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가장 빛나는 아이디어는 새워 중에 생각나는 걸까? 왜 일을 잠시 덮어놓고 휴가를 즐길 때 꼬인 문제를 풀 통찰의 순간이 불현듯 찾아오는 걸까? 그 답은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 인간의 뇌에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운영체계가 있다. 한 가지는 분서적 사고 체계로 무언가를 기억하고, 보고서를 검토하고 새로운 기술을 학습할 때 활용된다. 또 한 가지는 다소 이완된 통찰의 체계로 생각을 잠시 쉬게 해 주고, 현재의 순간에 충실하도록 하며 지혜에 접근하도록 돕는다. 샤워를 하거나 느긋하게 휴가를 즐길 때 우리 두뇌는 후자로 전환된다.
두가지 체계 모두 경중을 다질 수 없이 중요하고, 적절 하게 활용하기만 한다면 아주 유용하다. 그러나 과도하게 정보만 집중하는 문화 탓에 우리의 뇌는 대부분 과부하 상태에 시달린다. 현대인은 너무 많은 시간을 생각하고 분석하고, 이해하는데 쓰기 때문에 뇌는 늘 분석적 체계로만 돌아간다. 이 운영체계에만 갇혀 있다 보면 과거와 미랴에 대한 걱정을 되풀이하게 되고, 그쪽으로만 집중하느라 현재 삶의 질은 심각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분석적 사고는 이주의 남은 날들을 다 망쳐버릴 수 있다. 또는 어떤 문제의 해결 방법을 고민하느라 계속 그 생각에만 골몰해 있다면 아마도 당신의 뇌는 지적 체계의 올가미에 걸려 계속 제자리만 맴돌 것이다.
더 충만한 삶을 즐기고 싶다면 생각이 숙성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기다리고, 통찰모드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렇게 할때 분석적 뇌도 다른 것들에 더 잘 써먹을 수 있을 것이다.
번아웃이 심하게 왔을때 정말 힘들었다. 아마 3년 전인가 4년 전 이맘때였다. 너무 지치고 힘들면 잠이 안 온다. 가슴은 답답하고 손은 떨리고.. 꿈에서도 매장에서 일하는 꿈을 꿨었다. 저녁 9시에 자고 다음날 7시에 일어나도 너무 피곤해서 다크서클이 무릎까지 왔었다. (요즘은 새벽 1시 반에서 2시에 잠들어서 다음날 5시 30분에 일어난다.) 너무 힘들어서 울면서 퇴사하고 싶다고 잠꼬대까지 할 정도였다.
그랬던 내가 번아웃에서 벗어난건 우연히 동네를 산책했었던 그때였다. 그때는 산책하다가 8월에 일이 본격적으로 바빠지면서 퇴근 후 기절해서 낮잠으로 세 시간을 자면서 물 건너갔었다. 퇴근 후에는 머리 쓰기보다는 단순한 일들을 많이 했었다. 책 내용을 베껴 쓰는 필사를 한다던가 나의 목표 100번 쓰기 등을 하곤 했었다. 최근에 독서 권태기가 와서 책이 눈에 안 들어와서 3시간 동안 산책을 한 적이 있었다. 물론 심심하기도 하고 날이 너무 후덥지근해서 운동강도를 잊기 위해서 귀에는 무선 이어폰을 착용하고 걸었지만 독서에 대한 자책감이 계속 남아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어느 소설을 듣고 있었는데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책을 펴보지 못하기도 했고, 돈 주고 산 종이책이 아깝다는 핑계로 어떻게든 억지로 책을 읽으려고 하니 진전이 없었다. 과감하게 그 책을 읽을 필요성이 두 가지라도 있으면 모르겠으나 돈 주고 산 게 아깝다는 거 말고는 읽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결국 과감히 처분하고 습관적으로 늘 30분 타이머를 하고 책을 읽었는데 10분으로 타이머 시간대를 줄이니까 좀 더 집중이 잘 되었다. (생각보다 30분은 길었던 거였다.. 10분은 집중하고 나머지 시간은 운동 후 몸이 식어서 졸기 바빴으니까..)
후덥지근하지만 노래를 들으며 걷는다. 등 척추라인따라서 흐르는 땀방울 느낌을 집중하다 보면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러다가 낮에 생각했던 찰나의 고민들이나 실수들을 생각하면서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 어떻게 할까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다. 조바심과 걱정들이 많았던 내가 이제는 걸으면서 털어내기도 하고, 체력이 조금은 나아지면서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는 모습을 보곤 한다. 거의 일주일에 여섯 번이나 일곱 번 산책을 다녀오는데 날씨가 덥지만 되려 마음이 후련해지도 한다. 엄마는 내가 얼굴이 반쪽이 되었다고 하는데.. 글쎄 햇볕에 검게 타서 그런 게 아닐까?? (하지만 걱정해 주니까 아픈 척해본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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