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마지막 순간에 다다랐을 때 의미를 남기는 것은 일에서의 성공도, 통장의 잔액도 아니다. 내가 사랑했고, 나를 사랑해 주고 나의 삶과 마음을 충만하게 해 줬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소중한 관계를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살아간다. 사는 게 정신없이 바빠지면 그 대가를 제일 먼저 치르는 사람들은 배우자, 아이들, 친구들, 즉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다. 삶이 던져주는 책무들을 정신없이 수행해나가다 보면, "가까운 사람들은 다 이해해 주겠지" 하며 합리화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 우선한다는 것은 가족과 저녁을 함께 먹기위해 상사의 야근 요구를 거절해야 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때로는 정말 힘든 선택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의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는 것은 무엇보다 가치 있는 일이다. 커리어도 분명 중요하지만 평생 내게 남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또한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들어 가기 위해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나의 자세를 되짚어 봐야한다. 내게 가장 중요한 관계에 내가 가진 것을 기꺼이 투자할 생각이 있는가? 주위에 나의 보살핌과 관심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없는가? 삶의 마지막 순간에 내게 가장 큰 의미로 남을 사람들을 바쁘다는 핑계로 놓치는 일은 없어야겠다. 지금, 내 삶의 우선순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자신에게 그리고 주위사람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선물하기 바란다.
사실 나는 굉장한 집순이다. 어느 정도냐면 출퇴근을 제외하고는 집에 있는 데다가 쉬는 날이 하루밖에 없어서 에너지가 없어서 집에서 거의 누워 있는 편에 속한다. 어쩌다 보니 평일 쉬는 날인 서비스직 하필 에너지 소비를 많이 하는 요식업이다 보니 어딜 나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 집으로 이사오기 전에는 심지어 3교대 근무라고 입사했는데 취업사기 당한 것 마냥 직원들과 알바들이 탈주하는 바람에 나와 카페 사장님이 번갈아 2교대로 오픈과 마감을 하느라 바이오리듬(오래간만에 이야기해 보는 단어..)이 깨져서 알코올 쓰레기라고 할만한 간을 가진 내가 마감조일 때 거의 매일 맥주 한 캔을 마시곤 했었다. 이러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맥주를 끊으면서 퇴사를 했지만.. 그때에도 그렇게 복잡한 시내에 나가거나 (집이 외곽에 있음) 사람이 붐비는 곳으로 가는 것을 꺼려한다. 대형 마트 식자재 코너를 제외하고는.. 곰곰이 생각해 보면 항상 그랬었다. 어릴 때부터.. 누구랑 어울려 다니는 거 피곤해하고 늘 혼자 다니고.. 학생 때에는 조조할인으로 영화 보러 다니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아침잠이 많아서 계속 집에 혼자 있으니까 엄마가 제발 나가 놀아라고 돈을 쥐어주면 집 근처나 학교 근처 도서관에 짱 박혀서 혼자서 역사책 읽으면서 매점에서 라면을 사 먹곤 했었다. 그 돈을 모아서 MP3를 샀는데 사기당해서 벽돌을 받는 참사가 일어나기도 했지만..
예전에는 좋아하는 것을 덕질하면서 그 관계성에 엮이길 원했었다. 좋아하는 가수가 있으면 팬클럽 가입도 하고 공연도 가고,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면 드라마도 다 챙겨보고 캡처해서 리뷰도 하고 블로그 이웃들에게 방문해서 실시간 채팅도 하고 그때는 어떻게 그렇게 살았나 모르겠다. 그러다가 대학교 가서는 전공과목에 꽂혀서는 도서관 지박령이 되기도 하고.. 학과동아리, 학생회, 넘의 학과동아리 등등 다 참여하고.. 도대체 어떻게 한 거지... ㅠ 그러다가 직장생활을 하고 나서는 진짜 본업에 집중하느라 그때부터 지금까지 회사가 바뀌더라도 가끔 업종이 변경되더라도 꾸준히 일을 했었다. 길게 쉰 게 일주일 정도..(그때도 면접 보러 다닌다고 바빴던..) 이제는 안다. 내가 사람 속에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일단 퍼주고 상처받았었는데 지금은 일단 내 한도 내에 에너지를 회복하고 퍼주든 지지고 볶든 해야 한다는 것을.. 아픈 건 아픈 거라고 상처라고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을.. 이제야 아닌 건 아닌 거 같다고 말도 하고 일이 힘들면 힘들다 조절하자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사회생활 10년 차 현직장 6년 차가 되어서야 내 이야기를 할 줄 알게 된 거 같다. 악성 민원에도 화나고 분노하지만 꾹 참았었다면 요즘은 웃으면서 할말은 다 한다. 그렇게 욕하시면 지금 CCTV다 녹화되고 있다고 대부분 그러면 욕하면서 도망가지만.. 지금이라도 내가 나를 알게 된거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해본다. 지금처럼 친구도 없이 엄마하고만 집과 회사만 오고 가는 게 맞는 걸까 하는 고민을 하기도 한다. 아직 명확하게 해결된 건 아니지만 뭐 미래의 내가 잘 해내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해 본다. 지금 30인 내 모습을 20대인 나는 전혀 상상도 못 했던 모습인데..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어릴 때 나는 내가 서른이 되면 이 세상에 없을 줄 알았다. 그만큼 힘들었던 걸까 하는 마음에 어린 나 자신이 안쓰럽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어찌되었건 성장해온 내자신이 기특하기도 하고.. 물론 아직 손에 딱 잡히는 것은 없지만 나름 성실하고 부지런한 일상을 살아가고 내가 일단은 월급 받고 직장 생활한다는 것 자체가 기특하다. (오늘 닭갈비 4.5kg과 소 등심양념구이 2kg을 각각 2인분-야채 다 넣고 700g씩 소분하고 야채랑 손질해서 냉동실에 다 열려놓음.. 총 시간 세 시간 정도 걸린 듯ㅋㅋ 역시 먹을 거에는 초집중하는 헬선생..ㅋㅋ 일할 때 배운 거 집에서도 써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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