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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s 22 - 23 일상

[23.02.11.]나에게 반한 순간

by hello :-) 2023.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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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반한 순간이 몇몇 있다. 무슨 대책 없는 자기애인가 싶을 건데.. 사실 난 내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나 자신이 멋져 보일 수가 없다. 

 오늘 역시 엄청난 고난을 극복하였다...

출근하고나서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갔었다. 

 사실 근무지의 화장실은 우리 매장만 쓰는 게 아니라 그 건물의 한 층이 모두 같이 쓰는 구조인데 도어록이 걸려있는 데다가 화장실에 들어갈 때 필연적으로 화장실 맞은편 약국의 약사님과 눈이 마주친다.. 가끔 뻘쭘해서 눈인사나 아는 척을 하는데 오늘은 손인사까지 한 상황이었다. 

 볼일을 보고 화장실을 나오는데 변기가 반응이 없다. 아무리 눌려도 무반응... 당황스럽다.. 떠난자리는 아름다워야 하거늘... 이런 젠장.. 순간 변기 수조 뚜껑을 열어서 확인해 봤더니 변기에 차 있어야 할 물이 없었다. 아래에 차단 밸브를 풀어서 기다렸다가 물을 내렸는데 나의 고민과 근심이 같이 내려가서 어찌나 기뻤는지 모른다. 

 가끔 반할때가 있다 나에게.. 그것은 바로 뭔가 어떻게 된 건가 생각하기 전에 이미 해결하고 끝마치는 경우.. 오늘처럼 느닷없이 변기를 고치거나.. 남이 막아놓은 변기를 뚫거나, 세면대 문제를 해결하거나, 전등을 갈거나 하는 경우가 있는데 어느새 정신 차리고 나서 보면 양손이 시커멓거나(오늘은 아님) 망해서 수습불가인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몸이 먼저 나서서 하고 있다는데 기특하고 멋져 보이기도 하다. 

 6개월전에는 내 방에 붙박이선반이 있었는데 유리문이 달려있어서 굉장히 거치적거렸다. 이유 인즉은 경첩이라고 해야 하나 그 장치가 3개가 달려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박살이 나서 대롱대롱 매달려서 위험하기도 열기 어려우니 잘 안 쓰는 것이었는데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을 잠아 떼고는 지금은 책장으로 잘 쓰고 있다. 대책 없이 일을 벌이는 게 장점이자 단점인데 일을 벌여서 수습하면 장점이고 수습이 안되면 단점이기 때문..

 변기가 고쳐진 건 아무도 모르겠지만 나는 아니까 나 자신에게 너무 뿌듯하고 자랑스럽고 사랑(?)스럽다고 하면 너무 과한 건지 모르겠다.. 뭐 어쩌겠어.. 이게 나인걸..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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