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29살의 한 남자는 두건의 1급 살인사건에 피소된다.
그는 단순히 신원 오인으로 인한 해프닝으로 생각한다. 자신은 살인 현장에서 25km나 떨어진 물류창고에서 일하고 있었고, 거짓말 탐지기 검사도 통과했으며 흉기라고 경찰이 지목한 총은 어머니 소유이며 낡았고 25년간 사용한 적이 없었으니까 아무 탈 없이 풀려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남부의 가난하고 흑인인 자신에게 정부는 가혹했다. 범인이 아님을 증명하라니.. 증명하는데 총기 전문가를 고용하는데 드는 돈이 없어 경찰이 터무니없이 흉기라고 주장하는 어머니 소유의 총이 발사된 게 아님을 증명해 내지 못한다.
그러면서 전기 사형을 선고받고 곧 자신이 죽을 거라는 불안과 자신의 억울함에 분노와 정말 속에서 입을 닫아버린다. 하지만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과 한 친구의 뜨거운 우정으로 인해 생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며 동료 수감자와의 소통과 교도관과의 소통을 한다. 사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과 하나둘씩 떠나는 동료 수감자로 인해서 극도의 불안을 느끼기도 하지만 독서모임을 통해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한다. 동료 수감자들 역시 그런 힌턴의 모습에 감명을 받아 동화되기도 한다. 어느새 하나 둘 힌턴을 한마음으로 응원하게 되며 인권 변호사이자 책 '올 터가 나에게 가르쳐준 것'의 작가인 브라이언 스티븐슨의 도움으로 2015년 극적으로 석방된다.
부당하게 수감되어 잃어버린 30년과 사회에 다시 적응하기 위해 아직도 노력 중인 힌턴이지만 비록 자유는 억압당했지만 상상력과 특유의 유머로 기쁨을 잃지 않은 사형 대기수로서의 30년의 극적인 인생을 담고 있다.
사실 내가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서 충분히 증거가 있음에도 살인자라는 낙인이 찍힌 채로 30년을 사형수로 살아가는 것은 상상이 잘되지 않는다. 증오와 분노로 무너지지 않고 버텨내는 것 자체도 대단한데 힌턴은 자신이 죄가 없음을 밝히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싸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동료 사형수의 지성과 감성과 악함과 선함을 동시에 가진 인간임을 알리기 위해 애쓰며 동료들이 생을 마감하는 대다수가 증오의 감정에 휩싸여 있었음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지만 섣부르게 주변 사람을 판단하려 하지 않는다. 그런 그의 선함이 분노로 눈 뒤집혔던 동료들을 하나둘 인간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간 게 아닌가 싶다.
제목만 보고 책을 고르는 나로서는 처음에 가벼운 SF 소설인 줄 알고 e북을 오디오 기능으로 듣다가 말문이 턱 막혔다. 에세이에 가깝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픈 이야기를 덤덤히 듣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더군다나 보기와는 다르게 그것이 알고 싶다나 억울한 사연에 대해서는 배로 마음이 아파서 잘 보지 못하는 나로서는 초반에 좀 주저하긴 했다.
하지만 최근에 혐오와 차별에 대해서 많은 뉴스 사건이 나오기도 하는데 일부러라도 이런 내용의 책을 읽음으로써 어쩌면 찌들어 있는 나의 고리타분은 선입견을 깨려고 노력을 한다. 사람을 상대하지만 일부분만 마주하는 데다가 한자리에서 오래 근무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워서 다양한 책을 통해서 환기를 하려고 한다.
책 중에 힌턴의 말이 많이 와닿는 부분이 있었는데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동료 사형수들 중 후회와 반성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주변에 자신의 어머니처럼 헌신적이며 믿음을 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자신의 친한 친구처럼 자신의 일이라면 제치고 다가올 사람이 있었다면 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아무리 불우한 환경이었더라도 주변에 한 명의 선함이 주변을 바꾼다는 것에 공감이 간다. 힌턴의 경우 기나긴 싸움을 하여 본인의 무고를 입증했고, 결국 본인을 수사한 경찰과 검찰에게 사과받지는 못하였으나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형대 기자로써 30년을 살면서 하나둘 동료들이 떠나가지만 무너지지 않고 교도소 내의 분위기를 분노와 증오가 아닌 교도관과 화합하여 모두가 온 마음으로 힌턴을 응원하게 하였다는 것에 존경스럽다.
비록 30년간의 싸움으로 헌신적인 사랑을 준 어머니를 암으로 잃고, 청춘을 잃었지만 그 역시 운명 아니었겠냐며 포기하지 않고 싸워내어 이제는 자기와 같은 무고한 피해자들을 돕고자 하는 그의 선함에 절로 응원하게 된다. 과연 저 상황이라면 무너지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싸울 수 있을까..
사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다. 정원섭 씨 사연이라고 꼬꼬 우(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를 통해서 알게 된.. 우리에게는 영화 7번 방 선물 영화 이야기의 실화 주인공으로 춘천 강간 살인범이라는 낙인을 국가가 찍었던 일이 있었다. 조작과 윽박으로 인한 자백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었는데 성탄절 특사로 복역한지 15년 만에 정원섭 씨는 사면된다. 이후 길고 긴 싸움 이후 정원섭 씨 역시 사건 발생한 지 24년 후 무죄를 확정받았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 수원 노숙소녀 살인사건, 삼례 나라 슈퍼 강도 치사 사건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8차 사건 등 경찰과 검찰의 조작 강압수사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경우가 우리나라에도 많이 있다. 이렇게 억울하고 답답한 일로 두 번 다시는 힌턴과 정원섭 씨와 같이 힘없는 개인이 억울함을 당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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