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남의 눈에 어떻게 비치는지를 신경 쓰지 말고, 스스로의 가치를 냉정하게 평가하라. 그쪽이 행복해지는 데 훨씬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웬만하면 아쉬워 하거나 후회를 하는 성격이 아니지만 10여 년 전의 나의 모습이 종종 아쉬울 때가 있다. 그때에는 왜 그리 버는 족족 썼는지 모르겠다. 입지도 못할 옷들을 사고, 재킷을 사고, 화장품을 사고.. 과거로 돌아간다면이라는 질문을 본다면 그거 다 부질없다고 꼭 말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사실 그때나 지금이나 걸으면 15분 뛰면 9분 거리에 내가 근무하는 매장이 있는데(다른 매장임. 10년 전에 근무한 곳은 커피숍, 지금 근무하는 곳은 식당임) 둘 다 유니폼을 입고, 앞치마를 매고 근무하는 환경이다 보니 굳이 옷을 비싼 돈을 주고 살 필요가 없고 그저 수그려서 물건 꺼낼 때 불편하지 않고, 무릎이 안 나오는 바지에 발이 편한 운동화 하나 사서 신으면 되었는데 되지도 않게 구두를 사서 신어서 발에 물집이 잡혀서 퇴근 후 걸어갈 때 15분이면 갈 거리를 30분이 걸려도 도착을 못하기도 했었다. 오며 가며 혹시라도 누군가가 나를 볼까 싶어서 괜히 머리염색하고, 곱슬머리 숨길 거라고 매직파마를 하기도 했었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대충 머리를 하나로 묶고 주방가위로 쓱 자르고 살짝 어깨를 덮으면 셀프로 커팅하기도 한다. 왼쪽 측면으로 하얀 머리가 무슨 브리지처럼 나는데 뭔가 멋있어 보여서 그냥 방치 중인데 하늘로 뻗치는 하얀 머리가 너무 웃기다..ㅎ
이젠 귀차니즘 때문에 얼굴에 분을 펴바르는것은 물론, 스킨로션도 잘 안 바르게 된다. 그러니 괜히 비싼 화장품도 살 필요 없고, 그냥 엄마가 사는 대용량 수분크림을 얼굴이 땅길 때 그냥 쓱쓱 바른다. 이러는 이유는.. 내가 근무하는 주방에는 항상 습하고 열기가 많아서 뭔가 바르면 땀으로 흘러내려서이다. 이제는 어느 정도 나를 아니까 가장 극강의 효율을 추구하게 된다. 차라리 그 돈으로 돼지 삼겹살 덩어리 사서 보쌈하고 같이 해 먹기 위해 양파장아찌도 하고, 닭갈비를 소분해서 냉동실에 얼려놓고, 참치 김치찌개를 대량으로 해 냉장보관하니 아주 부자 된 거 같아 든든하다. 내가 이렇게 먹는데 진심인 줄 차마 몰랐소..ㅎㅎ 사실 쉬는 날 전날에 한 달 치 장을 봐와서는 앉아서 뚝딱뚝딱하는데 나를 잘 모르는 엄마는 내가 스트레스받는 거 아닌가 걱정했었다. 난 내일 먹을 거 모레 먹을 거 집에 맛있는 게 있어야 일할 때 콧노래가 절로 나는 스타일이라 기운이 절로 나는데... (매일 같은 거 먹는 건 싫고 해 놓고 로테이션으로 돌려먹는 것을 좋아한다.)
가끔 20대때에는 그 흥청망청 돈 쓴 거 모아서 투자를 했었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 대학생 때 펀드투자해서 약간의 재미를 본 적이 있었다. 본격적으로 주식투자를 하게 된 게 딱 30대 중반이었는데.. 아쉬움이 들 때마다 하는 생각은 그래도 그때 별 시덥잖은데 돈을 써봐서 지금은 그 돈이 아깝다는 것을 알아서 다행이다 싶다. 그래도 술맛을 지금도 몰라서 술로 돈도 잃고 건강도 잃은 게 아니라서 그거 하나는 괜찮다는 생각을 해본다. 적어도 내가 꾸미는데 영 관심이 없고, 난 무채색을 좋아하고, 내 발이 구두에는 쥐약이라는 것을 깨달아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그리고 아니다 싶어서 바로바로 버려서 나의 짐도 별로 없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렇게 손가락 쪽쪽 빨고 거지꼴 날 거 같다고 나를 빠르게 판단해서인지 근 10년간 계속 일하는 일개미가 된 게 아닐까 싶다. 가장 전공을 안 살릴 거 같던 내가 가장 전공을 잘 살리고 있는 아이러니..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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