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자신의 생각과 의지로 살아가는 것이고, 타인의 평판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는 단순한 진실을 깨닫는다면, 우리는 좀 더 행복해질 것이다.
사실 난 살면서 평판에 그렇게 신경을 써 본 적이 없다. 어릴 때 평판의 부질없음을 잘 느껴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극강의 효율을 추구하는 현재의 나를 보면서 어릴 때랑 별 다름이 없음을 느끼면서 어이가 없다. 왜 애들이랑 같이 화장실을 몰려다니고 매점을 같이 다니지? 라는 생각에 혼자 다니다보니 자연스레 따돌림을 당했던거 같다. 예나 지금이나 하지 말라는 건 잘 안 하는 편이다. 누가 권유를 하거나 하자고 하면 좀 입바른 소리를 하는 재수없는 스타일이긴 했다. 지금 생각해도..ㅎㅎ 남들이 나쁘게 볼까 봐? 타인이 나를 안 좋게 생각할까 봐? 아니 아니 잔소리 듣기가 싫어서였다. 하물며 교복도 한번도 줄여입어본적 없고, 집에 꼬박꼬박 있으니까 엄마가 돈주면서 좀 나가서 놀아라고 하기도 했었다. 그 돈으로 치킨을 시켜먹어서 질리게 만들었다고 한다. 사실 다른 행동을 할 에너지가 나에게 없기 때문이었는데... 일명 귀차니즘.. 어찌 보면 본인이 머리 나빠질까 봐 건강이 안 좋아질까 봐 단칼에 담배를 끊은 아버지를 닮아서인 걸까 싶기도 하다. 이런 나는 타인의 시선보다는 혼자서 하는 나만의 행복을 많이 만끽하는 편이었다. 혼자 돼지국밥집 가서 내장국밥을 시키면서 시원한 사이다를 한병 시켜서 먹기도 했었다. 또 혼자 아무 정보 없이 영화를 조조로 보고 갔다가 남녀 커플이 실시간 헤어지는 기묘한 광경을 보기도 했었다. (그 영화는 쌍화점이었다.ㅎㅎㅎ) 지금은 직장인답게 휴일에는 집에 틀어박혀서 오직 잠으로 저속충전하느라 쏘아다니질 못하지만..
10년전만 하더라도 한편으로는 속상했었다.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없고, 뭔가 혼자 지낸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를 알아가는 사춘기 시절과 20대초반 나를 알아가는 과정을 겪으면서 완전히는 아니지만 나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게 되어서 너무나 감사하다. 나름 건전한 취미를 찾았고, 적어도 내가 뭘 좋아하는지는 100%는 몰라도 내가 뭘 엄청 싫어하고 못 견뎌하는지는 알게 되어서 너무나 감사하다. 적어도 소소한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기도 하고 나의 일상을 사부작 거리면서 살아가게 되었다. 어제는 2kg 볶음김치를 직원 찬스로 반값인 9800원에 구매해서 김치찌개를 끓였고, 오늘은 한 달 치 장을 보면서 양파 4kg으로 장아찌를 담그고, 보쌈도 삶았고, 닭갈비 4kg를 소분해서 냉동실에 가득 채워놓기도 했다. 덕분에 오늘도 역시 책을 읽지는 못했지만 많은 것을 했다는 뿌듯함에 나 자신이 너무 기특하다. (참고로 우리 집은 엄마와 나와 둘이 살고 있다.)
처음에 내가 밥벌이를 뭘로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했을 때 엄마의 조언이 잊히지 않는다. '너 먹는 거 좋아하니까 그쪽으로 해보는 거 어때?' 좋지도 못한 머리로 사무직에 종사하려고 영어공부, 자격증 공부를 하는 것보다는 요리 쪽으로 자격증을 따다 보면 정 안되면 네가 이밥 해서 먹고살면 되잖아.라고 했었다. 당시 담임선생님이나 엄마 아들이나 다 뜯어말렸지만 현재 나는 내 선택에 만족한다. 진짜 말 그대로 계속 쉬지 않고 내 밥벌이를 하면서 살고 있고 퇴근 후에도 나를 잘 먹여 살리고 있으니까.. 가끔 내 월급이 아쉽긴 하지만 뭐 직장인 중에서 자기 월급 만족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나.. 적어도 근무시간 동안에는 바빠서 날아다니고 있어도 웃으면서 일하고 있으니까.. 말로는 힘들다고 하면서도..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 (무엇보다 계란과 볶음김치는 엄청 싸게 살 수 있다) 적어도 과거 내 선택에 대해서 후회는 단 한 톨도 남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싶다. 어찌 보면 속 편하게 후회해 봐야 뭐 어쩔 거야 하는 성격 탓도 있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행복했으면 한다. 나 자신이 나의 미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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