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당한 돈만큼 효과적으로 쓰인 돈은 없다. 평생 얻기 어려운 현명함을 그 대가로 주기 때문이다.
사실 바보 등신이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묘하게 좀 바보미가 있었다. 뭔가 야무지지 못했었다. 어릴 때라 자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엄마 심부름으로 슈퍼에 두부 사러 가서는 꼭 잔돈을 덜 받아오거나, 집에 오는 길에 돈을 흘리거나 비 오는 날에 우산을 버스에서 놓고 내리는 등 칠칠치 못하는 행동을 많이 했었다. 심지어 초등학생 때(아니면 국민학생일 때일 수도 있음) 1년에 가방을 세 개나 끊어먹기도 했었다. 지금도 미스터리 한데 나를 싫어하던 같은 반 놈이 내 가방에 커터칼인지 면도칼인지로 그어놔서 엄마한테 엄청 혼났었다. 아니 내가 그어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나는 가방 메고 집에 오는 길에 누가 가방에 칼질 한지도 몰랐는데 그걸 왜 모르냐는 이유로 많이 혼나기도 했었다. 좀 커서는 그렇게 물건들을 빌려주고는 못받는 경우가 많았다. 한창 해리포터 소설이 유행할 때 같은 반 아이가(친구라고 부르기도 싫음) 책을 빌려가 놓고는 빌려간 적 없다고 배 째라고 해서 열받아서 그 뒤에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지도 않았고, 영화들도 안 봤고 반지의 제왕 같은 비슷한 류는 모두 안 봤었다. 그 뒤 누가 책 빌려달라면 절대 절대 네버네버 안 빌려줬었다. 욕을 먹든 말든 나도 못 읽은 해리포터 시리즈 1탄 1편을 빌려가서 안 주다니.. 크흡..
성인이 되고는 어떤 배우의 팬카페에 가입하고나서 활동했었는데 자기 아이가 아프다고 응급실이라도 돈 빌려달라고 해서 빌려줘서는 한 푼도 못 받았었다. 아이가 아프다고 해서 적금까지 깨서 빌려줬는데 사실 수백만 원 된다. 그 뒤 야금야금 빌려간 것만 해도 천만 원이 조금 넘을지도 모르겠다. 그 뒤 돈거래는 절대 안 한다. 뭐 돈거래할 사람도 엄마를 제외하고는 다 내가 잘라내긴 했지만.. 어찌 보면 덜떨어진 내가 그나마 사람구실하고 그래도 빚 없이 차차 돈관리를 하고 이제는 내 물건에 대해서 잘 챙기고 아닌 건 아니라고 거절도 하고 투자권유하는 등 이상한 연락에도 단칼에 거절하는 건 어릴 때 혹은 생각 없을 때 당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이 든다. 인생교육을 크게 받은 거라 생각한다. 그나마 적금만 깨서 돈 빌려줘서 다행이지 대출까지 받아줬으면 진짜 감당 못했을 거다. 뭐 정신승리라고 볼 수도 있지만.. 거절하지 못해서 강매당하기도 하고, 필요 없는데 구매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래도 부당하면 부당하다고 나름 똑 부러지게 이야기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내 생각은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 예전에는 어떻게 하면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게 거절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지금은 명확하게 거절하자는 생각을 한다. 기분 좋은 거절은 없으니까.. 또 그렇게 배운 거겠지 내 나름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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