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은 새해라고 논다고 하지만 서비스 직종의 경우는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나뿐만이 아니라, 마트에서 근무하는 분들이나 음식을 배달하는 배달기사님까지..
방학시즌이고, 1월에는 행사가 껴 있어 다른 달에 비해서 몸도 마음도 조금 힘든 달이어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4일이 되면 정확히 6년 차가 되는데 1월과 8월에 힘들어서 늘 대상포진을 2년 차까지 달고 다녔었다. 그때 이후에는 안 바쁠 때 미리미리 준비를 해놓아서 바쁠 때 당황하고 기빨리지 않으려고 한다. (장사천재 백사장이라고 TVN에 보면 해외에 나가서 백종원 님이 한식을 알리기 위해서 장사하는데 지난주인가 지지난주에 개떼(?)처럼 사람 몰리기 전에 미리미리 준비하라고 이야기하는데 그 이유랑 같다고 보면 된다.)
신정에는 떡국먹고 맛있는 거 먹느라고 사람이 뜸할 줄 알지만.. 요즘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서 은근히 포장주문이 많다. 그러다가 정오가 지나고 늦은 점심으로 간간이 배달주문이 들어온다. 무려 2024년 1월 첫 주문이 들어왔다. 평상시에는 사장님이 직접 배달을 가겠다고 하는데 왜인지 오늘은 가족들과 시간 보내고 있을 거 같아서 그냥 배달 기사님을 호출했다.
두어번 보는 기사님이 오셨는데...😑<-요런 표정으로 오셨다. 아무렴.. 새해 첫날부터 일하려고 하니 아무래도 표정은 좋을 수가 없다. 괜한 오지랖에 웃게 해드리고 싶고, 새해고 하니까 "안뇽하세요옹~ 새해 복 많이 많이 많이 받으세요옹~!! 조심히 가세요옹~~" 하고 한 세옥타브 높게 인사했다. (참고로 목청은 엄청 크다..ㅎ) 갑자기 기사님께서 표정이 😊<-요렇게 되시더니 빵긋 웃으셔서 슬며시 웃겼다는 성취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기사님의 대답에서 포복절도했다.
"하이고.. 마.. 새해 복 많이 이빠이 이빠이 받으소~!!" 하고 가시는 게 아닌가..ㅎㅎ 되게 무뚝뚝해 보이셨는데 그렇게 큰 모션과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처음 내뱉는 말이지만 그분은 처음 듣는 말이 아닐 수 있지만 좋은 기운을 전해드릴 수 있어서 굉장히 기분이 가 좋았다.
어째 저째 근무를 다 하고 퇴근 후 저녁에 떡국에 넣어 먹을 김가루와 냉동만두와 떡국이라면 한 달도 먹을 수 있다던 엄마의 식성을 위해 떡국떡을 사러 동네 마트에 갔다. 물건을 다 사고 계산대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내 바로 앞에 나보다는 연배가 좀 있으신 분이 남편분과 싸우셨는지 두 분이서 투닥거리면서 은근히 짧은 말로 계산을 하고 있었다.
"봉투필요"
"(말을 자르며)그럼 이걸 그냥 들고 가? "
"포인트 번호는.."
"(중간에 말을 자르며) 1234"
"성함이 어" "홍길동"
듣는 내가 다 짜증이 나는 말투였다. 옆에서 주섬주섬 담든가 말든가 옆으로 비켜서서 나는 네이버 페이로 삼성페이 실행한 다음 그분 들으라고 일부러 "봉투는 괜찮고요 포인트 번호는 6105이고 이름은 신여사입니다. " 직원분 당황하시면서 아.. 넵.. 하면서 내 핸드폰과 영수증을 정중히 주시길래 두 손으로 받으면서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인사하고 돌아 나왔다. 가자미눈이 되어서 누가 째려보든가 말든가.. 직원분은 아 너무 감사하다고 하시면서 뒷 계산대 아주머니께 자랑하고 계셨다. (사실 단골 동네마트라 거의 매일 가는데 갈 때마다 좋은 하루 되시라고 늘 인사한다. 그래서 그런가 포인트 적립번호와 이름하고 다 기억하고 계시는 분도 계셨다.)
새해 첫날 이어서인 것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타인에게 좀 좋은 말을 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의문스럽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과 태도를 볼 수 있는 잣대라고 생각이 든다. 첫 직장부터 지금까지 여러 직장을 거쳐왔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서비스직종인데 전화주문이나 전화통화를 하다 보면 싸함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말투라던가 하는 부분에서 느껴지는데 대면하면 느낀다. 아.. 역시 진상은 하나만을 하지 않는구나 하고... 여러 번 재반복했음에도 자기가 주문한 게 아니라는 사람도 있고 언제 봤다고 반말하는 사람도 있고... 내가 잘될 놈이라서 우주의 먼지가 나를 테스트하는구나.. 하고 참을 인을 새기기도 한다.
반면 말 한마디로 기분 좋게 해 주고, 먼저 인사해 주는 손님도 있다. 안녕히 가시라는 인사에 배꼽인사 하는 귀여운 어린이 친구도 있다. 요즘은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라는 끝인사에 답해주는 손님도 손에 꼽는다. 오늘도 25팀을 상대했는데 3팀정도... 인사만 잘 받아줘도 다음에 그 손님 오면 재량껏 뭐라도 챙겨주는데 말이다..(내 가게가 아니라서 할인은 안됨) 여러 번 겪고 나서 내가 손님으로 다른 가게를 방문하면 꼭 인사도 하고 좋은 하루 되라고 꼭 말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해보면 참 좋다. 듣는 사람의 환해지는 표정도 좋고, 그 말을 내뱉고 제일 먼저 듣는 사람 나에게도.. 하물며 손님들이 듣든 말든 감사합니다 라는 인사를 하루에 수십 번 해도 내가 제일 많이 들으니까 퇴근할 때는 정말 감사함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느껴진다.. 그런 거 보면 왜 옛날 사람들이 말 한마디로 천냥빚도 갚는다고 하는지 알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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