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 책을 읽을 때 많은 정보를 접하고 읽는 편은 아니다. 그저 표지를 보고 끌리거나, 다른 책에서 언급되어서 읽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하지만 이 책은 출간 소식을 우연히 트위터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참사의 생존자가 작가라고 해서 북클럽에 업데이트되자마자 바로 읽었다.
- 한때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 주지 않는 세상을 원망한 적이 있어요. 그 시절의 우리는 참사의 당사자였지만 어른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는 세상이 더 이상 그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세상은 시련을 겪은 누군가가 그걸 훌륭하게 극복해 내야, 그제야 그 사람을 바라봐 준다고 생각했습니다.
=> 이 책의 첫 문구인데 이 문구를 듣자마자 바로 오디오 기능을 끄고 읽기 시작했다. 너무 울컥해서 차마 오디오로 듣기가 너무 힘들었다. (보통 오디오북으로 먼저 듣고 괜찮은 내용들은 다시 재독 해서 기록을 남기는 편이다. )
- 이 책에서도 저자는 언급한다. 극복하는 과정이라기 보다는 살아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사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참사, 사고는 모두 세월호 사건을 다루는데 김탁환 작가의 거짓말이다, 이국종 교수의 골든 아워2 에서도 나오는 내용이지만 실제 겪은 사람의 겪고 나서 무너진 일상을 되돌아오기 위한 과정이라서 참 마음이 아팠다. 김탁환 작가의 거짓말이다는 참사 이후 시신 인양을 위해서 고군분투하던 잠수사의 시점에서 다룬 내용이고, 이국종 교수의 골든아워 2는 참사 이후 닥터 헬기를 띄워서 갔으나 손 놓고 바라보고 있는 행정에 분노하는 내용이다. 공통점으로는 그저 바라보고 있고 부조리를 목격하고 해결할 수 없음에 분노하고 화내는 내용이라면 이 책은 너무나도 담담하고 처절하게 살아온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더 마음이 아팠었다.
- 왜 사람들은 모르는 걸까요. 이런 일들을 계속 무시하고 지나친다면 그다음 차례는 자신과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걸. 그걸 막기 위해 왜 남겨진 사람들만 몸부림쳐야 하는 걸까요. 저는 세상이 변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 다음 세대인 아이들도, 더 성장해 나갈 저의 세대 사람들도 우리 앞에 벌어진 참사에 두 눈 뜨고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거예요. 남겨진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이 나라에 사는 사람으로서.
=> 실제 최근에 이태원 참사도 일어났다. SNS에서 봤었는데 고향 친구인 두 여자가 나란히 자식을 잃고서 장례식장에서 마주쳤다고 한다. 한 사람은 세월호 참사로 한명은 이태원 참사로.. 하필 나이대가 비슷한 때라서 더 마음이 좋지 못하다. 심지어 두 참사는 사람이 인력으로 구할 수 있었던 사고인데..
- 작가의 집에서 꽤 거리가 먼 단원고등학교까지 다니는 학생은 드물었는데 교복이 눈에 띄는 색상이라 참사 이후 기자들이 쫒아오는 경우가 많아서(사실 참사에서 일상으로 돌아오기 전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는데 기자들에게 시달리느라 친구의 장례식에도 중학교 친구들의 도움으로 겨우 다녀온 일화는 정말 눈물짓게 한다.) 체육복을 입고 등하교를 한다던가 지각으로 인해 택시를 타는 경우 사람들의 무례함 속에 목적지로 학교 이름을 대면 "네가 세월호 탄 애니?" 혹은 "단원고? 몇 학년 몇 반인데?"라는 질문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그분들은 그저 질문 한 번이었겠지만 당사자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후 숨 막힐 거 같아서 학교 안산 올림픽 기념관으로 목적지를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어느 날 목적지로 안산 올림픽 기념관으로 가주세요라고 말했을 때 한 택시 기사님이 그냥 가라고 했다고 한다. "단원고 학생이지? 내가 택시기사라 너희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이렇게 태워 주는 것 밖에 없어서 그래. 힘내고 학교 잘다녀라."라고 이야기를 하고 금방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그 때 작가는 "우리에게 호의를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 가까이 있구나."라고 느꼈다고 하는데 그 부분을 읽는데 참 눈물이 났었다. 주변에 얼마나 시달렸으면 그랬을까 하는 마음도 들고.. 그 이후 위클래스라고 하여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스쿨닥터 김은지 선생님이 오시면서 차차 마음의 문을 열고 상담을 받지만 세월호 특별법으로 인해 악플을 받고서 내부가 서서히 죽어갔다는 내용에 마음이 아팠었다.
아마 그들은 입으로 똥을 싸고서 그 더러운 똥에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고 아파한다는걸 몰랐겠지.. 진짜 천벌 받았으면 한다. 더불어 지겹다는 내용까지.. 당사자가 아닌 나도 그 글을 보고서 참 인간 같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고 참 마음 아파했었는데..
- 이후 참사 후유증으로 자해를 하거나 집중력을 잃어서 좋아하던 책을 읽는것도 버겁게 느껴지는 일상을 견뎌내게 된다고 한다. 아마도 당사자는 평생 가지고 가야 할 짐이 아닐까... 다행히 스쿨닥터 선생님과 상담하면서 마음속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차차 나아지고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다른 꿈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 지하철을 탈때 불안증세를 보인다거나 갑자기 천장이 내려앉을 거 같다거나 하는 불안을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똑같이 느끼면서 점점 상태가 나빠져서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입원까지 하면서 치료를 받게 된다. 이후에도 꾸준히 상담치료를 받으면서 그제야 자신의 상태에 정확하게 마주하게 되면서 치료약을 먹는다. 또한 스쿨 닥터였던 선생님이 개원하면서 인턴 하는 기회도 얻게 되고, 이후 씨랜드 참사 유가족을 만나서 이야기도 들어보는 귀한 기회도 얻게 된다. 이후 자신과 같은 생존 학생들끼리 비 영리 단체인 운디드힐러를 창립하게 된다.
=> 엄청난 고난을 겪고서 자신만의 위치에서 차근차근 앞으로 꾸준히 나아가는 모습에 감사함과 멋짐을 느낄수 있었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슬픈 내용이 나올까봐 각오를 하고 읽기도 했다. 잊어서는 안 되는 내용이고,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마음에 읽기 시작했는데 초반에는 어쩔 수 없이 겪은 이야기를 해야 하기에 짧게 언급이 된다. 감당할 수 없는 고난과 시련 속에서 살아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은 정말 말할 수 없는 먹먹함이 느껴진다.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나도 물에서 죽을뻔한 경험이 있다. 외사촌과 강의 상류에서 놀다가 발을 헛디딘건지 어쩐 건지 기억이 정확히는 나지 않지만 떠내려가서 아버지가 미친 듯이 달려서 나를 잡으려고 강 하류까지 뛰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때 이후 계곡에 가지 않는다. 덩달아 바다에도 물속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어렸을 때는 그게 뭐라고 이겨내라고 억지로 수영장에 보내고 바닷가 체험하는 캠프 같은데 부모님이 보내서 카약을 탄다고 바다 한가운데서 물을 엄청 먹어서(본능적으로 몸에 힘이 들어가서 자꾸 가라앉는다) 탈수 증상으로 끌려 나오기까지 힘들었는데 아마 작가는 주변의 안 좋은 여론과 언론에서 취재한다고 기자들에게 시달린 거 까지 하면 정말 계속 살아내고 책까지 낸 것은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살아남아줘서 자신의 기록을 책으로 출간해줘서 너무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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