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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s 22 - 23 책장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문미숙

hello :-) 2023. 8. 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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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세계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문구에 끌리기도 하고 표지를 보고 서정적인 내용인 줄 알고 읽었다. 하지만 여러 생각이 드는 사회적 현상을 반영한 내용이라서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 치매에 걸려서 난폭해진 엄마와 함께 사는 50대 여성 명주와 뇌졸중에 걸린 아버지를 케어하는 20대 청년 준성은 버거운 현실에 하루하루가 힘이 든다. 그러다가 뜻하지 않은 사고로 진실을 은폐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이들은 무사히 은폐할 수 있을까

 

  • 명주는 1년 6개월 전 치매가 심해진 엄마와 살기 위해서 임대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된다. 사실 명주는 이혼을 하고서 어떻게든 먹고살기 위해서 여러 직업을 전전한다. 그러다가 뜻하지 않게 발바닥에 화상을 입게 되고 그 후 극심한 통증을 가진 채로 살게 된다. 통증이 심각해지니 직업을 구하기 어렵게 되고 엄마의 100만 원 남짓의 연금으로 업혀 사는 처지가 된다. 어느 날도 엄마의 치매증상에 지친 명주는 잠시 나갔다 왔는데 엄마가 바닥에 쓰러져 있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에 자신도 따라가려고 했으나 쉽지 않다.
  • 결국 엄마의 연금으로 당분간 지내기로 마음을 먹는다. 엄마의 연금 100여만 원에서 생활비를 제외하고는 28만 원.. 엄마의 병원 진료비, 약값, 기저귀와 패드, 영양캔, 속옷등을 샀던 금액이다. 엄마의 죽음으로 더 이상 엄마를 위해서 쓰지 않게 되면서 이 돈은 오로지 명주의 손에 들어오면서 명주의 삶에 풍족한 여유가 손에 쥐어지게 된다. 달콤하다. 마치 부자가 된듯한 명주.. 하지만 집안에 모셔놓은 엄마의 시신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하고 엄마가 보이지 않는다고 이웃들이 하나둘 엄마의 안부를 묻게 된다.
  • 특히 진천할아버지가 엄마의 근황을 자꾸 캐묻기 시작한다. 알고보니 엄마의 남자친구..  게다가 이혼 후 떨어져 지내던 딸 은진이 자꾸 엄마인 명주에게 접근한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해지기 시작한 명주는 화상을 입었던 발바닥의 통증이 극심해진다. 급기야 엄마인척 하면서 진통제를 처방해서 먹기도 한다. 느낌 탓인지 모르겠는데 명주의 발바닥 통증은 엄마의 안부를 묻는 마트직원이나 엄마의 남자친구라는 진천 할아버지와의 대화 후 심해진다. 명주의 양심을 뜻하는 건 아닐까.. 
  • 주변에서 엄마의 근황을 묻거나 따로 살던 딸이 자꾸 돈을 달라고 압박이 들어오자 엄마의 시신을 매장하기로 마음먹는다. 엄마가 사망하기 전에 고향에 땅을 매입한 사실을 알게 되고 거기다가 매장을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러다가 패닉인 상태로 피를 묻힌 채 뛰쳐나온 옆집 청년 준성을 마주한다. 

 

  • 준성은 20대 청년인데 고등학생때부터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케어해 왔다. 사실 그의 아버지는 알콜성 치매도 가지고 있는데 아버지가 건설현장 노동자로 살았을 때부터 습관적으로 마신 술이 복리의 효과인지 점점 상태가 나빠진다. 어느 날은 아버지와 TV를 보는데 이상한 쿰쿰한 냄새가 났다. 알고 보니 배변 실수를 하신 것. 하지만 아버지는 자신이 실수한 것도 모르고 TV를 보고 있었고 준성은 그런 아버지를 케어하며 운동을 시키며 그런 아버지가 잠든 시간에는 대리운전을 하며 열심히 살아간다. 
  • 하지만 자신의 노력과는 별개로 술을 끊은 줄 알았던 아버지는 몰래 술을 사서 마시고 준성은 그 사실을 알고 충격을 먹는다. 하긴.. 간이식 수술받고도 그걸 못 참아서 술퍼마시는 술꾼도 있더라니.. 그러다가 집에 불이 나고 아버지는 생식기를 비롯하여 허벅지, 발등에 화상을 입고 의사는 일반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옮겨서 치료를 받으라고 권유하지만 돈이 없었던 준성은 집으로 모셔와서 직접 드레싱을 하고 돌본다. 고통에 발버둥 치는 아버지를 달래 가며 이리 눕혔다가 저리 눕혔다가 덧나지 않게 하루에서 여러 번 드레싱을 한다. 젊은 자신도 힘들어서 진이 빠지는데 과연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싶다. 뇌졸중의 후유증으로 거동이 쉽지 않았던 아버지를 자신이 직접 운동시켰는데 화상치료로 인해서 아주아주 처음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상태로 아예 복귀해 버려서 그 힘들었던 상태에서 다시 처음부터 운동을 시켜야 함에 기운이 빠진다. 
  • 사실 여기까지도 힘든데 준성은 아버지가 화재로 화상을 입을 당시 너무 놀란 나머지 대리운전하던 중에 사고를 내게 되는데 설상가상으로 외제차를 사고내서 흠집 내버린다. 거액의 수리비가 나오고 외제차의 차주는 반복해서 수리비 2천만 원에 대한 변제를 압박한다. 심리적으로도 내몰리게 되는 준성은 점점 피폐해지고 예민해진다. 
  • 아버지를 목욕시키기 위해서 화장실을 훈훈하게 데우고 아버지를 부축해서 씻기기 위해서 욕실에 모시고 가서 옷을 벗기는데 갑자기 변심한 아버지가 목욕을 하지 않겠다고 버둥거리고 아버지의 어깨를 잡고 지탱하려고 한다. 갖은 일로 손목에 통증이 와서 순간적으로 손을 놓아버린 준성. 갑자기 아버지가 고장 난 관절인형처럼 무릎이 꺾이고 세면대에 머리를 부딪히며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머리에 피가 난 아버지를 보고 너무 놀란 준성은 몸에 피를 묻힌 채 패닉인 상태로 일단 집 밖으로 뛰쳐나오고 그런 모습을 명주가 보게 된 것이다. 

 

  • 명주가 들어가서 욕실에서 머리에 피를 흘린 채 누워있는 노인을 바라보는데 119를 부르려는 순간 이제 감옥에 가는구나 여태 내 인생이 무엇이었는지 모르겠다고 울부짖는 준성을 바라본다. 너무 안쓰러운 준성을 보던 명주는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으며 준성의 아버지도 같이 매장을 하자고 제안을 한다. 각자 너무 피폐해진 삶에 결국 둘은 동조하게 되고 트럭을 렌트하면서 명주의 어머니의 고향으로 트럭은 향하고 눈이 펑펑 내리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으로 소설을 끝나게 된다. 

 사실 처음 명주는 이혼녀인 데다가 밖에서 겪는 모멸감에 비해 나의 엄마를 간병하는 게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간병을 시작하게 되지만 케어를 하면서 엄마의 존엄성은 바닥으로 떨어지게 된다. 준성 역시 아버지를 케어하면서 진창에 빠진 듯한 느낌이 들게 되고, 미래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아니 현실도 버겁게 여겨진다. 

 명주나 준성은 결과적으로 보면 각자 엄마와 아버지의 죽음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것에서는 패륜이 맞다. 하지만 손가락질하기에는 각자 너무나 버거워하면서도 끝끝내 나라면 하지 못할 돌봄 들을 매일매일 그들은 해나가고 있었다. 과연 나라면 그렇게 케어를 할 수 있을까.. 

 예전에 건강보험공단 콜센터에 근무하면서 받았던 민원 중에서 부모님이 치매인데 노인 요양 등급평가를 받으려고 하면 평상시는 그렇게 흐릿한 정신을 가지고 있던 부모님들이 등급평가자가 오면 어찌나 총명한지 속이 터진다는 사연을 많이 들었다.  등급을 받아서 장기요양보호 수당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총명하게 행동하면 평가 시 등급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면 혜택을 받지 못하고.. 그래서 명주와 준성 역시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발버둥 치고 있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가끔 뉴스를 보면 친족살인사건이 뜨기도 했었는데 장기적인 투병생활로 인해서 가족들이 다 같이 수렁으로 빠져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다가 가족모두가 미래가 없는 삶을 살다가 현실이 너무 힘들어 피폐해진 삶에서 잘못된 선택을 한 경우가 있었다. 그 뉴스를 들었을 때도 그렇고 이 소설을 읽었을 때도 초창기에는 헉.. 아니 어떻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차마 잘못되었다, 손가락질할 수 없었다. 특히 명주가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임기응변으로 엄마의 남자친구인 할아버지와 마트 직원의 안부인사 등에 대처하는 것을 보면 스릴러 저리 가라다. 게다가 불쑥불쑥 연락 오고 엄마의 핸드폰에 위치추적어플까지 깔아서 돈 뜯으러 오는 딸 은진의 모습에 슬며시 명주를 응원하게 되면서 이게 도덕적으로 맞는 건가 하는 생각도 잠깐 들기도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에 빠르게 접어들어 고령의 사회구성원들이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국가가 전문적으로 케어를 한다기보다는 가족들이 간병을 하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어지면서 빠르게 일상이 무너지는 상황이 많이 목격된다. 요즘은 유병장수한다는 시대이다. 만성적인 질병을 가진채 오래 산다.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상 엄마도 그렇고 나 역시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과연 아픈 부모님을 내가 마지막까지 케어를 잘할 수 있을까..  분명 이러한 고민을 지금 현재의 고민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 이 소설을 창작한 문미순 작가님께서 최근에 남편분이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가족을 간병하면서 가족을 돌보는 일에 대한 고통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가족 돌봄에 지쳐서 우발적으로 벌어지는 간병살인이 간병으로 인한 파산, 실직으로 인해 이 일이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사회 현상이 되어간다면 이는 사회가 함께 논의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소설을 통해서 제시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가 좀 더 마음을 찌르는 무언가가 느껴진다. 뉴스로 간간이 접하는 문제보다 소설로 접했을 때 좀 더 와닿기도 하고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미실』(김별아), 『아내가 결혼했다』(박현욱), 『내 심장을 쏴라』(정유정), 『보헤미안 랩소디』(정재민), 『저스티스맨』(도선우),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오수완),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고요한) 등 매해 걸출한 장편소설을 배출해온 세계문학상, 그 열아홉 번째 수상작인 문미순 작가의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이 출간되었다. 185편의 응모작 가운데 심사위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이 작품은, 간병과 돌봄의 무게를 홀로 감당하는 두 주인공이 벼랑 끝에 내몰린 현실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희망의 빛을 찾아가는 잔혹하고도 따뜻한 이야기다. 치매 어머니를 간병하는 50대 여성 명주와 뇌졸중 아버지를 돌보는 20대 청년 준성은 잇따르는 불운과 가혹한 현실에 좌절하던 중 예기치 못한 부모의 죽음에 직면하자 그 죽음을 은폐, 유예한다. 막다른 길에서 그들이 감행하는 결단과 선택의 과정을 작가는 입체적이고 치밀하게 그리며 설득력 있는 서사를 만들어낸다. 일곱 명의 심사위원(최원식, 강영숙, 박혜진, 은희경, 정유정, 정홍수, 하성란)은 “병든 부모를 돌보느라 정작 자신의 삶은 돌볼 수조차 없는 두 이웃의 비극을 그리는 이 작품은 자연주의 소설의 현대적 계승인 동시에 비관적 세계에 가하는 희망의 반격”이라며 “끔찍한 현실에서도 희망을 보여준 이 서슬 퍼렇고 온기 나는 작품을 올해의 세계문학상 수상작으로 정하는 데 이견은 없었다.”고 밝혔다.
저자
문미순
출판
나무옆의자
출판일
202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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