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도는 신기한 관계를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그런가 사람이 살다 보면 어떻게 어디서 마주칠지 모른다고 적을 만들지 말라는 소리를 책에서 많이들 하나보다.
사실 나역시도 최근에 겪었던 일인데.. 원래라는 건 없지만 원래 나는 장기간 직장생활을 했지만 이처럼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기는 처음 있는 일이다. 아무리 일이 그지 같고 돈을 적게 주거나 월급을 미룰 거 같은 낌새가 보이면 딱 1년을 채우고는 일주일 내에 일을 구해서 다른 직장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다. 워낙 연관성이 없는 직장이라서 전 직장동료를 마주치거나 그런 적은 없는데 특이하게 방문하는 손님이 얽히는 경우가 이번 직장에서 종종 있다.
작년 봄이었나 이 손님을 처음 만난건 그쯤이었던 거 같다. 왠지 퀭해 보이는 인상에 젊게 보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많이 보면 내 또래로 보이는 손님이었다. 남자 손님이었는데 거진 아침 첫 손님이어서 출근 전에 아침 먹으러 오는 사람이겠거니 했다. 근데 아침치고는 메뉴가 굉장히 많아서 의아해서 물어봤다. 알고 보니 근처에 있는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근무한다고 해서 거기 자주 이용하는 단골임을 어필했더니 거기 보안업체 근무한다고 교대근무인데 야간근무 하고 퇴근하기 전에 밥 먹으러 왔다고 했었다.
내 또래 혹은 내 남동생 또래로 보여서 퇴근후 기분 좋으라고 서비스로 스팸이나 계란프라이 서비스로 종종 드리곤 했다. 뭐 내가 사장은 아니지만 아침 점심을 매장에서 먹을 수 있는 복지가 있으니까 내가 먹었다고 셈 치고 드렸었다. 그러다가 한몇 달 보이지 않아서 아 물려서 다른데 가시나보다 하고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작년 늦여름인가 가을쯤에 다시 매장에 방문하셨다. 이 손님이 세스코 담당 아저씨로!!! 사실 한창 코로나가 심할때라 마스크를 착용해서 그쪽은 못 알아본 거 같은데 난 눈치를 깠긴 했다. 그래도 아닐 수 있으니까.. 그리고 기존의 담당 아저씨가 일이 생겨서 일회성 일수도 있으니까..
두번인가 오다가 일이 많아서 이리저리 뛰고 있는데 갑자기 쓰윽 오더니 많이 바쁘시네요라고 하셔서 굉장히 화들짝 놀래서 서로 민망했던 적이 있었다..ㅋㅋ 놀랠 의도는 아니었다고 안 그래도 손님으로 앉아있을 때도 한참 종종 거리고 돌아다니길래 뭐 하나 궁금했었다고 이야기하셔서 그제야 아는 척했다.
사실 그때 매장에 바선생이 많아서 골치를 겪고 있었는데 바로 옆 매장이 예전에 치킨집이었는데 너무 더러워서 기겁을 했었다. 손님이 먹고 간 테이블을 치우고 가지 않는건 물론이고 분리수거나 음식물 쓰레기도 분리하지 않아서 오후반인 사장님 어머니가 옆집과 제법 싸웠다고 했었다. 거기가 문 닫고 나서 인지는 모르겠으나 배관을 타고 옆집인 우리 매장으로 넘어와서는 박멸될 듯 박멸되지 않아서 정말 애를 썼었다. 약을 치기도 하고 싹 명절마다 싹 뒤집어엎어서 약을 뿌리기도 하고 별에 별 방법을 연구했었다.
사실 별 기대를 안했지만 담당자가 바뀌었으니 바선생의 행태를 고발(?)하기 시작했다. 정말 길고도 긴 싸움이었다. 정말이지.. 매달 1번씩 방문하다가 매주 방문으로 바꿔주고 약을 바꾸기도 하고 심할 때는 상사분이 방문해서 냉장고를 끄집어내서 뒤에도 약치고 선반에도 싹 다 물건 내려서 약 지고 구석구석 다 약을 도포하기도 했다. 물론 담당자분도 매주 방문해서 피드백해주고.. 나도 메모지에 도면 그려서 나오는 거 체크하고.. 정말 하얗게 불태웠다..
드디어 오늘 매장에 담당자분이 와서 둘러보더니 아예 안보이는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나랑 사장님도 얼떨떨해서 어안이 벙벙했었다. 내가 입사하기 전 6년 7년 전부터 골머리를 앓던 문제였는데 지금은 안 보인다고 하니 사장님도 어안이 벙벙했고 나 역시 못 믿었다. 정말 신경 써주셔서 감사하다고 안 믿긴다고 감사인사를 드렸더니 혹시 모르니까 꼼꼼하게 약을 다시 한번 확인하겠다고 이야기해 주시면서 앞으로도 지켜보자고 하는데 어찌나 감사한지.. 마 바선생 느그들 다 죽었다!!!
사실 세스코 담당 아저씨 이상한 개그를 선사하면 애매하게 웃었는데 다음에는 열과 성의를 다해서 리액션 해야겠다고 반성했다..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다음에는 아재개그에도 잘 웃을게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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