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이라는 단어는 종종 불편하게 들린다. 누군가에게 이 말은 땀과 노력, 희생을 동반한 고된 일을 암시한다. 그런가 하면 누군가에게는 해야 하지만 하고 싶은 일, 즉 원치 않는 의무를 뜻한다. 이럴 때 이 말은 죄책감을 유발한다. 우리 모두를 위해 수련이라는 단어를 조금 가볍고 단순하게 재정의 하고 싶다. 간단히 말해 자신과 합의한 것, 스스로 정한 약속 같은 것을 수련이라고 규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성실히 수련하는 삶을 살 수 있다. 2분 동안 뛰는 것에 동의하고 실제로 그만큼 뛰면 수련한 것이다. 굳이 5킬로 미터를 뛸 필요는 없다.
지킬 수 없거나 지킬 의도가 없는 약속을 했을때 문제가 발생한다. "화요일에 2500 단어를 쓸 거야."라고 말하고서 다른 일이 생겨 겨우 몇 백단어 밖에 쓰지 못했다면 마음은 온통 죄책감으로 가득 찰 것이다. 진짜 문제는 애초에 비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는 데 있는데 말이다. 수련을 잘 지키려면 스스로에게 현실적인 기대치를 설정한 다음 그대로 이행하면 된다. 수련은 스스로 지키겠다고 합의한 사항일 뿐이다. 지킬 생각이 없거나지키기 어려운 합의는 하지 마라. 당신은 지금 자신과 어떤 합의를 하고 있는가? 당신의 삶에서 수련은 어떤 형태를 띠고 있는가?
최근 지키지 못한 약속을 남발중이라서 뜨끔했다. 일단 먼슬리 트래커를 작성하지 않고 있고, 여전히 헬스장은 가고 있지 않다. 다만 날이 좋아져서 동네 산책을 다니고 있으며, 최소 하루 만보이상은 걷자는 혼자만의 약속은 착실히 이행 중이다. 반드시 퇴근길에는 11층까지 계단을 이용하자는 약속까지 말이다. 비록 집에 도착해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냉수마찰로 흐르는 땀을 씻어내더라도 말이다. (8월 한여름도 혹여나 심장에 무리 갈까 봐 오래 살고 싶어 뜨거운 물로 샤워하는 사람임..)
가끔 쳇바퀴같이 살고 있다는 메너리즘에 빠졌다고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손님을 응대하고 음식을 파는 요식업에 종사하다 보면 이러다가 평생 이러고 사는 게 아닐까 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가 있기도 하다. 그럴 때에는 해야 하는 일들을 투두리스트를 작성해 보면 놀랍게도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어디서 본 하루 한 권 읽는 독서법에 꽂혀서는 거창하게 이 책을 오늘 다 읽을 거야라고 나에게 다짐하는 미친 짓을 했었다. 당연하게도 하루종일 들고 있어도 결코 해결할 수 없는 할 일 1번 그 자괴감이란.. 지금은 120%를 위해 달리기보다는 80%만을 달리고 나머지는 쉬기 위해서 멈추기도 한다. 피곤해서 한숨 차 놓고 왜 잤지 하며 머리를 쥐어뜯지는 않는다. 개운하다며 하품하며 나에게 휴식을 준 나에게 참외 하나를 선물로 선뜻 주는 그런 여유로움도 생겼다. 이제는 안다. 읽어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내용을 기억하고 내 것으로 소화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아까 먹은 참외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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