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Today is better than yesterday
hello's 24 - 25 일상

24.02.10. 기막힌 타이밍에 관하여..

by hello :-) 2024. 2. 10.
728x90
반응형

 가끔 아니 자주 생각하곤 한다. 아.. 난 일복이 타고난 게 아닐까 하는.. 그래서 가끔은 기막힌 촉이 생길 때가 있다. 왠지 오늘은 엄청 바쁠 거 같은데 좀 싸하다?라는 느낌.. 게다가 경험과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면 거의 높은 확률로 그럴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러한 날이었다. 참 길고도 울고 싶었던.. 샷다 내려놓고 집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하루였지...

 사실 명절 앞뒤가 가장 바쁘다. 아무래도 명절에 맛있는걸 해 먹을 텐데 왜?라는 생각을 입사 초기에는 했었다. 하지만 의외로 명절에 혼자 지내는 사람이 많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집도 다른 데 가질 않는다. 그저 집에서 늘어지게 자거나 눈떠서 눈감을 때까지 먹고 재비(밥을 많이 먹는 사람을 놀림조로 쓰는 말)로 보낼 때가 많이 때문이다. 일가친척이 없다 보니 잔소리 들을 일도 없고, 최근에는 내가 강력히 박박 우겨서 제사와 차례도 없애버려서 더 그렇다. 그저 쉬는 날 연달아 쉬는 그런 기분..

 그러다보니 양껏 준비를 하고 싶은데 명절 앞날에는 오후장 사는 안 하다 보니 딱 오전에 팔 정도만 준비를 한다. 밥이든 세팅이든 모든 재료를.. 이게 사실 어려운 게..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내가 손이 엄청 크다. 넉넉하게 준비를 해둬야 똥줄(?) 안타고 바로바로 주문한 음식이 나가는데 남으면 모조리 폐기니까 거기에 맞춰서 준비를 하다 보니 시간이 거의 세배이상 걸린다. 그러다 보니 평상시와 같은 주문이어도 엄청 밀리는 데다가 주문이 폭주하면 그렇다. 근무하는 내내 화장실못가는 건 당연한 거고 물 한 모금도 두세 시간 동안 못 마시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장 난감한 건 바쁜 와중에 사람을 붙잡아서 저 메뉴에는 원산지가 뭐냐고 그렇게 물어놓고 정작 대답 다해주면 대꾸도 안 하고 홀랑 나가버린다.. 하.. 내 면상 왼쪽에 크게 적혀 있다고요... 이 사람들아!!라고 할 수도 없고.. 그래도 근무할 때 KF94를 여전히 착용해서 그나마 표정을 가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 (이 마스크 착용이 신의 한 수였다.)

유니폼과 앞치마가 블랙이라 멋있어 보일려고 블랙을 쓴다. (사실 화이트쓰면 하루도 못가서 마스크에 고춧가루가 묻음..)

 평상시에는 이렇게 발등에 불 떨어진 거 마냥 뛰어다니는데 오늘은 유난히 더 바빴다.. 9월인가 10월에 중단했던 쿠팡이츠를 다시 개시했는데 그게 하필 오늘 시작이었음...🤦‍♀️이건 뭐 종류별로 8 메뉴가 한집인데 그게 배민도 같이 들어오고 전화주문도 들어와서 20분 30분 걸린다고 안내해도 괜찮다고... 뭐 어쩌겠나.. 양해를 구하고 열심히 만드는데 쿠팡기사님이 너무 일찍 오셨음.. 성격상 민폐 끼치는 거 같아서 일단 앉아계시던가 다른데 먼저 다녀오셔도 된다고 했다. 혼자 좌불안석... 결국 먼저 들어온 배민 주문 제치고 1등으로 내보내고 꿍얼꿍얼.. 아무리 발등에 불 떨어져도 실수는 하면 안 된다 싶어서는 두 번 세 번 보던 주문서를 네 번 다섯 번 보고 보냈었다. 진짜 타이밍 거지 같은.... 이번달에 서비스 다시 시작할 거라더니 그게 하필 명절 연휴에 시작할 줄이야..ㅎㅎ

혼자서 거의 30만원어치 팔았음... 뭐 그럴수 있음.. 난 원래 일복이 터졌다고 했음. 굶어죽진 않을거라고... 근데 매번 너무하잖아...

 진짜 숨이 턱가지 차고 밥도 간당간당해지는데 사장님한테 전화가 왔었다. 얼마나 정신이 없었는지 사장님 전화인 줄도 모르고 메뉴가 뭐냐고 물어본 나란 사람..ㅎㅎㅎ 알고 보니 사장님이 코로나에 두 번째 걸렸다고.. 혹시나 나한테 전염될까 봐 매장 주차장 자기 차에서 격리 중이시란다.. 하이고......(정말 육성으로 아이고아이고를 연발한 나란 사람..;;ㅎㅎㅎ) 사실 난 아직 코로나에 걸린 적이 없다. 아니 걸릴 수가 없지.. 혹시나 걸릴까 봐 지금도 KF94를 여전히 착용하고 근무하고 사람이 적든 많든 집 밖에서는 절대 마스크를 벗은 적이 없으니.. 비염이 심해서 잔기침을 자주 하는데 마스크 착용하고 기침하는 게 서로에게 좋다. 하필 기막힌 타이밍에 걸렸다고 미안해하셨다. 되는 데까지 팔고 마감하고 문 잠그고 가면 빠진 부분 사장님이 마감하신단다. 괜한 오기에 꼼꼼히 마감하고 홀과 주방 바닥청소 후 포스 마감하고 행주모두 삶 고나니 평상시 퇴근시간인 거 너무 씁쓸했다. 마감 빨리하고 집에 일찍 가라고 했는데... 뭐.. 초과근무 안 한 게 천만다행이다 싶다. 참.. 어딜 가나 사람을 불러 모으거나 일복이 터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나의 운명인가 보다. 뭐 한가해서 심심해죽을 거 같은 거보다 미친 듯이 바쁘고 정신 차려보니 퇴근시간인 게 오히려 더 낫긴 하다.. 단 목마름과 나의 방광은 안타깝지만...ㅋㅋㅋ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