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한 그 누구에게도 적대감을 품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인간의 성격은 변하지 않으므로, 사람마다의 행동을 잘 기억해 두는 일은 중요하다. 그런 후 그들 각각의 가치를 정하고, 그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정해야 한다. 그러므로 타인의 나쁜 면을 잊는 것은 고생해서 번 돈을 내다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서비스직종에 오래 일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돈을 던지는 사람, 카드를 집어던지는 사람 반말하는 사람, 묻는 말에 도리도리만 하고 서 있는 사람, 자기 메뉴도 아닌데 가져가려고 하는 사람,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는데 휴지인지 돈인지 모를 것을 한 장 한장 주는 사람.. 예전에는 왜 저렇게 무례하지? 하고 혼자 기분 나빠했는데 요즘은 그냥 대놓고 이야기한다. "엇.. 이렇게 하시면 저 상처받는데요??" 그럼 거의 90%의 사람들은 아차 하고는 미안하다고 사과하거나 당황하곤 한다. 그러면 도덕선생님인 것처럼 돈은 나에게 직접 주거나 타운터에 내려놓기까지는 가능, 카드는 앞에 기계에 꽂아달라고 요청(내가 꽂으면 놓고 가는 사람 있다고 미리 이야기함- 99% 다 그러함), 반말하는 사람도 나도 반말로 대답해 줌, 도리도리 하는 사람은 필담을 시도한다. 그럼 입을 열더라.., 번호표 보자고 해서 사전에 차단하고, 돈은 정리해서 달라고 꼬깃꼬깃 받으면 상당히 기분이 안 좋더라고 부자 되려면 돈을 소중히 다뤄야 한다고 거대한 비밀 알려주듯이 속삭이며 알려줌 등 하나하나 다 기억해서 대응한다. 그러고 홀에서 주방으로 들어가면 잊어버린다.
이해는 안 가지만 아마도 주변에 알려주는 사람이 없거나 이미 오래전에 배운 거라 잊힌 거라고 생각한다. 왜 콜센터에 문의한다고 전화했다가 계속 전화 안 받아서 상담사에게 짜증 내듯이(난 그런 적이 없지만..) 그 서비스 너머에 사람이 있음을 망각하고 사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요즘 세대의 사람들은 개인주의가 심하다고 그러는데 이기주의가 심한 거지 개인주의가 심한 건 아니다. 사실 사람이 기본적으로 이기적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면 조금은 내려놓게 된다. 그래 이기적이기 때문에 너의 행동으로 내가 상처받았다고 어필해서 부당함을 우회적으로 표현한다. 사실 이 방법은 예전에 라디오스타라는 프로그램에 내가 제일 싫어하는 연예인이기도 한 김구라가 그 당시 출연자인 김숙에게 무례하게 굴자 차분하게 "어? 상처받네..?"라고 혼잣말하는 데에서 생각해 낸 방법이다. 원래 그 사람의 스타일이라고 하지만 상대방이 기분 나쁘고 무례하면 그건 말하는 사람이 잘못한 것이다. 대놓고 "내가 너 때문에 상처받았어."라고 말하는 대신에 혼잣말을 하자 놀랍게도 무례한 발언의 세기가 조금은 누그러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참 아이러니하다. 말로써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면서도 정작 상대방이 상처 입을 줄은 몰랐나 싶어 기가 막혔다. 그 이후 유심히 보니 상처를 받았다는 뉘앙스나 리액션을 취하면 수위가 약해지고 반대로 더 센 반응을 하면 더 무례한 방식으로 대응을 하기도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대화의 방법을 새로 찾은 기분이었다. (몇 년 전부터는 아예 안 보고 있지만..) 무례한 사람들에게 웃으면서 말해보자. "엇.. 그렇게 이야기하면 나 상처받는데??" 놀랍게도 조금은 수위조절하는 상대방을 보게 될 것이다. (네가 예민하다고 콧방귀 뀌면- 그러게.. 나 예민한가 봐.. 요즘 피곤해서 그런가? 하면 주둥이 잠그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hello's 24 - 25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4.11.26. 허세의 하찮음. (12) | 2024.11.26 |
---|---|
24.11.25. 삶은 그 형태만 다를 뿐 비슷하다. (23) | 2024.11.25 |
24.11.23. 말과 생각의 거리. (15) | 2024.11.23 |
24.11.22. 성향에 맞게 행동하라. (12) | 2024.11.22 |
24.11.21. 적을 만드는 일은 자기 집에 불을 지르는 것과 같다. (23) | 2024.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