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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s 22 - 23 책장

애도하는 게 일입니다-김민석

hello :-) 2023. 10. 2.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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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지가 하얀색인데다가 처음에 제목만 보고는 죽음에 대한 무거운 이야기인가 싶어서 궁금증에 읽기 시작했다.

  • 작가는 10년 가까이 음악을 업으로 하다가 2020년 월급을 받기 위해서 나눔과 나눔에 지원했고, 현재 그곳에서 근무 중이다. 주로 캠페인 사업, SNS관리, 장례이야기 원고 작성등을 맡고 있다고 한다. 

  • 이 책의 서문에서 앞으로 진행될 이야기에 대해서 함축적으로 이야기 한다. 애도의 권리를 박탈당하는 사람이 없길 바란다며 자신의 일이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지원하는 일이라고 한다. 그렇다 보니 애도의 권리가 박탈된 채로 제도와 시장이 요구하는 자격요건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아무런 애도 없이 보건 위생상의 이유로 처리된다고 한다. 무연고 사망자의 사별자가 매해 수천 명씩 생겨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 어떤 사람의 애도는 과하거나 불필요해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꽤 자주 '그게 그렇게까지 슬퍼할 일이야?'라며 타인, 혹은 스스로의 애도를 의심하곤 한다. 하지만 감정을 의심하는 순간 애도는 제한되고 박탈된다. 
    => 여기서 우리나라에서 참사가 일어날때마다 애도하기보다는 언제까지 슬퍼할 거냐는 투의 언론이 생각났다. 9년 전 사건이나, 곧 1년이 되어 가는 사건들. 애도는 언제까지가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이 드는데 참 뭐든 빨리빨리의 민족답다는 생각에 씁쓸해지기도 하는 게 사실이다. 

<<무연고자를 분류하는 세가지 방법>>
1. 연고자가 없는 경우 ; 말 그대로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연고자가 아무도 없는 경우. 가족이 아무도 없거나, 너무 오래 살아서 제적등본에 손자와 손녀까지 모두 사망했다고 기록되어 있는 경우
2. 연고자가 알 수 없는 경우 ; 고인의 신원을 파악할 수 없는 경우. 백골 상태 혹은 사망한 뒤 너무 늦게 발견되어 시신의 부패가 심해 신원 확인이 어려운 경우 가족을 찾을 길이 없다. 
3. 연고가 있으나 시신 인수를 거부 또는 기피하는 경우 ; 고인의 장례를 치를 권리와 의무를 가진 연고자가 있음에도 가족관계 단절이나 경제적 어려움등을 이유로 시신처리 위임서를 작성해 명시적인 거부를 하는 경우. 장례의사 여부를 묻는 공문을 보내고 14일이 지날 때까지 연고자가 답을 하지 않는 경우, 행정주체는 '기피'로 이해하고 시신처리위임서를 받은 것과 동일하게 행정처리를 할 수 있다. 

<<법에서 정하는 연고자>>
가. 배우자
나. 직계비속(자녀, 손주)
다. 직계존속(부모, 조모-외가포함)
라. 자녀를 제외한 직계비속
마. 부모를 제외한 직계존속
바. 형제자매

  • 조카와 나는 가족이 아니다. 다시 말해 조카는 나의 장례를 치를 수 없는 것. 장례 치르기 너무 힘든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나는 무연고 사망자가 안될 수 있을까?
  • 일단 부모보다 먼저 사망할 경우 부모님은 나의 장례를 치를 여력이 충분하다. 법률혼 관계의 사망자를 두고 사망할 경우 배우자보다 먼저 사망해야 한다. 자녀를 두고 사망할 경우 자녀가 남아 있다면 무연고 사망자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배우자 또는 자녀가 없거나 모두 먼저 사망한 경우 동생보다 먼저 사망해야 가능하다. 
  • 모든 조건이 충족한다고 하더라도 사망 전 평균 장례비용에 준하는 (2018년 기준 1,380만 원)만 마련해 두면 된다. 단,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으려면 병원비 모두 납부해야 하고 병원비 정산에 무리가 없도록 되도록 빨리 사망하거나 보험적용이 되어야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나의 장례를 치러 줄 만큼 연고자들과 우호적인 관계가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 전제가 된다. 내가 사망할 때까지.
  • 여러 죽음들에 대한 사연들이 소개가 되는데 하나같이 다 기구했다. 
  • 어린이 병원에서 쉰에 가까운 나이에 행려환자로 태어나서 죽음을 맞이 한 사람의 사연은 출생신고도 되어 있지 않아서 아무런 정보가 없는 사연
  • 중국과 오고 가며 가이드생활하던 아들과 기초수급자의 아버지.. 결국 아들이 굶주림으로 죽게 된다. 아버지가 90년대 한국으로 귀화하면서 아들과의 가족관계를 증명할 길이 없어서 아들이 죽고서 한 달이 지나서야 친인척 중에서 가장 늦게 아들의 부고를 전해 듣고, 경찰에게 자신이 가족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하지만 장례비 300만 원이 없어 결국 구청에 가서 시신처리 위임서를 작성해야만 했다. 

 

  •  반대로 무연고사망자가 아닌데 무연고 처리가 된 경우도 있었다. 동생의 죽음에 장례를 치러주고 싶었지만 동생의 자녀가 시신 위임을 하고 연락을 거부하는 바람에 형이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을 수 없어서 발인을 하지 못해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무려 두 명의 동생이나.. (현행법상 형제자매가 사망해서 진단서를 발급받을 경우 직계 존속, 비속이 없는 경우에 장례를 치를 수 있으나 직계비속 즉,자녀가 거부를 하면 형제자매는 장례를 치룰 수 없다.)
  •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으로 일을 구하러 왔다가 결핵에 감염되어 서른의 나이로 고국에 부인과 자녀를 두고 타국에서 눈을 감았으나 시신을 인계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강도 높은 노동을 버티지 못하고 주저앉게 된다고 하니 예전에 읽었던 깻잎 투쟁기가 생각나서 먹먹해졌다. 
 

깻잎 투쟁기

사실 이 책만큼 읽기 전과 읽고 난 후의 감정이 달라진 책은 드물다고 생각이 든다. 처음에 이 책을 읽겠다고 담았을때 한창 깻잎 논란이 한창이었다. (없지만) 교제하고 있는 이성이 다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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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끔은 사망자들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잊혀서 뒤늦게 장례가 진행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한 사연은 초겨울에 사망해서 봄에 화장이 된 사람인데 주무관이 어떠한 이유로 깜빡한 채 병원과 장례식장에 공문을 보내지 않아 몇 달째 시신이 안치실에 방치되어 있었다.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그 사람이 세 들어 살던 집주인이다. 몸 상태가 급격하게 안 좋아지자 입원을 시켰는데 치료하고 회복하면 집으로 돌아오라고 했던 것..


    아무리 기다려도 퇴원소식이 없어 병원에 문의했다가 수개월 전에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이 일을 지자체에 알렸다. 담당 주무관이 뒤늦게 가족을 찾아보니 별거 중인 아내가 있었다. 재결합 의사가 있었던 아내지만 수개월째 안치실에 방치되어 있었던 탓에  병원에서 수천만 원의 안 치료 청구서를 청구하자 결국 아내는 울면서 시신처리 위임장을 작성할 수밖에 없었고, 돈 때문에 남편의 장례를 치를 수 없게 된 아내는 오열했다고 한다. (안치실 사용료는 하루 10만 원 이상 청구된다고 한다)

 

  • 한 수급자의 사망에 병원이 구청을 상대로 병원비를 내야 사망진단서를 작성해 주겠다고 했으나 당연히 구청에서는 그만한 예산이 없었다. 결국 가장 쉬운 미루기로 인해서 3년이 지나도 화장이 되지 않아서 애를 먹었던 사연도 있었다. 결국 미루기를 시전 한 주무관이 다른데 발령 나고 신규로 들어온 사람이 해결하기 위해서 머리를 굴리다가 경찰을 통해서 사망진단서 사본을 받아서 결국 장례를 치렀다고 한다. 

 

 

  • 예전에 기억도 나지 않는데 무연고사망자와 고독사에 대한 어떤 다큐멘터리를 봤었다. 사실 종종 가끔 생각하곤 한다. 세월이 많이 흘러서 부모님이 저세상 떠나고 나면 과연 내 노후는 괜찮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이 책에 별에 별 사연들이 많이 나오는데 남일 같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아무래도 지금보다도 세월이 지나면 인간이 120살이 뭐야 150살까지 살지도 모른다. 특별히 사고가 나지 않는 이상.. 그러면 병원에서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 경우 병원비를 내지 못해서 안치실에서 방치되어 가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잠깐 들곤 했었다. 
  • 외국인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없어서 베이비 박스에 아이를 데려놨으나 바구니에서 떨어져서 죽는 바람에 출생신고도 하지 못했고 시신처리 위임서에 적힌 NO have mony가 참 슬펐다. 아이가 병원에서 태어난 게 아니어서 출생신고도 쉽지 않은 데다가 장례비용이 없어서 그저 무연고사망자로 처리가 된다는 사실이 참 서글펐다. 
  • 사실 이 책 초반에 나오듯이 청장년층 인 3040이 나이가 들었을 때는 이미 우리나라 노인화가 급격히 진행되었을 것이다. 비혼이다, 핵가족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데 과연 나 역시 무연고사망자가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작가가 근무하고 있는 사단법인 나눔과 나눔처럼 장례지원하는 곳이 없다면 과연 어떻게 진행이 될지 모를 일이다. 읽으면서도 먹먹했지만 읽고 나서도 많은 생각과 여운이 남는 책이었다. 

 

 

마에카와 호마레-흔적을 지워 드립니다.

사실 이 소설을 읽게 된 것은 특수청소 전문 회사라는 타이틀 때문에 읽기 시작했다. 예전에 유퀴즈에서 유품 정리사 일을 하던 김새별님을 본 적이 있다. 인상적인 인터뷰에 집중해서 본 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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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지만 고독사에 관한 내용이 있어 결은 다르지만 장례와 죽음이라는 소재에 읽으면서 같이 생각이 들었던 책이다. 

 
애도하는 게 일입니다
매일 누군가의 마지막을 지키는 사람이 있다. 장례의뢰 공문이 날아오는 순간부터 부지런히 영정을 만들고, 위패와 국화꽃을 준비하고, 조문객을 안내하고, 장례식을 진행하고, 운구를 하는 등의 일을 하는 사람. 고인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모른다. 다만 고인이 이 땅에서 살다 이 땅에서 죽은 것, 그것만으로 충분히 애도의 이유가 된다는 믿음으로 일을 한다. 이 책은 ‘애도하는 것’이 ‘일’인 사람, 나눔과나눔에서 무연고사망자의 장례를 치르며 애도조차 쉽지 않음을 절감하고 그 권리를 되찾아 주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한 사람이 적어 내려간 분투의 기록이다. 더는 애도의 권리를 박탈당하는 일이 없길 바라면서, 더는 생의 마지막 순간만큼은 차별이 없기를 바라면서. 삶이 존엄하다면 죽음도 존엄하다. 이 하나의 진실을, 저자는 장례를 치르면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죽은 자와 남겨진 자)을 통해 깨달았다. 그렇게 누군가의 마지막을 지키면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그 시간들 속에서 분전했던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이 책에 담겼다. ‘무연고’라는 단어에 슬픔조차 메말라 버리는 시대, 부디 《애도하는 게 일입니다》가 움츠러든 인식을 다시금 깨우고 모두가 안녕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작은 불씨가 되어 주길 바란다.
저자
김민석
출판
지식의숲
출판일
2023.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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