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다지 고상하지 못한 사람들이 재산을 손에 쥐었을 때, 그중 일부는 타인을 위해 그 재산을 사용할 것이다. 한편으로 타인에게 도움을 주기는커녕 학문을 갈고닦을 생각도 없는 살마들은 유산을 물려받은들 게으른 자에 머물 것이다. 게으른 사람은 행복할 수 없다. 겨우 결핍에서 벗어날지는 몰라도 불행의 다른 극단의 권태에 시달리게 되기 때문이다.
뭐 게을러봤어야 행복할 수 있는지 없는지 알것 같은데.. 쓰읍.. 주 6일, 주 7일 일하다 보니 쉬는 날 딱 하루 그날이 그렇게 하루종일 잠만 자도 그렇게 세상 좋을 수가 없다.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는 백수생활 때를 기억해 보려니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거의 10년간 사회생활하면서 이직을 하면서도 텀이 길어야 한 달, 짧으면 일주일이었다. 한 달도 교육받는 기간을 포함해서 한 달이지.. 거의 사실상 3일 정도..) 부자인 사람과 결혼하거나 부자인 부모님을 두지 않는 이상 두 가지 부류만 있지 않을까 싶다. 시간은 남아도는데 돈이 없는 사람 시간도 없고 돈도 없는 직장인... 난 거의 후자인... 한때 번아웃이 심하게 왔을 때는 출퇴근 이후에는 진짜 누워서만 지냈다. 기력이 없어서 뻗어 잠들기도 했고 심할 경우에는 너무 피곤해서 잠이 안 오는 극한의 불면을 겪기도 했었다. 차마 수면제를 먹을 용기는 없어서 (이것도 좀 사연이 있는 게 엄마가 수면제 처방을 받아서 장기간 복용을 하고 계신데 나도 의지할까 봐 걱정을 했었다.) 감기약을 털어먹고 자기도 했었다. 요리사로 몸을 쓰려면 회복이 안되면 다음날 두배로 힘든 게 아니라 거의 네 배로 힘드니까 어쩔 수 없었다.
그때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때 정신적 충격을 받았었다. 행복은 나에게 거대한거고 매일매일 색다르고 자극적인 아주 달콤한 설탕범벅의 톡톡 터지는 커다란 막대사탕 같은 이미지였다. 우와 행복하다라고 생각을 해본 적이 별로 없어서 그렇게 생각했었던 것이다. 각종 영화와 드라마 같은 미디어의 영향이 컸다. 소소한 행복을 자주 경험해야 한다는 것, 행복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어야 한다는 것에 정말 놀라웠다. 행복을 위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을 했었지 살아보니 행복하더라는 말을 이해를 못 했었다. 그때부터였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나의 취향을 알아보기 위해서 흔히 말하는 돈지랄도 해보고 이것저것 새로운 것도.. 시간이 안되어서 여행 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해 봤다. 문구류를 수집해보기도 하고, 스티커들도 사모아 보기도 하고, 운동하면 행복해진다고 해서 헬스장도 다녀보고, 스트레칭 영상도 보고.. 하나하나 다 해보느라 새벽까지 밤늦게 깨어 있는 경우도 많았다. 지금은 어쩌다 보니 퇴근 후 동네 한 시간 걷고 저녁에 10시 반쯤에 자려고 누워도 보고 (결국 딴짓하다가 잠들기도 하지만..ㅎ)
커다란 행복들은 아직 모르겠지만 나의 취향들을 이것 저것 해보면서 알아가게 된다. 콩 비린내가 싫어서 두부라고는 찾아서 먹어본 적이 없는 내가 최근에 두부를 내손으로 구워서 간장에 찍어먹어 보기도 하고, 입이 텁텁해져서 싫어하던 초콜릿도 퇴근 후 지쳐서 초코파이 한 봉지를 까서 먹어보고는 설거지할 기력을 얻기도 하고.. 사소한 행동을 뭐라도 해보면서 또 다른 나의 소소한 행복을 알아가게 된다. 물론 이게 행복인지 아직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지금은 멍하니 누워 있는 시간보다는 뭔가 읽고 쓰고 사부작 거리는 시간이 많다. 그렇다고 일이 줄어든 건 아니지만 번아웃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난 듯하다. 내 나름대로 일과 생활을 분리하려고 애쓴 보람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주말이 지나면 좀 지치는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혼자 걷고, 읽고 쓰는 행위를 통해서 시간이 되지 않아 여행을 못 떠나는 아쉬움을 그렇게 채워 나간다. 적어도 내가 이건 정말 용납이 안된다라던가 내가 어떠한 말에 분노하는지 알게 되고 조금 나를 달래게 되었다고나 할까..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쇼펜하우어가 어떤 의미로 게으른 사람은 행복할 수 없다고 말했는지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의 행복을 위해서는 뭐라도 실행해 보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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