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오류로 인해 웃지 못할 일을 겪었다.
사실 근무할 때 혼자 근무하다 보니 지시사항이 있을 때에는 사장님이 별도로 통화나 말로 하기보다는 메모지를 작성해서 전기 차단기 입구에 붙여놓는다.
오늘의 지시사항에 내일 단체 주문이 있어서 빈 공간에 세팅을 준비해달라고 적혀 있었다. 냉장고 속 세팅한 내용을 보고 참고하라고 해서 반대편 벽에 주문서를 붙이는 공간에 갔더니 오마이갓! 단체 주문이 176개였다. 40개, 46개, 40개 50개 이렇게 단체 주문이 들어왔었다.
근데 빈 공간이 어디인가 조금 고민이 되었다. 흐음....
그러는 사이에 물류 아저씨가 비집고 들어오셨다.. 아니 아저씨.. 30분 뒤에 오라고 그렇게 누누이 이야기했건만.. 일단 수많은 재료를 이미 가득 찬 냉동고에 테트리스로 차곡차곡 넣어본다. 입으로는 투덜거리면서도 손으로는 오픈 준비랑 해서 금방 준비를 하고서는 단체 주문에 관한 다른 준비는 싹 다 했는데 빈 공간에 세팅이라는 말에 이해가 안 되어서 갸웃거리다가 혹시 단체 주문 개수에서 현재 준비된 거 빼고 싹 다 준비를 했다. 시간이 소요가 좀 많이 되긴 했지만 고도의 집중력으로 내가 김치인지 내가 직원인지 물아일체의 정신으로 30분 만에 14개씩 9판을 준비를 다 했다.
냉동된 고기도 100g씩 다 자르고 치즈도 100g씩 열정적인 소분을 다하고 허리를 펴나 했는데 들어오던 사장님 기겁을 하신다.
(냉장고에) 빈자리 세팅 좀 채워놓아주세요
=>(단체 주문에 모자라는) 빈자리 세팅 좀 채워 놓아주세요
라고 내가 해석을 잘못한 거라는데... 아뿔싸... 당황해서는 어... 그럼 원상복구할까요??라는 멍청한 질문을 했다.
사실 자주 이런 의사소통의 오류가 있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보통 곧 주말이고 해서 기본적인 세팅이 준비가 이미 다 되어 있는 상태라 빈자리라고 해봐야 8개, 9개 있는데 그 자리를 채워 놓으라고 할 리가 없었기 때문...
왜인지 사서 일을 많이 한 느낌이라 머쓱하지만..
그 와중에 치커리 씻어서 주말에 쓸 양만큼 샐러드도 만들고 있으니 사장님이 아무 말도 못 하고 계셨다.
뭐 어쩌겠습니까.. 다음에는 김치 빼고 넣어놓을게요..라고 하는 수밖에... 세팅에 치커리 샐러드를 넣어야 하는데 남는 양을 보고서 새로 해야 하는 상황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핑계를 대어 본다. 설마 일 더 했다고 뭐라 하겠어;;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미리 해서 다행히 아닌가 싶다.
오후반에는 나이 드신 분이 일을 하셔서 웬만하면 절반이나 젊은 내가 힘든 일이나 손 많이 가는 일들을 대부분 처리하려고 한다. 시간에 쫓겨서 도저히 짬이 안 나면 어쩔 수 없지만.. 내가 부담을 끌어안고 가는 거라 가끔 말 그대로 부담이 되는 경우가 있긴 한데 그럴 때는 CCTV를 향해서 소통을 한다. 어우 집에 가고 싶다..라고 하면 다음날 나에게 일을 미루는 게 좀 덜하더라.... 역시 CCTV로 우리의소통을 보는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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