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번에 마트에 가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어폰을 끼고 주변 소리를 차단한 채 음악이냐 뉴스를 듣고 있는지 주목해 보라.
나도 그런 사람중 하나였다. 나는 장을 보러 가는 시간을 오디오북을 들을 기회로 여겼다. 그러던 어느 날 이어폰을 깜빡 두고 나왔고 그 덕에 마트에서 들리는 소리와 온갖 자극에 몰두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이 나누는 대화의 토막도 엿들을 수 있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대체 누가 이런 음악을 마트 안에 틀기로 결정했는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요즘 우리는 지금 서 있는 장소에 온전히 존재하는 일이 드물다. 우리의 정신은 언제나 '저 멀리 어딘가'에 가 있고, 감각은 다른 시간과 다른 장소로 채워지고 있다. 그러나 눈과 귀를 온전히 열고 주변 상황을 자연스럽게 마주하면 심오한 아름다움과 영감을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의식적으로 흡수하라. 딴데 정신을 파느라 현재의 숭고함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당신을 둘러싼 환경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사실 나의 경우 오디오북을 듣기도 하는데 무선 이어폰으로 퇴근 후 엄마와 통화하면서 저녁거리를 고민하거나 장볼거리가 있는지, 혹은 먹고 싶은 음식이 있는지 묻기도 한다. 그 이외에는 거의 사용을 하지는 않는다. (걸어서 15분 뛰어서는 9분 거리라 더 길게 사용하지 않는다는 게 함정..)
무선이어폰을 자주 사용하긴 하지만 귀에 꽂고있기만 하고 정작 음악이나 오디오북은 재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내가 서비스직종에 근무해서 그런지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말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듣던 것도 중지하기도 한다. 근무할 때 메뉴가 나오거나 할 때 접수번호나 메뉴를 불러도 요지부동인 손님 때문에 난감함을 자주 겪다 보니 대화가 종료될 때까지는 이어폰을 꽂고 있더라도 아무것도 재생하지 않는다. 얼마인지 듣고 적립 번호를 말하고 좋은 하루 되세요라거나 날씨에 대한 스몰토크를 하는 등 대화를 한다.
그래서 그런가 오일장의 족발집 이모랑 그러다가 친해지기도 했다. 반찬가게 사장님하고도 이집 김치 맛있더라는둥 스몰토크 하면서 덤을 더 받기도 하고.. 분식집 계좌번호가 바뀌었네요?? 하는 소소한 발견도 하기도 했다. -실제 계좌번호 바뀌었네요 하는 사람이 내가 처음이었다는 말에 놀랐다-
그 이외에도 동네가 좀 특이하게 횡단보도나 인도에 자전거도 많이 다니고 사람들도 많이 다니는데 신호등이 없어서 눈치싸움으로 건너는 구간이 많다. 그럴 때 다른 차들의 움직임도 더 잘 볼 수 있다. 내가 길을 건너는데 먼저 양보해 준 차들에게 꾸벅 인사로 감사함을 전하기도 하기도 하고, 요즘처럼 더운 날에는 나뭇잎이 찜 쪄지는(?) 특유의 향과 가열하게 울어대는 7살 매미들(어릴때 어느 책에서 봤는데 매미가 울기위해서는 땅속에서 7년간 자란다는 글을 본적 있다. 7년살아서 7일 운다고 했었다. )의 소리들을 들을 수 있다.
습하고 더워 싫어하는 계절이지만 그래도 그리워하게 될 계절 특유의 여름의 향과 소리를 마음에 새겨들을 수 있다. 가로수 아래 걸을 때 나무의 가지 사이사이 반짝이는 햇살이 너무 예뻐서 동영상으로 촬영하기도 하는 등 매일 다니는 길이지만 매일 소소한 다름을 느끼기도 한다. 일단 무선이어폰으로 귓가에 음악이나 영상 등을 틀지 않으면 눈치싸움하면서 길 건널 때 좀 더 빠릿빠릿하게 건널 수 있어서 사고의 위험이 없어서 다행이다 싶다. 길을 건너는 나를 위해서도 운전을 하는 다른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서도!
'hello's 22 - 23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08.18. 딴 짓을 하고 싶은 욕구는 모두 느낀다. (45) | 2023.08.18 |
---|---|
23.08.17. 세상이 당신을 부르는 순간 (49) | 2023.08.17 |
23.08.15. 78번째 광복절 (46) | 2023.08.15 |
23.08.14. 당신의 기본 설정을 되짚어보라. (36) | 2023.08.14 |
23.08.13. 용기있는 자만이 시대를 바꾼다. (29) | 2023.08.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