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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로 보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유퀴즈 온 더 블록이다. 최근에 인상 깊게 보기도 했던 분인 동시통역사분이 쓴 책이라서 읽어보게 되었다. 예전에 성공시대(나이가 나오는..;;) 같은 다큐멘터리에서 인상 깊게 봤던 분이다.
- 예전에 방송은 기억이 안나는데 안현모 동시통역사와도 연관이 있다고 영상에도 잠깐 출현한 적이 있으셔서 잊을만하면 뵙게 되는 분이라 혼자 내적으로 반가웠다. (엄마가 BTS팬이라서 안현모 동시통역사분과 내적 친밀감이 있는 게 같은 영상을 수십 번을 보셔서..;;;;) - 검색해서 확인해보니 그 집안에 동시통역사가 넷이나 있다고.. 와..
- 대한민국 정부 기관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제 1호 동시통역사. 그는 1990년 8월, 걸프전이 발발하면서 CNN 동시통역 생중계로 통역의 세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나 이전에도 국제회의 통역사는 있었지만 대한민국 정부에서 최초로 고용한 전속 통역사가 나였기 때문.
- 국내외 정재계 최정상을 전담 통역해온 전설의 통역사로 이름나 있다. 다자회의와 한미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 등의 역사적 현장에서 최정상의 입과 귀로 살아온 저자의 경험은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장면들을 훑어보게 할 만큼 타자 공인 최고의 베테랑임을 증명한다.
- 처음 통역사로 일하기 시작한 30여년부터 지금까지 나는 매일 변함없이 새벽에 기상해 한국 뉴스를 정독하고 영어 뉴스를 확인한다. 운전을 하면서 영어 오디오북을 듣거나 그날 통시통역에 필요한 중요한 문장을 AI의 목소리로 들으며 따라 말한다.
- 일을 하는 자세가 결코 일에만 머물러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일을 끝까지 마무리 하겠다는 책임감, 일과 관계된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초라한 결과가 나왔을 때에도 감사히 받아들이는 겸허함까지, 일하면서 경험한 희로애락은 고스란히 내가 삶을 살아가는 태도로 연결되어 나를 성장하고 성숙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진심으로 일에 매진했을때 일은 곧 인격이 됨을 매 순간 실감하며 살아가고 있다.
- 국제회의 통역사라는 직업에 국한해 읽히지 않길 바란다. 어떤 직업이든 상관없다. 그 일을 사랑하고 누구보다 잘 해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
- 권리는 누가 챙겨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챙기는 것이다.
- 조금이라도 방심하고 나태해지면 수십년간 쌓은 기술도 허무하게 사라져 버릴 수 있다.
- 어머니는 삶 자체를일로 생각하는 분이었다. 늘 목표를 만들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것이 어머니의 삶의 방식이었다. 마치 직장생활을 하는 것처럼 자식 교육에 사명감과 프로의식을 갖고 임한 것이다.
- 내가 밥을 먹겄는지 늘 물어보고 시간이 될 때마다 밥을 차려주려고 애쓰는 사람이 있다는 건 알게 모르게 엄청난 힘을 준다. 마치 내가 세상에서 철저히 버림받아도 끝까지 내 곁에서 믿고 응원해 줄 사람이 있는 것 같은 그런 든든함, 자신감을 준다.
- 나는 통역사로 일하면서 밥때문에 서러운 일을 많이 겪었다. 클라이언트가 밥 먹을 시간을 주지 않아 하루 종일 쫄쫄 굶으면서 통역한 적도 많고, 행사장에서 나눠주는 호텔 도시락을 먹었다가 통역사가 왜 먹었느냐며 항의를 받은 것도 있다. 먹는 것은 생존에 필요한 기본 행위이자 욕구인데 이것을 무시당하거나 차별당했을 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마치 사람대접을 못 받은 기분이 든다.
- 웬만하면 책을 읽기 전에 별점만 확인하지 리뷰는 확인하지 않는편이다. 별점도 10점 만점에 일단 9.4를 넘으면 일단 본다. (구독서비스로 전자책 대여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 제목에 호감이 있으면 9.0까지도 보게 된다. 이 책은 우연히 리뷰를 봤는데 영어 공부에 대한 내용이 없다고 해서 별점이 짜게 준다는 리뷰를 보고서 오히려 호기심에 더 읽게 되었다.
- 이 책은 확실히 영어 공부법에 대한 내용은 절대 아니고 동시 통역사 30년 근무과정 중 추억담이나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동시통역사에 대한 편견등을 다뤄서 또 다른 직업에 대한 관점이 열리는 개념이 들어서 굉장히 좋았다. 나의 경우는 내가 겪어 보지 못한 직업들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서 읽기 좋았다.
- 동시 통역사라는 직업은 상대가 말하는 국제 언어인 영어로 이야기 하는 것을 동시에 통역을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작가님이 연륜을 쌓으면서 겪어 왔던 실수담, 애로사항 등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데 후반부에는 굳이 동시 통역사가 아니라 일하는 워킹맘이라면 겪는 이야기들, 한창 일하는 3040(20대는 신입이라서 어버버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들이 살아가면서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서 많은 부분을 대입할 거리가 있어서 너무 좋았다.
- 통역으로 자주 해외출장을 가고 자리를 비우더라도 아이들과 남편, 시어머니, 친정어머니 모두 감사함을 잊지 않고 사소하게라도 챙기려는 모습들에서 반성하게 된다. 작은 표현 하나에도 마음이 사르르 풀리기 마련인데 바쁘다는 핑계로, 몸이 피곤하다는 핑계로 나 몰라라 하는 거 같아서 반성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매일 꾸준하게 공부하고 철저하게 준비하는 모습이 가히 존경스럽다. 아무리 직업이라고 하지만 꾸준하게 뭔가를 한다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작가의 두 딸 역시 태평양 건너 유학생활을 하면서 공부를 잘해서 자신들만의 멋진 삶을 살아가는 독립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엄마가 평생 삶으로 증명해 온 것들을 보면서 배운 게 아닐까 싶다. 저자는 자신은 잘하는 게 없었다고 하는데 어머니께서 고등학교 영어선생님이셨다고 하는데 언어적인 부분을 타고난 게 아니었을까 싶다. 본인은 영어 콤플렉스가 있다고 하셨지만..(어릴 때 아버지의 일로 브라질에서 거주했으나 영어가 주 언어가 아니라 포르투칼어가 주였다고 한다.) 그래서 모국어 수준으로 습득하는 사람들보다는 부족하다는 생각에 더 악착같이 공부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 일 때문에 가족들과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할 때 밥을 차리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한다고 한다. 사실 뭔가 표현하는 방식이 결핍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은데 역시나.. 통역사라는 화려해 보이는 이면에 상대의 입으로 통역을 해야 하다 보니 밥을 굶어야 하는 경우도 많고, 연설자가 말을 빨리해서 통역사 입장에서 난해한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 이외에도 많은 사연들이 이 책에 나와 있는데 서비스직종에서 일하는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타깝기도 하고 사람 사는 게 다 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맘이 안타까웠다.
- 일화 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게 옷차림이 니트에 청바지에 부츠를 신었는데 (본인의 일화는 아니었음) 클라이언트가 집중에 방해가 된다고 컴플레인을 걸었다는 말에서 아.. 절대 튀면 안 되는 직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분하고 격식에 맞는 복장이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차분한 복장을 입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먹는 거, 입는 거, 마시는 거 다 제한이 되는 직업이라 고달프겠다 싶으면서도 스포 부분이 될 거 같아서 임종령 통역사님의 일화는 말하지 않았지만 하나하나 자신이 겪은 일화들을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이 직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어서 존경스러웠다. 사실 세상에 안 힘든 직업이 어디 있겠나.. 일이 잘되든 안되든 감사함을 가지고 일한다는 그 마인드에서 다시 한번 깨달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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