들을 표시한 다음 잠깐 눈을 붙이고 7년간 일하면서 딱 한번 지각을 해서 발등에 불 떨어진 것 마냥 등에 땀이 나도록 전력질주한 게 기특하다. 어느새 30대 중후반을 바라보고 있는데 20대만 하더라도 나는 자유로운 영혼인 줄 알았다. 30대 초반에 어쩌다 보니 지금 직장에 와서는 별스러울 게 없는 일상을 살아가며 이제야 정신적 안정을 찾아가는 나를 보면서 누구보다 나는 루틴이 필요했던 사람이구나를 알게 되었다. 

 루틴을 하나 둘씩 만들어나가면서 어느새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던 내가 10시 반만 넘어가면 입이 찢어지게 하품을 하고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진짜 거의 우는 것 같은) 퇴근 후 너무 피곤하다면서 30분 쪽잠은 자든가 말든가 잠을 적게 잘 거라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마시다 못해 거의 들이붓다시피 했건만 늘 그 시간만 되면 급격하게 피곤해지고 눈이 감기고, 새벽 5시가 되면 저절로 눈이 떠져서는 알람보다 일찍 일어났다고 아쉬워하며 미적거리는 나라는 사람이 기특하다. 학생일 때는 그렇게 엄마가 내 귀에다가 일어나라고 소리를 소리를 그렇게 질러도 못 듣고 못 일어났는데.. 진짜 게으름 총량이 정해져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주 6일(이번주는 주 7일임) 근무하면서 7년을 한 직장을 다니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 기특하다. (사실 기특할만한 게.. 직장 생활하고 처음 1년을 넘긴 직장임..)

 사실 제작년만 하더라도 쉬는 것에 자책하기도 하고, 자괴감을 가지기도 했었다.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퇴근하고 나서 늘어지게 누워 있는 것도 죄책감이 느껴지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자도 자도 너무 피곤하고.. 저녁 9시에 자서 아침 7시에 일어나는데도(그때는 지금보다 더 일찍 자고 더 늦게 일어났었음) 너무너무 피곤했었다. 아무것도 못하고 내가 착취당한다고 생각했었다. 내 삶이 저당 잡혔다고 나 혼자 부정적인 생각을 하곤 했었다. 사실 쉬는 날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지치기도 하고 공휴일에 다들 여행 가거나 떠나는 복장이면 그렇게 부러웠다. 지금은 만사 귀찮아서 여행이 뭐야.. 버스 타고 30분 거리에 있는 대형서점에 사고 싶었던 노트 브랜드가 입점을 했는데도 귀찮아서 몇 년째 안 사고 있는데..;;ㅎㅎ 지금은 퇴근하고 산책을 하면서 흙을 밟고 나무를 만지고 돌탑을 쌓으면서 사부작 거리면서 퇴근하는 게 나의 힐링이다. 가끔 처음 보는 강아지들이 주인과 함께 산책하는 것을 보고 귀여워하기도 한다.(개인적으로 동물들을 무서워해서 몸이 굳어버려 모른 척 재빠르게 지나가는 건 본능이랍니다..ㅠㅠ) 나름 주 6일 7년을 근무하면서 현실과 타협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포기하지 못하는 저녁이 있는 삶과 휴일을 맞바꾸었고, 직장동료가 없어 직장 내 괴롭힘이 없지만 모든 일이 나의 일이 되는.. 장단점이 공존한다. 남에게는 단점일 수 있지만 결국 내가 판단했을 때 장점으로 생각하고 있기에 별일이 없으면 더 장기근무하지 싶다. 무엇 하나 오래 해본 적이 없는데 계속하고 있는 내 모습이 기특하고 멋있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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