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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s 24 - 25 일상

24.08.30. 무료함이라는 축복

by hello :-) 2024.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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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정신없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을 배우기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뿐 아니라 무료하게 넋을 놓고 있는 일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우리는 마치 관성처럼 삶을 각종 활동, 의무, 분주함으로 채우곤 한다. 수년간 모든 관심을 바깥으로만 집중시키며 살아온 만큼 갑자기 내면으로 관심을 돌리고 삶을 돌아보는 일은 간단치 않다. 무료함이라는 감정 아래에 깔려 있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 또는 실현하지 못하고 묻어둔 꿈이나 오랫동안 억눌러온 해묵은 감정들과 조우하고 싶지 않은 마음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몇 번의 연습을 통해 무료함이라는 감정과 함께 가만히 앉아 있는 법을 배우면, 곧 자신의 삶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길이 열리고 마침내 마음의 평온과 평화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때 얻게 되는 삶의 에너지는 예전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것이다. 

 무료함을 즐기는 법을 배우는 것은 명상을 배우는 것과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혼자 있는 시간을 정한 뒤 얼마간은 안절부절못하는 시간을 견뎌내야 무료함의 축복을 경험할 수 있다. TV를 보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전화통화하는 것도 안된다. 일단 무료한 시간에 익숙해지면 긴장을 이완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법을 배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다. 나의 생각들을 오롯이 들여다볼 수 있고 혼자만의 시간도 즐길 수 있게 된다. 삶이 여러 방면에서 도움이 될 자기수양 능력도 키울 수 있다. 활동적인 면이 줄어들고, 그 결과 더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무료함과 친해지고 나의 삶에 어느 정도의 여유공간을 유지할 수 있게 되면 최고의 사람들, 좋은 기회, 그 밖에 다양한 자산을 내게 끌어당길 수 있다. 이 얘기가 당장은 별로 와닿지 않는다고 해도 속는셈 치고 한번 시도나 해보자. 삶에 여유 공간이 생기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보자. 

 부끄럽게도 난 가만히 있는걸 못 견뎌하는 편이다. 뭐랄까 멍하니 있는 게 너무 시간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다 못해 오디오북이라도 틀어놔야 하고 끊임없이 일을 끄집어내서 하고 있는 편이다. TV를 보면서 밥을 먹기도 하고, TV를 보면서 온전히 프로그램에 집중하는 것도 아닌 핸드폰을 함께 하는 등 나름 멀티태스킹을 한다고 착각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어느 순간 가만히 앉아서 영화를 못 보겠는 것이다. 그 시간이 너무 아깝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영화까지 갈 것도 없이 한 화의 드라마도 집중하기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 정말 상태가 심각하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고 그 두 가지 일을 해야 할 정도로 급박한 것은 아닐 텐데 말이다. 

 걸을때도 그냥 순전히 바람과 공기에 집중해도 되는데 괜히 음악을 틀어서 귀에 무선이어폰을 꽂아서 듣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자연의 소리를 듣고 있다.. 아니 너 자연 속에 걷고 있다고.. 사실 이건 이 글을 쓰면서 생각을 해보니까 눈치챈 거지 아마 무의식적으로 했던 행동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걸으면서 오디오북을 듣는다고 100%다 이해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설프게 책을 듣고는 이 책 읽어봤다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줄거리를 기억하거나 인상 깊었던 구절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게 나의 현시점이다. 이렇게 에너지를 쓰고 다니니 막상 퇴근 후 집에 와서 밥을 먹고 설거지하고 씻고 앉아서 생각이라는 것을 좀 하려고 하면 그렇게 눈꺼풀이 무거울 수가 없다. 정신 차려보면 끙끙 앓으면서 자고 있고.. 생각다운 생각을 한지가 너무 오래된 거 같아 씁쓸하다. 물론 걱정과 생각이 많은 것도 문제겠지만 무념무상 아무 생각 없이 하루를 급박하게 보내는 나 역시도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최근 요 며칠동안 하게 되었다.

 왜 나는 이렇게 급박하게 하루를 살고 있는걸까.. 찰나의 선택을 하고 그것만 생각하고 앞만 달려왔는데 정작 이렇게 할걸 저렇게 할걸 하는 후회가 끼어드는게 싫은걸까, 아니면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할까봐 겁이 나는 걸까, 뭔가 망각하고 싶은건지 아니면 바쁘게 산다는 타이틀을 갖고 싶은건지 모르겠다. 정신없이 사는사람들은 대부분 뭔가 회피하고 싶어한다고 하는데... 곧 먹을 나이 한살을 외면하고 싶은걸까.. 하긴 정신 차려보니 3월이다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8월이 지나 곧 추석이 오니까 너무 무서워진다. 이러다가 정신 차리면 또 1년 늙어 있을 거 같은데...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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