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찰나의 순간에 판단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일단 수습부터 하는 게 일상인 나로서는 어쩌다가 생긴 치트키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직접 대면하는 게 아닌 배달대행을 이용해 배달주문을 처리하는 경우 가끔 일어난다. 찰나의 순간에 잡아낸 오늘의 사건도 그렇다. 때는 바야흐로.. 발바닥에 땀나게 인중에 땀나이 나게 바빴던 두 시 반에서 세시 사이의 일이었다. (시간을 정확히 아는 건.. 퇴근 직전이어서?ㅎㅎ)
단체 배달 주문이 있어 125개의 음식을 포장해야 하는데 자잘한 배민 포장주문과 요기요 배달주문, 배민 배달주문이 갑자기 빗발쳐서 사장님도 나도 이러다가 단체 배달주문 제시간에 다 준비 못하는거 아니냐는 우려가 스멀스멀 나올 때였다. 전화 한 통이 일을 더디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전화에 소음이 너무 많아서 잘 알아들을 수 없었다. 두세 번 되묻고서야 전화 건 사람이 배달기사님이라는 것을 눈치껏(그러기에는 너무 늦게 알아차림) 캐치했다. 내용인즉, 손님이 만나서 카드결제하겠다고 해놓고 계좌이체를 하겠다고 했다고 손님하고 전화하라는데.. 뭔가 싸함을 느꼈다. (두 달 전 그래놓고 연락 잠수 타는 손님이 있다고 전체공지가 날아왔었음) 배달기사님께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양해를 구하고 손님 하고 전화하고 바로 전화드리겠다 했다.
주문서에 손님 연락처로 두번이나 전화를 걸었으나 둘다 전화를 안받고 소리샘으로 연결되었다. 잽싸게 기사님께 전화를 드려서 손님하고 연락이 안 된다고 혹시 손님께 전화좀 받으라 혹은 전화를 하라고 부탁 좀 드릴 수 있느냐고 말했다. (계좌번호 안내를 하려고 했으나 손님 하고 이야기하라고 했음..ㅠ) 한 5분쯤 있다가 짜증 섞인 반말로 전화가 와서는 음식이 섞여 왔다는 둥 포장이 엉망이라는 둥 이야기를 하길래 포장은 모르겠고 돈 받아야겠다는 생각만 들어서 차분하게 계좌 안내를 하겠다고 했더니 문자로 보내라고 하고 전화통화를 종료하려고 했다. 핸드폰이 없어서 그렇다고 메모가능하시냐고 묻고 불러줬었다. 얼마냐고 해서 24800원이라고 말했더니 음식 이 개판으로 왔다는 둥 말이 반토막이 되어서 말을 하는데 입금 확인하겠다고 하니 통화를 종료했다. (이중 매듭으로 왜 이리 꽉 포장해서 가위 쓰게 만드냐는 컴플레인 들어올 정도로 야무지게 포장하는데 샐리가 없는데 무슨.. 포장은 내가 하고 사장님이 검수하고 호출한 건이었음)
그 사이 단체주문 포장하느라 정신 없던 사장님도 개인 핸드폰으로 통화의 늪에 빠진 게 찰나 배달 대행업체 사장(거래처 사장)과 배달기사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내가 손님이랑 통화하느라 통화가 안되니 사장님과 전화 중이었던 것.. 대충 내막을 이야기하고, 입금 확인하시라고 보고했다. 결국 확인되었고. 이후 담당배달기사님께서도 확인전화가 와서 입금 확인되었다고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이후 뭐라고 말하셨는데 스피커폰이라 말하는 건 들리는데 말하는 내용이 파악이 안 되어서 진짜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던 건 비밀..
이후 퇴근하면서 손님이 한말과 음식이 샜다는 둥 이야기하더라고 이야기했더니 그 핑계로 하자품을 전달받았으니 공짜로 먹겠다는 뉘앙스였는데 내가 별말 안 하고 돈 내놔라고 해서 어버버 하고 넘어간 거라고.. 사실 손놈이 뭔 소리하는지 들리지 않았던 게 가장 크다. 진짜 불만이었다면 찍어서 보내겠다 이대로 못 먹겠다 도로 가져가라고 해야 하는 게 맞는 거고, 배달 대행업체 쓰면서 단 한 번도 포장으로 인해서 컴플레인이 들어온 적이 없어서 (너무 꽉 묶었다고 짜증 난다고 리뷰테러 한 사람 제외) 대답의 가치를 못 느꼈다고 하니 사장님이 진짜 이대로 결제 못 받고 붕 뜰뻔했다고.. 배달기사님이 빨리 대처해주셔서 그렇다고 말했다. 진짜 세상에 별에 별 사람이 다 있다. 진짜..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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